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은 누구인가
'기생충'은 누구인가
  • 교수신문
  • 승인 2020.02.1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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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의 꿈 101년의 뜀(한국영화 오스카 4관왕 그 후)
황영미 교수(한국영화평론가협회장, 숙명여대 교양교육연구 소장)
황영미 교수(한국영화평론가협회장,
숙명여대 교양교육연구 소장)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상의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4관왕이 됐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개최된 10일부터 일주일 동안 연일 톱뉴스를 장식해 온 터라 얼마나 대단한 성과이기에 이처럼 요란한지 의아해하는 분들도 있다. 스포츠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월드컵 축구에서 우승한 경우에 비교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 이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월드컵 축구 우승이 국가경쟁력과 동일시되지는 않지만, 문화수출은 그 이상이다. ‘기생충’은 아카데미상 4관왕 이전에도 손에 꼽을 수 없을 만큼의 해외국제영화제에서 수상했고, 여러 국가에 수출하여 많은 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아카데미상 이후에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의 해외흥행을 할 수도 있다. 더구나 아카데미 4관왕에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은 과거 1조 8천억 원의 흥행수입으로 10년간 흥행성적 1위를 고수해 왔던 ‘타이타닉’의 흥행성적에 감히 도전할 만한 기대도 가능한 것이다. 문화적 측면에서 국가경쟁력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카데미상 측면에서 볼 때 아카데미상 92년 역사상 외국어영화상이라고 불렸던 국제장편영화상과 작품상을 함께 받는 경우가 처음이라고 한다. ‘기생충’은 그야말로 영화계의 루비콘 강을 건넌 것이다. 이제 아카데미상도 ‘기생충’ 이전과 이후가 나뉘게 될 것이다. 그동안 아카데미상은 미국에서 상영된 영어로 된 영화를 대상으로 해왔기 때문에, 백인 위주의 영화 축제의 장이라는 평판이 알게 모르게 있어 왔다. 이런 편견을 불식시키는 것에 대한 고려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2019년 작품상은 ‘그린북’이라는 흑백인종갈등을 보여주는 영화가 작품상을 받았고, 2017년 작품상은 ‘문라이트’라는 흑인사회의 문제와 삶을 그린 영화가 작품상을 수상했다. ‘기생충’이 작품상과 국제장편영화상을 함께 수상한 의미는 미국 영화계가 백인 및 영어권 중심주의에서 변화하고자 하는 세계적 문화 전반의 흐름과 맥을 함께 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기생충’의 수상이 세계 문화를 변화시키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고 있는 봉준호 감독(사진=abc 캡처)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고 있는 봉준호 감독(사진=abc 캡처)

‘기생충’의 작품성은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주제라는 내용적 측면과 영화 언어로 표현되는 형식적 측면만 간단히 언급하고자 한다. 제목에서 비롯되듯 ‘기생충’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자. 봉준호 감독은 왜 제목을 ‘기생충’이라고 지었을까.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최고경영자(CEO)인 부잣집 박 사장(이선균)의 이층집에 기생하는 반지하에 살고 있는 기택(송강호) 가족이 기생충인가. 그보다도 더 아래 지하공간에서 사는 가족들이 기생충인가. 그런데 한편으로 인간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다른 사람에게 기생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없다는 데 주목하는 사람들도 있다. 누구나 어릴 적에는 부모에 기생하면서 자란 셈인 것이다. 영화에서 부자도 과외선생에게 아이들 교육에 대해서는 기생하고 있는 것이며, 박 사장도 일에 있어서나 운전에 있어서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기생하고 있는 것이다. 단지 돈을 지불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일 뿐인 것이다. 필자도 ‘기생충’에 기생하며 영화평론을 쓰고 있다. 그런 점에서 기생충의 의미는 인간 존재와 관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또한 현재 지구촌의 가장 문제인 신자본주의의 양극화 문제를 핵심 주제로 삼아 전 세계의 공감을 얻어냈다.

형식적인 측면에서 내러티브 구성이나 화면에서 볼 때 웰메이드 영화로 인정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봉테일’이라는 별명답게 디테일 면에서도 거의 완벽에 가깝다. 또한 끝을 예상할 수 없는 반전이 스릴러로서의 긴장감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작품성 높은 영화들이 간과할 수 있는 유머도 갖추고 있다. 웃다가 보면 가슴 한구석을 도끼로 찍는 듯한 충격을 주기도 한다.

‘기생충’은 한국영화 100년을 맞이하는 작년 5월 프랑스 칸 영화제의 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세계 3대 영화제 중 베를린, 베니스 국제 영화제보다 칸 영화제의 위상은 가장 높다. 그때도 축제 분위기였지만, 칸 영화제는 순수한 작품성 위주의 선택을 하기 때문에 그동안 흥행과 직결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아카데미상 4관왕이라는 위업은 흥행과도 연결될 수 있기에 이 두 상의 최고상을 수상했다는 것은 상승효과를 지닐 수밖에 없다. 수상 결과로 영화의 모든 것을 판가름할 수는 없지만, 한국 영화 101년에 한국영화계는 산타클로스가 준 핵폭탄급 선물을 받은 것임이 틀림없다.

이제 봉준호 ‘기생충’으로 한국 영화계는 비전을 가지고 새로운 도약을 해야 할 것이다. 꿈으로만 여겨왔던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주요 상 4관왕을 한국영화가 받았듯이 더 높은 단계로의 욕심도 내 볼만하다. 그러나 경제적·문화적 뒷받침이 더해질 때 가능한 일일 것이다. 한국에서 봉준호 감독이 세기에 한 번 나올 만한 천재 감독이 아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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