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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포지엄 참관기: 학술단체연합회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주최한 '한국민주화운동의 쟁점과 전망'
심포지엄 참관기: 학술단체연합회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주최한 '한국민주화운동의 쟁점과 전망'
  • 허상수 성공회대
  • 승인 2003.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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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향한 질문들

학술단체협의회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공동주최로 지난 9월 30일 개최된 학술심포지엄에서 손호철 서강대 교수(정치학)는 '민주화운동, 민주화, 민주주의-개념과 한국적 특성을 중심으로'라는 발표를 통해 민주화를 권위주의나 파시즘과 같은 비민주적 상태로부터 또 다른 상태인 민주주의로 변화하는 동태적인 과정으로 지칭했다. 민주화운동이란 민주화를 촉발시켜 비민주주의, 반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변화시키기 위한 운동과 행동을 말한다. 따라서 이들을 인과적 관계로 보면 민주화운동이 민주화를 초래하고, 민주화라는 과정은 민주주의를 가져다주는 관계이다.

그렇지만 민주화운동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고 진단한다. 이 운동은 정치적 민주주의,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생산자 민주주의, 일상의 민주주의를 세우고 확대하며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민주화나 민주주의란 지속적인 과정으로 어느 순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민주화운동의 시기적 상한은 없다. 이에 대해 홍덕률 대구대 교수(사회학)는 한국 민주화운동을 한국 사회의 '모든 억압, 착취, 차별, 배제에 저항하는 운동'이라고 봄으로써 지나치게 그 외연을 확장한 개념이라고 지적하고, 박형준 동아대 교수(사회학)는 목적론적 설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논평하였다. 비교적 맥락에서 보면 한국의 민주화는 실패한 것이 아니라 성공한 경우에 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삼성 한림대 교수(정치학)는 '동아시아의 20세기와 미국, 그리고 한국의 민주주의'에서 한민족의 민주주의적 삶과 관련해, 미국은 아시아 냉전구조의 확립과정에서 반민주적 억압 질서를 강제하는 부정적 역할을 했고, 남한에 자유민주주의를 이식했으나 좌파를 배제한 형식의 폭력적 부과에 그쳤고, 민주주의 내용을 채워 가는 것 역시 미국의 국가이익과 대립하는 속에서 진척돼 왔음을 지적했다. 한 마디로 '반미 없이 민주주의는 없다'는 것이다. 황인성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사무총장은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반전운동은 자주통일운동, 반세계화운동, 민주개혁운동세력과 단결해야 한다고 말했고, 정일준 아주대 교수(사회학)는 '미국에게 한국은 무엇인가'라는 또 다른 질문을 제기했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사회학)는 '한국 민주주의운동, 1987년 이전과 이후'에서 1987년 6월 민주화항쟁 당시 함께 투쟁했던 제도정치권 세력과 진보주의 세력이 대선 이후 대체로 자유주의적 제도정치세력과 시민운동, 그리고 민중운동으로 분립돼 있다고 봤다. 박석운 전국민중연대 집행위원장은 1987년 민주화항쟁과 7-8월 노동자대투쟁을 통합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논평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은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진전과 관련해 보수정치세력의 한계에 주목했다. 그래서 '부정부패, 지역주의, 보수정치 청산'이라는 정치개혁 과제, '빈부격차 해소와 사회복지 확대' 등 사회경제적 개혁,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개혁에 대한 비판과 극복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민주화운동의 과제로 박승옥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부장은 '한국민주화운동과 운동문화에 대한 성찰'에서 "민주화운동의 시대는 가고 이제는 민주화운동의 역사에 대한 성찰을 필요로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역사의 민주화와 기억의 민주화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그 동안 반독재민주화운동에 내재돼 있던 급진민주주의 정신이 현단계 민주주의의 급진적 확장의 동력으로 전화돼야 하며, 제도정치의 변형주의적 재편에 대응하는 응전적 노력으로 진보정치의 세력화, 시민운동과 민중운동의 적극적 연대, 동맹모델이 필요하다고 봤다. 박 위원장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공공영역의 공공성을 유지하는 정책 방향을 확립해야만 시민운동과 민중운동간 구체적 연대가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원래 '한국민주화운동-과연 성공적이었는가'라는 기조발제를 하기로 했던 송두율 교수(독일 뮌스터대)는 37년만에 이루어진 고국에서의 첫 학술강연으로 '나의 통일철학'이라는 폐막강연을 했다. 여기에서 그는 통일의 철학으로 '상생, 평화, 과정, 긴장, 아름다움과 미래의 철학'을 들었다. 예를 들면 "통일이란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서가 아닌 '관계 체계'로서 남과 북을 바라봐야 한다"면서 "이는 바로 불변하지 않는 실체의 정의에서 탈피한 '과정의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김귀옥 성공회대 교수(사회학)는 반공주의에 대해, 김정인 국가기록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학생운동에 대해, 정근식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민주화운동의 기념에 대해 발표했다. 

시작부터 우여곡절을 겪은 이번 학술심포지엄은 '우리에게 어떤 삶의 양식을 지향해야 하는가',  '대안적 민주주의는 무엇인가', '과연 이 시점에서 한국인들은 어떤 사회경제체제를 가지고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며, 그런 생존문제와 민주주의 문제를 접합시킬 수 있는 시스템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가', '국가보안법이라는 악법이 없는 세상은 언제 오는가'라는 의문과 고민을 새삼스럽게 던지게 하는 자리였다.

허상수/성공회대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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