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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시아의 지금’展 기획한 이태호 교수
인터뷰: ‘아시아의 지금’展 기획한 이태호 교수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3.10.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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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화의 그늘로 표현된 아시아성…지나친 타자화는 거슬려

요즘 대학로는 반전평화집회로 뜨겁게 달아올라 세계가 어떤 역사의 경로에 서있는가를 보여준다. 그 한복판에 자리 잡은 마로니에 미술관은 또 다른 시각에서 우리시대 역사적 단면들을 肖像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근대화와 도시화’를 주제로 열리고 있는 ‘아시아의 지금’展(2003.9.26~10.19)이 그것이다. 이번 전시는 중국, 베트남, 일본, 인도네시아, 태국 등 아시아 5개국 18명의 작가가 한국작가들과 함께 서구의 지배아래 근대화를 이뤄온 아시아적 삶의 그늘을 포착해내고 있다.

“한국인과 아시아인들의 근대화는 서구의 지배와 영향력으로 서구국가들 것과는 완전히 다르잖아요. 그래서 우리만의 역사를 ‘아시아성(Asianity)’이란 틀로 묶어 얘기해보고 싶었습니다.”

전시를 기획한 이태호 홍익대 겸임교수(미술학부)의 말이다. 조각가와 평론가로 활동 중인 이 교수는 미국에서 귀국한 3년 동안 아시아인으로서 자기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표출하고자 지난 3월부터 아시아 여러 국가의 작가들을 찾아다니면서 전시회를 준비해왔다. 아시아의 미술사가 대부분 백인중산층의 것들로만 채워져 있다는 것의 반성이었다.

사실 애초에 일본은 제외시키려 했다. “일본은 서구이기 때문”이라는 이 교수의 설명이 서늘하게 다가오지만, 결국 자신들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일본작도 전시됐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작품이 보여주는 공통된 풍경은 ‘근대화의 이중성’이다. 여성과 비정규직 노동자들, 얼굴에 구정물을 칠한 채 담배 피는 소녀, 아스팔트에 꽂힌 자살한 사람, 얼굴이 까맣게 지워진 병사 등 사실묘사, 행위예술, 혼성모방 등을 사용하되 테크닉에 대한 애착은 뒤로 감춘 채 낯설음과 소외감을 기괴한 방식으로 강조한 이들 소수자의 모습에서 드러나는 ‘아시아성’은 철저히 ‘근대화의 그늘’이다.

이 교수는 이번 전시가 포스트모더니즘적인 맥락에서 기획된 것이라 말한다. “소수자들의 삶이 다른 소재와 동등하게 표현되고, 아시아인들이 모여 자기의 역사를 얘기하는 소통의 장”에 초점을 맞춘 것. 하지만 너무나 처참하게 타자화된 그들의 모습이 연민과 동료의식을 불러일으키기보다는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건 왜일까.
‘아시아의 지금’展은 앞으로 매년 열릴 예정이다. 앞으로도 이 교수의 그물망에 붙잡힌 아시아의 작가들은 매년 1회 ‘아시아성’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야 할 것이다. 올해가 그 첫 번째 작품전이라 기획의도보다 명확한 주제의식을 드러내지 못했다고 이 교수는 아쉬워한다. “아시아성은 어떤 고정된 개념은 아닙니다. 다만 아시아 작가들이 자기 세계를 바라보고, 표현하고, 이야기하는 그런 소통의 장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죠. 이번에도 그랬듯이 매번 전시회 때마다 세미나를 통해 논의를 다듬어 나갈 것입니다”라고 밝힌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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