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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오스의 교훈
헬리오스의 교훈
  • 조진수 편집기획위원
  • 승인 2003.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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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1927년 5월 20일 뉴욕을 이륙한 '세인트루이스의 정신호'는 다음날 저녁 파리에 안착함으로 세계최초의 대서양 횡단에 성공한다. 이 역사적 사건은 찰스 린드버그를 무명의 우편 배달기 조종사에서 일약 세계적 영웅으로 만들었으며 항공기발달사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 위업은 뉴욕의 갑부인 오테그씨가 1919년 내건 이만오천달러(지금 돈으로는 1백만불이 넘는) 상금을 타기위한 경쟁결과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세계 항공기 발달사를 보면 '달성목표를 명확히 명시한 상'이 항속거리, 속도, 제작 및 조종기술 향상을 가속 시켜왔다.

미국은 정부, 기업, 개인 차원에서 수많은 '상'을 내걸었다. 일예로 거겐하임 은 1926년  홀로 지금 돈으론 1억불 이상을 항공기술 관련 상금으로 희사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사도 1930년대 초, 마치 진주만 공격 가능성을 타진하듯, 최초의 태평양 횡단에 당시 거금인  10만엔을 내 놓았다.

지난해 7월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언론은 미국 NASA가 실시한 태양력 무인 비행기 '헬리오스'호의 처녀비행을 자세히 보도했다. 라이트 형제 이래 가장 획기적인 아이디어라 불리며 값비싼 인공위성의 많은 기능을 대체할 '헬리오스'의 기술은 어디서 나왔을까.

미국의 맥크리디 박사는 1977년, 1960년에 제정된 '제1크레머상(인력 8자 비행)'에 도전해서 성공했으며, 2년 후 '제2크레머 상(인력 대서양 횡단)'을 획득했다. '헬리오스'는 이 초경량 비행기 설계 및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맥크리디 박사가 설립한 에어로바이론먼트사가 제작했다. 

미국이 최고의 항공우주기술력을 바탕으로 초강대국임을 자처 하는 데는 이처럼 명확한 개발 목표를 설정하고 '상'과 같은 인센티브를 부여한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상'의 종류와 상금이 많이 늘었지만 대부분 업적을 포괄 평가하는 것으로 주로 연공서열로 시상 된다. 미국, 일본 등 기술선진국들은 관련 예산을 명확한 개발목표의 달성을 위해 집중투자하는 목표 지향적인 반면 우리나라는 IT, BT, NT하며 핵심 기술 분야을 선정해 나열하고 투자하는 분야 지향적이다.

기술력 경쟁은 룰을 정하고 뛰는 스포츠와는 비교조차도 할 수 없는 지옥 게임이다. 룰도 없는 게임에 논문이나 특허의 개수는 무기가 되지 않는다. 개발 목표에 가장 빠르고 쉽게 갈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우리 경제가 요즈음 휘청거리는 이유 중의 하나는 세계적 선도 제품을 구현 할 수 있는 기술력의 부재다.  2만불 소득의 달성여부도 국가적 기술 경쟁력에 달려있다. 따라서 우리도 현재 우리 기술 수준과 능력을 정확히 분석해서 기술 개발 목표를 설정하고 '상'으로 경쟁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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