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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logue]4차산업혁명과 인간소외
[Cinelogue]4차산업혁명과 인간소외
  • 교수신문
  • 승인 2020.02.0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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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형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최근 극장가에 동물소재영화들이 나타났다. <닥터 두리틀>, <미스터 주>, <해치지 않아> 이 세 편이고 다른 동물영화들도 올해 개봉 준비 중이라고 한다. 왜 갑자기 동물영화일까. 과거에 동물영화들이 없었던 건 아니다. <말리와 나>(2008), <마음이>(2006), <하치 이야기>(1987, 2009) 등의 영화가 있었다. 동물영화들이 나타나는 것은 반려동물 인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첫 번째 이유겠으나 그것 말고도 4차산업혁명과의 어떤 연관도 있다. 직접적인 연관은 아니지만 4차산업혁명시기에 들어서면서 인간소외현상은 더 심해진 것 같다.
4차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인간은 기계에 대한 관심이 더 증가한 게 사실이다. 이세돌과 알파고, 한돌과의 바둑중계도 한몫했다. 언론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AI를 위시한 자동화시스템에 대한 기사가 빠짐 없이 뜬다. 주변을 둘러봐도 나날이 변해가는 자동화기기들이 더 눈에 많이 띤다. 그중 크게 변하고 있는 것중 하나가 자동키오스크 정산기가 배치된 식당이다. 10개중 두 세개 꼴로 생기고 있다. 애초 종업원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것 같은데 고객 입장에서도 번거롭지 않고 편해 좋다. 처음엔 맥도널드나 버거킹 같은 햄버거집에서 시작했는데 이젠 커피샵, 일반 식당에 이르고 있다.
이러다 보니 점점 사람접촉을 하지 않는 현상은 심해져 간다. 앞으로 AI가 지배하는 24시간을 상정해 볼수도 있겠다. 가족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시간대로 살기 때문에 아침 식사도 같이 하긴 어려울 것이다. 자동화기기로 굽고 데우고 쪄서 먹는 밥과 반찬들로 혼밥을 먹은 다음 무인자동차에 타면 혼자 신문을 보거나 외로운 시간을 보낸다. 직장 역시 사람 구경하긴 어렵다. 출근해서 일 하는 직원 보다 재택근무자가 반 이상 될 것이다. 물건을 전달하는 딜리버리 로봇들이 돌아다니고 벽이나 가구에 내장된 로봇 음성이 여기 저기 들리며 업무처리하는 시간동안 종일 그들과 대화하며 보낼 것이다. 퇴근해서도 집에서는 가족구성원들 모이는 시간이 다르므로 혼밥을 먹을 확률이 많다.
이런 근미래의 하루를 그리다보니 인간과 기계는 지금 보다 훨씬 친근해질 것이고 인간은 반려동물에서 더 진화된 반려로봇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시대도 곧 올 것이다. 그 시대의 직전 단계가 지금 시기라면 그토록 많은 반려동물 인구가 증가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궁금한 건 인간이 같은 인간을 놔두고 왜 반려동물을 벗하며 외로움을 견뎌내려할까, 하는 점이다. 그게 궁금한 분들은 영화 <하치이야기>를 보시면 금새 알게 된다. 일본에서 있던 실화이야기를 극화한 그 영화에서 하치는 동경대학교수의 반려견이었다. 어려서부터 키운 하치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교수의 아내가 질투를 할 정도였는데 그만 교수가 졸지에 불귀의 객이 되면서 하치의 스토리는 시작된다. 하치는 평소 교수가 출퇴근하던 역전을 아침, 저녁 꼬박 가서 기다리는 충성심을 보인다. 해가 바뀌든 궂은 날이든 일년 내내 똑 같은 행동을 한다. 하치는 수년을 그렇게 한결같은 행동을 보이더니 마침내 역전에서 눈을 감는다.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하치의 행동을 지켜보며 눈물을 흘린다. 그런 행동을 하는 인간은 없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새삼스런 사실 하나를 깨닫는다. 비록 짐승이지만 주인에 대한 충성심은 인간보다도 낫다는 것. 달리 말하면 인간은 은혜를 모르고 감사할 줄도 모르는 이기적이기만 한 동물이다. 기계에서 소외된 인간들이 같은 인간보다 동물에 더 깊은 애정을 느끼는 영화속 풍경은 조금 씁쓸함이 느껴지는 그런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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