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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으로의 초대
부안으로의 초대
  • 홍성태 편집기획위원
  • 승인 2003.10.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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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얼마 전에 부안에 다녀왔습니다. 8월에 연락이 와서 가려고 했으나, 내가 갈 수 있는 날에 벌써 가수 안치환씨가 가기로 해서 못 갔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주에 최종덕 선생님과 함께 다녀왔습니다.

 

부안은 근처에 정읍과 김제의 너른 들이 있고, 또 이 나라에서 가장 너른 갯벌인 새만금도 가까운 곳입니다. 이 부근은 일찍이 농업이 발달했기에 벽골제가 만들어진 곳이고, 또 그렇기 때문에 가렴주구가 극성을 부려서 녹두장군같은 이가 나타난 곳입니다. 이모저모로 애써 찾아갈 가치가 충분한 곳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부안을 다녀온 까닭은 좋은 일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부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주 보기드문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매일 밤마다 남녀노소를 떠나서 수천명의 군민들이 부안읍의 한복판에 모여서 촛불집회를 열고 있습니다. 이렇듯 수천명의 군민들이 스스로 자기 돈을 내서 두 달이 넘는 긴 시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같이 모여서 커다란 집회를 여는 것은 참으로 보기드문 일입니다.

 

부안군민들이 이렇게 열과 성을 다해 매일 커다란 촛불집회를 여는 까닭은 핵폐기장이 위도에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핵폐기장은 핵발전소와 함께 절대적인 위험시설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정부는 세가지 잘못을 저지렀습니다. 첫째, 핵폐기장을 무슨 복지시설이나 문화시설인 양 선전하고 있습니다. 둘째, 반민주적인 방식으로 핵폐기장 위도 유치계획을 밀어 붙였습니다. 세째, 잘못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습니다.

 

위도 핵폐기장 유치계획은 참여정부의 반민주성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입니다. 이와 반대로 부안군민의 촛불집회는 참여정부를 참된 민주정부로 만들고자 하는 몸부림입니다. 이 점에서 부안의 촛불집회는 지난 겨울 이 나라의 곳곳에서 벌어졌던 촛불집회와 같은 궤에 있습니다. 지난 겨울의 촛불집회가 미군의 무도함을 바로잡고 민주주의를 바로세우려 했던 것이라면, 지금 부안의 촛불집회는 핵발전의 위험성을 알리고 민주주의를 바로세우려 하는 것입니다.

 

사회운동의 면에서 보더라도 부안의 촛불집회는 대단히 특이한 사례입니다.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입니다. 그만큼 이 나라의 핵 마피아가 강한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핵 문제에 관심있는 분들은 부안으로 가야 합니다. 부안군민의 노력을 널리 알리고 도와야 합니다. 부안군민은 여러분을 만나고 싶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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