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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디자인싱킹(design thinking) 교육, 확산 이유는?
대학가 디자인싱킹(design thinking) 교육, 확산 이유는?
  • 이진영
  • 승인 2020.02.13 2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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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의 변화
다름의 인정과 활용가치를 깨치는 과정
(사진=You X Ventures)
(사진=You X Ventures)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돼 국내 기업계에서 주목받아 온 디자인싱킹 교육이 대학가에도 확대되고 있다. 

2000년대 후반 국내 소개되어 미술·디자인계열 대학과 대학원을 중심으로 활용되어 온 디자인싱킹이 최근에는 공학, 경영학, 인문·사회계열 등 다양한 전공으로 확산되고 있다. 창업지원단이나 교수학습개발센터를 중심으로 대학 내 모든 학생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대학들도 많아졌다. 

지난달 자율주행과 공유서비스를 주제로 디자인싱킹 창의력워크숍을 진행한 홍익대학교는 공지 당일 신청이 마감되어 재학생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성대학교는 지난해부터 1학년 신입생을 대상으로 디자인싱킹 수업을 필수기초교양강의로 지정했다. 지난 10월 개관한 복합교육공간 상상파크에는 디자인싱킹 전용공간도 마련했다.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 케이무크(K-MOOC)에서도 디자인싱킹 관련 7개 강좌 모음인 ‘혁신을 위한 방법론, 디자인싱킹’(책임교수 서응교) 수업이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묶음강좌로 선정돼 깊이와 연속성을 갖춘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강좌를 이수하면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대학도 있다.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의 변화

불과 몇 년 사이 전공을 불문하고 디자인싱킹을 가르치는 대학이 증가하는 추세는 대학교육의 목적이 변화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빠르고 불확실하게 변모하는 미래사회에 필요한 핵심역량으로 소통을 기반으로 한 협업 능력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건 홍익대 교수는 “복잡하게 얽힌 문제들을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푸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 대학에서 디자인싱킹이 확산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학생 스스로 창의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익힐 수 있다는 것이다. 혁신을 목표로 하는 기업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기회를 찾는 시도가 늘어남에 따라 대학에서도 학생들에게 그러한 경험을 제공할 필요가 커진 것이다. 

기업에서 활용하기 위해 체계화된 디자인싱킹 방법론이 교육과정에까지 전파된 현상에 대해 서응교 단국대 교수는 방법론 자체가 지닌 특성에 주목한다. 논리성과 직관성의 균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창의성을 자극하고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캠페인 수업에 디자인싱킹을 적용해 가르쳐 온 이종혁 광운대 교수도 창의성 배가 효과를 말한다. “틀에서 벗어나 과제를 정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익히 알고 있는 사회현상과 문제에 질문을 던지는 데서부터 프로젝트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직접 문제를 찾아 발로 뛰는 과정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개최한 ‘2018년 교수학습 혁신대회’에서 교육부 장관상을 받은 최윤정 신성대 교수는 디자인싱킹 기법을 ‘영유아 프로그램 개발과 평가’ 수업에 적용해 호평받았다.

최 교수에 따르면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유아교육 현장을 방문해 프로그램의 수요자인 교사와 유아, 부모를 직접 관찰하고 인터뷰하여 그들의 필요를 파악하는 과정 때문에 힘들어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직접 부딪혀보면서 강의실과 책에서는 알 수 없었을 정보를 얻고 아이디어가 확산되는 경험을 통해 결과물에 대한 자신감과 보람을 느꼈음이 강의평가에서 확인되었다. 최윤정 교수 자신도 계속 수업방법을 보완해가며 더 나은 수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구유리 홍익대 교수도 디자인싱킹 방법론이 학생들에게 도전과 몰입을 촉진한다고 말한다. “요즘 학생들이 고생을 싫어한다고 하지만 동기부여가 되면 그 어떤 고생도 마다하지 않는다. 왜 이걸 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하라고 할 때 반발하는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스스로 공감한 문제의 답을 찾는 과정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프로젝트의 완성도 역시 높았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진행된 제1회 SeoulTech 디자인싱킹 경진대회에서 완성작을 발표하는 학생들 (사진=서울과기대)
지난해 12월 진행된 제1회 SeoulTech 디자인싱킹 경진대회에서 완성작을 발표하는 학생들 (사진=서울과기대)

협업을 통해 각자 가진 역량을 극대화

참여자들이 디자인싱킹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협업이다. 다양한 전공과 배경을 가진 구성원들이 의견을 나누며 과정을 진행하는 동안 의견충돌이 수시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호작용은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고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소통을 위한 노력에서 ‘다름’에 대한 이해와 이를 대하는 태도를 깨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유리 교수는 “의견 상충을 통해 새로운 결과물이 도출되는 등 의외의 진전을 경험하고 나면 소극적이던 학생도 적극적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나건 교수 또한 “다름의 인정, 나아가 다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그것을 학생들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장을 열어주는 것이 디자인싱킹 수업의 가장 큰 수확”이라고 전한다. 각자 가지고 있는 역량을 소통을 통해 극대화해가는 과정을 함께 체험하는 데서 의미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뛰어난 한두 사람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협업으로 과제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내 생각이 정답’이라는 생각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서로 다른 관점을 이해하게 될 때 사고의 폭이 확장되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싹틀 수 있다. 그런 면에서는 디자인싱킹 프로세스가 협력을 위한 확실한 연습이 된다. 

한때의 유행? 선순환을 위한 과제

지난 학기 교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디자인싱킹 경진대회를 진행한 임유진 서울과학기술대 초빙교수는 “학생의 창의융합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교육으로 디자인싱킹이 많이 활용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교수·학생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늘어난 데 대하여 다년간 디자인싱킹을 수업과 사업과제에 활용해온 교수들은 반기는 한편 우려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이 디자인싱킹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공유할 때 발현되는 아이디어의 확장 가능성을 잘 모른 체 한때의 인기 아이템으로 소모해버릴 위험에 대한 염려였다. 

이러한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디자인싱킹을 경험한 학생들이 지속적인 피드백을 받으며 계속해서 도전 경험을 쌓고, 이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인정받는 선순환이 자리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나건 교수는 “디자인싱킹을 제대로 체험하고 교육받은 인재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꼭 필요한 인재로 인정받아야 이 교육이 성공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수업과 전문영역에서 디자인싱킹을 모두 활용해 온 구유리 교수는 두 영역의 균형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교양 측면에서 다양한 학생들에게 체험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고, 실제 디자인싱킹을 이용해 새로운 해법을 개발하고 효과를 측정하는 전문적인 방법론으로서의 연구 노력도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견해였다. 

(사진=홍익대학교 SDE Lab. 제공)
(사진=홍익대학교 구유리 교수팀 제공)

디자인싱킹을 수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본 이들은 이 방식이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자에게도 많은 준비와 노력을 요구한다고 입을 모은다. 교수 역시 답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매번 학생과 함께 답을 찾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시행착오를 보완하며 수업개선 노력을 하는 이유는 이 방법론이 학생들에게 더 유익하다고 믿어서일 것이다. 디자인싱킹은 기존 강의방식에 대한 혁신일 수 있다. 

 

○ 디자인싱킹 교육, 이래서 필요하다

나건 홍익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
나건 홍익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

 

“사회적 난제(wicked problem)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푸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대학가에 디자인씽킹이 확산되는 가장 큰 이유”

 

 

 

 

서응교 단국대 EduAI센터 센터장·교양학부 교수
서응교 단국대 EduAI센터 센터장·교양학부 교수

 

 

“처음부터 완벽한 답이 나오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개선해가는 과정을 겪는다. 그 과정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며 사고력이 좋아지는 것”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끊임없이 ‘왜일까?’를 질문하며 새로운 걸 만들고 도전해 본 학생이라면 앞으로 그가 속할 조직과 사회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
 

 

 

 

구유리 홍익대 디자인콘텐츠대학원 교수
구유리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 서비스디자인전공 교수

 

 

“협업 과정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구성원들이 충돌하고 상호작용하면서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고 이해하게 된다. ‘다름’에 대한 이해와 태도를 깨친다는 의미가 크다.”

 

 

 

 

○ 디자인싱킹(design thinking)이란? 

문제 해결을 위해 오랫동안 디자이너들이 사용해 온 접근법으로, 디자인회사 IDEO와 스탠포드대학교 디자인스쿨(d.school)에서 구체화 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일상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려면 ▶ 수용자 공감하기(Empathy) ▶ 문제정의(Define) ▶ 아이디어찾기(Ideate) ▶ 시제품만들기(Prototype) ▶ 평가(Test)의 과정을 거쳐 해결책을 도출한다. 

수용자의 관점에서 경험하는 불편이나 문제에 깊이 공감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 빠르게 시제품을 만들어보면서 개선해간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들 사이에 긴밀한 소통과 협업이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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