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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특강 : 2백회를 맞이한 국민대 목요특강
화제의 특강 : 2백회를 맞이한 국민대 목요특강
  • 이지영 기자
  • 승인 2003.10.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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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이어진 명사와의 대화

“우리가 다시 국호, 국기, 국가, 국화를 정할 때면 인간주의에 기초한 것, 우주 위성에서 내려다 본 것 같은 가슴 넓은 것으로 만들자. 그러자면 통일을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 통일 조국의 이름으로 대중 민족주의와 다국적인 체제를 표방할 수 있지 않겠는가.”

지난 9일 국민대 본관 회의실에서는 조동걸 교수의 낮지만, 강한 염원을 담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민족의 중요성 이전에 저항과 배제의 뉘앙스가 강한 현재의 국가 상징에 대한 반성의 필요성을 젊은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노학자의 깊은 뜻이 묻어났다. 자신의 세대가 풀지 못하는 문제를 다음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열망이랄까.

학계원로와 학생들의 만남을 주선한 이 자리는 바로 국민대의 ‘명물’ 목요특강이다. 한글날인데다 2백회를 맞이해 이중삼중으로 의미가 더해졌던 이날 특강에는 조동걸 교수가 초청돼 학생들과 뜨거운 시간을 나눠가졌다.

10년이라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목요특강은 1994년 9월에 출발해 10년을 꼬박 내달려왔다. 방학과 시험기간을 제외하면 매주 목요일 어김없이 강연이 열렸다. 목요특강을 기획하게 된 것은 학계 안팎의 다양한 경험을 가진 명사들을 초청해, 학생들에게 수업에서 배울 없는 수 있는 경험을 나눠주기 위해서였다. 교양교육과 인성교육 도모를 위해 강좌였지만, 초반에서는 다분히 정치적인 공간으로 이용됐던 것도 사실이었다. 노무현, 한화갑, 김한길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정치인들의 강연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1997년부터 목요특강을 재정비했다. 강사 선정에 몇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첫째, 여성 혹은 장애인 등 다소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정치인과 종교인은 제외할 것, 두 번째, 설문조사를 통해 학생들이 만나고 싶어하는 명사와 목요특강 운영위원회에서 선정한 명사들을 고르게 섭외할 것, 마지막으로 세 번째. 강연 내용은 강의 내용은 강사에게 전적으로 자유롭게 맡길 것.

지난 10년 간 목요 특강에 등장한 명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강만길 교수, 이주향 교수, 홍윤기 교수 등 학계 인사에서부터 김홍신, 이문열, 황지우, 김영동, 황병기, 한젬마 등 각 분야의 내로라하는 이들이 거쳐갔다. 이번 하반기에도 금난새 경희대 교수, 손석히 MBC아나운서, 최재천 서울대 교수 등의 강연이 준비돼 있다.

그러나 차려 놓은 밥상도 먹을 사람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인기있는 유명 연예인이 아니라면 학계 안팎의 명사들의 강연이 텅텅 비기 일쑤다. 이 때문에 실무진은 5년 전부터 특강을 교양 강좌로 등록시켰다. 매 학기 10회 안팎의 특강을 들으면 1학점을 인정해주는 것. 이런 조처 때문인지 최근엔 가장 먼저 마감되는 인기 강좌로 자리 잡았다. 손쉽게 학점을 딸 수 있다는 메리트도 있지만, “좀더 가슴을 파고드는 메시지를 학생들이 원하는 것 같다”라고 목요특강 측은 강조한다.

이는 강의 평가를 해 보면 알 수 있다. 일례로 지난 학기의 경우 소설과 최인호의 ‘세계인 장보고’, 이강숙 한예종 총장의 ‘인생과 예술’, 김화영 고려대 교수의 ‘문학과 여행’ 등이 최고의 강의로 평가됐다. 반면에 유려하게 ‘썰’을 풀어낸 인기 개그맨의 강좌는 폭소가 가득했던 현장분위기와는 달리, 평가는 중하위권을 맴돌았다.

사실 매주 특강을 준비하는 것은 여간 손가는 일이 아니다. 한 학기 전부터 명사들을 섭외하고 일정을 잡는 게 가장 큰 일이다. 그러나 젊은 세대와의 소통이 매력이었을까, 강연자들은 흔쾌히 허락했다. 목요특강은 내년부터 지역 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행사로 확장시키고자 강북구청과 협의하는 등 2백회 이후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지영 기자 jiyou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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