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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239) 피라미드 꼭대기에 서서 노란 목도리 두른 듯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239) 피라미드 꼭대기에 서서 노란 목도리 두른 듯
  • 장성환
  • 승인 2020.02.14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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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비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 명예교수

“범 잡아먹는 담비가 있다”라는 속담은‘산중의 왕’이라는 범(호랑이)을 잡아먹는 담비라는 작은 짐승이 있다는 뜻이다. 혼자 잘난 체하지 말라는 의미로 “기는 놈(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라는 말과 흡사하다 하겠다. 
  담비(Martes flavigula)는 육식하는 족제빗과의 포유류로 드나들기 어려울 만큼 울창한 침엽수림에서 서식한다. 또한 북반구에 분포하는 담비 무리 중에서 가장 크고, ‘노란 목도리 담비(yellow-throated marten)’라 불리기도 한다. 
  담비는 몸집이 족제비나 삵보다 좀 크다. 수컷은 몸길이가 50~72cm이고, 암컷은 그보다 좀 작으며, 꼬리는 40~45cm로 길어서 체장의 2/3를 차지한다. 그리고 수컷은 체중이 2.5~5.7kg이고, 암컷은 수놈보다 조금 가볍다. 털이 짧은 편이고, 털가죽(毛皮)의 질이 매우 뛰어난다. 
  그래서 서양의 귀족사회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담비 모피 귀중품으로 여겼다. 또한 1960년대만 해도 남한 전역에 널리 분포하였지만 한때 쥐를 잡느라 쥐약 투약을 하였고, 서식지 파괴로 마릿수가 엄청스레 줄어들었지만 다행하게도 지금은 개체 밀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중이라 한다.
  담비는 아시아 대륙과 동남아에 널리 서식하는 종으로 한국․동중국․러시아동부․인도․히말라야 등지와 태국․라오스․캄보디아에 분포하고, 세계적으로 6아종(亞種,subspecies)이 있다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설악산․태백산․소백산․지리산 등 높은 산악지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한번 자리 잡은 곳에 기를 쓰고 버티면서 평생 영지(領地,territory)를 지킨다. 옛날 시골 사람들이 텃새처럼 태어난 곳에서 멀리 한 번 나가보지 못하고 거기서 맴돌다 한살이를 마치듯  말이지.
  담비는 몸통이 길고, 머리가 작은 것이 뾰족한 편이고, 다리가 짧으면서도 힘세고, 발이 넓다. 몸은 거의 전부가 밝은 갈색이고, 턱부터 가슴까지 노란색이며, 꼬리와 앞, 뒷발은 검다. 주둥이가 길고, 귀는 짧은 것이 넓적하며, 발가락에는 날카로운 발톱이 있고, 목이 긴 편이다. 정수리 부위는 흑갈색이고, 턱은 붉은 편이며, 귀의 뒤편은 검다. 사람이나 개를 겁내지 않아 길들이기(家畜化,domestication)가 매우 쉽다.
  음경골(陰莖骨,penis bone)은 S자형이다. 여기서 음경골이란 개․늑대․곰․고릴라․침팬지 등등 태생하는 포유동물들의 수컷 음경에 있는 막대모양(棒狀)의 뼈를 말하고, 종에 따라서 크기나 모양이 다 제각각이다. 그런데 포유류 중에서 음경골이 없는 동물은 사람․소․말․코끼리․하이에나․고래무리들이고 나머지는 모두 음경골이 있다. 음경골은 음경 요도 위에 자리하고, 음경을 꼿꼿이 세워 깊게 삽입하고 교미 시간을 오래 끌게 한다. 
  1년에 이른 봄이나 늦여름에 새끼를 배고, 임신기간은 6개월이며, 한 배에 두세 마리를 낳는다. 주로 땅에서 사냥을 하지만 나무 타기를 잘 하여서 나무를 타고 올라가 나뭇가지 사이(8~9m)를 자유자재로 펄쩍펄쩍 건너뛰면서 먹이를 잡기도 한다. 
  雜食性(omnivorous)이라 나무 열매와 꽃물(nectar)은 물론이고 고양이․산토끼․쥐․새․개구리․도마뱀․뱀 등과 닭․오리․거위 따위의 날짐승(家禽)들을 잡아간다. 그리고 담비는 야행성으로 2~3마리가 무리 지어 돌아다니면서 어린 고라니나 사슴새끼, 새끼멧돼지도 사냥한다. 그리고 곤충도 먹는데, 그중에서 주로 꿀벌을 공격하는 말벌을 좋아하여 꿀벌농가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호랑이와 한 곳에서 같이 사는 동지역성(同地域性,sympatric)인지라 서로 크게 다투지 않고 지내면서 호랑이가 먹다 남긴 먹이를 처리한다고 한다.
  그리고 항문에 불룩 튀어나온 2개의 항문선(anal gland)에서 메슥메슥 역한 냄새를 풍기어 포식자들을 도망가게 한다. 게다가 사납고 힘이 세기에 포식자(천적)라 해봤자 아시아 흑곰(Asian black bear)과 시베리아 호랑이(Siberian tiger) 정도가 유일하다. 그래서 생태계의 먹이피라미드(food pyramid)에서 최상위 포식자(最上位捕食者,apex predator)에 자리한다. 
  그런데 설악산 한계령 부근에서 온몸이 하얀 담비가 발견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것은 일종의 백색 돌연변이(白色突然變異,albinism)로, 다 알다시피 사람에도 albinism이 있으니 신체의 일부 또는 전체에 멜라닌 색소가 없는 현상이 있다. 백색 돌연변이체인 동물들은 포식자(捕食者,predator)의 눈에 쉽게 띄기 때문에 잡혀 먹히기 쉽고, 또 피식자(被食者,prey)인 먹잇감들이 도망가기 쉬워서 사냥에 매우 불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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