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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화제 : 정신문화연구원의 『역주 삼국유사』(전5권) 출간
학술화제 : 정신문화연구원의 『역주 삼국유사』(전5권) 출간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3.10.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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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전문가 5인의 10년 노력의 결실

강인구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명예교수가 이끄는 '삼국유사' 역주팀이 지난 몇 년간의 작업을 귀결짓는 회심의 '譯註 三國遺事' 5권(이회출판사 刊)을 출간했다. 현존하는 가장 중요한 역사문헌이자 민족사의 보고인 '삼국유사'는 인문사회과학에서 실질적인 참조활용도가 매우 높은 책으로 번역, 역주서가 일찍부터 국내외 여러 곳에서 간행돼 현재 20여종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번역에 중점을 뒀거나, 주석을 병행하더라도 그 내용이 국어사전이나 한자해석 정도에 그치는 실정이다. 그리고 외국에서 간행된 것도 우리 학계에서 쌓여온 연구결과를 반영하는 데는 역부족인 면이 있었다. 가장 뛰어나다는 경성제대 출신의 미시나 아키히데(三品英雄) 교수의 주석본 또한 일본 학계의 결과에만 치중해 해석한 부분이 많아 믿고 읽기엔 꺼림칙함이 있었다.

이번에 나온 '역주 삼국유사'는 이런 점을 감안해 그간 학계의 연구결과를 균형있게 검토해서 반영한다는 점에 포인트를 맞추고 이에 따라 '삼국유사'에 담겨진 모든 字句, 문장의 뜻을 바르고 정확하게 해석하는 데 역점을 뒀다. 무려 3천여편의 연구논문 가운데 중요한 것은 거의 반영을 했다고 하니, 학문성이 이 책의 승부수다. 또한 본문에 실린 번역문과 원문 가운데 원문에서는 오탈자가 하나도 없다고 자부를 하니, 자료집으로서의 가치를 혁혁히 끌어올렸다고 할 수 있다. 아마 학계의 개별적인 '삼국유사' 번역릴레이 경주에 당분간 종지부를 찍는 하나의 성과물이 될 것인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번 작업은 지난 1995년 정문연 내부의 학술사업으로 선정돼 5년 동안 진행됐다. 한국고대불교사를 전공한 김두진 국민대 교수(사학), 김상현 동국대 교수(사학), 불교미술사를 전공한 장충식 동국대 교수(고고학), 향가·설화문학을 전공한 황패강 단국대 명예교수(국문학) 등 斯界의 전문가들이 공동역주자로 참가해 연구를 수행하고, 그 후 4년 동안 비예산 사업으로 진행할 때는 상호간의 서술을 한 사람의 저자가 쓴 것처럼 다듬는데 많은 시간이 할애했다. 번역은 '正德本'(서울대 규장각 소장)을 저본으로 했으며, 기왕에 간행된 육당 최남선본, 두계 이병도본, 민족문화추진회본, 이재호본, 북한의 리상호본, 일본의 三品英雄본 등을 비교대상으로 꼼꼼히 분석 검토했다.

강 교수는 최대한 원본인 정덕본을 살리려고 노력했으나, 목판인쇄시 변경된 한자를 구분하기는 지난한 일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高麗 후기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약자는 현재도 한중일에서 사용되고 있으므로 각주에 일부분을 반영했다.

史實과 연대 등에서 '삼국사기'와 차이가 있는 경우는 '삼국사기'의 내용을 비교자료로 제시해 독자에게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고, 고유명사나 특수용어는 '삼국사기'와 상이하더라도 정덕본의 원문을 택하고, 가급적이면 원문을 보전했다. 이런 학술적 요건을 충분히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문장은 현대어로 편하게 풀어썼다는 점이 이번 역주본의 강점이기도 하다.

강 교수의 역주본으로 정문연의 한국사 사료구축 프로젝트는 한껏 빛을 내고 있다. 이번 역주사업은 1990년대 중반에 '경국대전'을 완결한 바통을 이어받아 시작했는데, 지금은 '삼국유사'의 바통을 허흥식 정문연 교수가 이어받아 '고려사' 역주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 교수는 밝힌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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