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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학문: 제3섹터 연구의 현황과 과제
새로운 학문: 제3섹터 연구의 현황과 과제
  • 노연희 가톨릭대
  • 승인 2003.10.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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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과 조직이론에 뿌리...정부에서 시민단체로 촛점 이동

노연희 / 가톨릭대 사회복지학

최근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는 비영리조직(nonprofit organizations)에 대한 연구는 1980년대 초 서구 복지국가들에서 복지서비스에 대한 과도한 정부 지출과 비효율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이에 대한 하나의 대응방안으로서 비영리조직에 관한 학문적?정치적 관심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활발하게 이뤄지게 됐다. 이런 연구 관심은 1990년대 이후 한국에서도 ‘비영리조직’이라 불리는 민간조직의 활동이 급속히 증가함과 동시에 나타났다.  

비영리 또는 비어부조직, 자원부문 등 용어다양

비영리조직에 대한 대부분 연구들은 여전히 비영리조직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머물고 있다. 이는 비영리조직 자체와 활동이 합의를 이끌어내기 힘들만큼 다양한 학문적 배경과 사회적 맥락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적 상황에서 세금면제지위를 지니고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에 대해 초점을 두는 연구들은 비영리(nonprofit)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또 다른 연구들은 미국의 상황만을 고려하는 비영리(nonprofit)라는 용어보다는 비정부조직(non-governmental organizations), 자선부문(charitable sector), 자원부문(voluntary sector), 민간부문(private sector), 독립부문(independent sector), 중재 또는 매개부문(intermediary, mediating sector)  및 시민사회(civil society)란 용어들을 사용하고 있다. 비영리, 민간, 자선, 독립, 자원조직이란 용어는 이 부문이 정부나 시장과는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내적인 조직특성에 초점을 두어 연구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나머지 용어, 즉 비정부조직, 중재조직, 제 3부문, 그리고 시민사회라는 용어들은 조직의 내적 특성보다  는 조직들이 정부나 영리기업과의 상호작용하는 관계적 상황에 초점을 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용어는 서로 배타적이지 않고, 뚜렷한 정의나 구분이 없이 대체되기도 하는데, 이는 비영리 부문이 포함하는 영역이 광범위하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비영리나 비정부조직들은 시민운동조직, 사회서비스조직, 연구기관, 나아가 문화예술단체 등 “이윤은 분배하지 않고,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활동하는 조직이라는 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다양하다. 

미국 및 유럽에서 비영리조직에 대한 이론적 논의는 대부분 경제학과 조직이론을 기반으로 발전해왔다. 우선 경제학적 이론들은 시장실패, 정부실패, 또는 계약실패라는 제도적 실패 개념을 주요 논의의 근거로 삼아 비영리조직이 어떻게 형성되고 존재하는가에 초점을 둔다. 반면 조직이론을 기반으로 한 연구들은 조직의 내외적인 상황에 의해 발생하는 조직의 변화에 초점을 두고 비영리조직의 구조나 활동은 왜 영리조직이나 공공조직과는 다른가, 또는 환경변화에 따라 이들 조직은 어떻게 반응하는가 등에 답하고자 한다.
그러나 경제이론 쪽은 공공재의 수요-공급측면만, 조직이론 쪽은 조직내부 구조와 관리라는 측면만을 강조해 역사적?사회적 요인을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 또한 기존의 비영리조직 연구들은 대부분 미국적 경험을 기반한 한계를 나타낸다. 예컨대 바이스브로드는 비영리부문이 "일반적이지 않은 다양성을 지닌 나라, 미국에서 특이"하기에 다른 전통을 지닌 국가간의 비교연구에서는 적절하지 못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때문에 몇몇 연구들은 역사적 발전과정과 정부부문과 비영리조직간의 협력관계 등으로 논의의 범위를 넓혀왔다.

기존 연구들, 대부분 미국적 경험의 한계 노출

한국에서 비영리조직에 대한 논의들은 199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해왔다. 현재까지  많은 논의들이 정부와의 관계나 정부 및 기업의 활동에 대한 비판세력으로서 비영리조직의 거시적 측면에 초점을 뒀다. 최근 들어 시민운동단체나 사회복지조직 등 특정 분야에서 활동하는 조직들에 대한 미시적 측면으로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중요한 과제들이 남아있다. 우선 미국이나 유럽의 국가들과는 달리 한국적 상황에서 비영리조직이 법률적, 구조적, 기능적 측면에서 어떻게 정의되며 어떤 유형이 있는가가 정리돼야 한다. 둘째, 비영리조직들이 시민사회를 대표해 건전히 활동할 수 있는 세제상의 문제, 법률적인 책임 문제, 정부의 지원여부등과 관련된 제도적 조건들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비영리조직 활동의 책임성 및 운영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직관리도 다뤄져야 한다. 이러한 과제들이 다양한 학문적 관점에서 논해질 때 사회적 자본으로서 비영리조직의 활동이 더욱 건전하고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저자약력: 미국 Case Western Reserve University에서 비영리사회서비스 조직의 재정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는 비영리조직의 재정관리 및 자원동원활동에 관하여 연구하고 있다. 역서로 『제3섹터란 무엇인가(2002, 아르케 刊)』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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