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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은 대학들, 퇴직 교원 지갑도 닫혔다
문 닫은 대학들, 퇴직 교원 지갑도 닫혔다
  • 이진영
  • 승인 2020.02.07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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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새 16개 사립대 폐교
2018년 체불임금 800억
구제대책은 지지부진
사진=Wokandapix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입 역전현상으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미 폐교된 대학 교직원 대책은 지지부진하여 관련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고3 학생과 재수생 수, 대학 진학률 등을 종합 추산해 발표한 '대입 가능자원'은 2020학년도 기준 47만9376명으로, 대학 입학정원인 49만7218명(2018년 기준) 보다 처음으로 적었다. 대학에서 모집하는 신입생 정원보다 입학할 학생이 적어지는 대입 역전현상이 시작된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내년 3월 대학에 입학할 학생은 올해보다 5만8000여 명이 더 줄어들어 대입 역전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2024년에는 10만여 명이 더 감소해 수험생은 37만 3천여 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대학입학정원을 기준으로 보면, 전국 372개 대학 중에서 하위 180개 대학은 신입생을 못 채우게 되는 것이다. 

그래프 《 학령인구 및 입학 가능 학생수 감소 추이 》 자료=교육부

이러한 예측에 따라 교육부는 2015년부터 2023년까지 대학 정원 16만 명 감축을 목표로 대학 구조개혁을 추진해 왔다. 1주기(2015~2017년) 구조개혁으로 정원 5만6,000여 명을 줄인데 이어, 2주기(2018~2020년)와 3주기(2021~2023년) 구조개혁으로 10만5,000여 명을 더 줄인다는 계획이다.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부실 판정을 받은 대학은 정원의 15% 이상을 감축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이미 2000년 이후 폐교된 대학도 자진 폐교한 5개 대학을 포함해 16개 대학이 있으며, 그에 따라 실직한 교원과 사무직원도 937명에 이른다. 대학 한 곳이 문을 닫으면 수백 명의 교직원이 실직하고 그들의 가족까지 생계에 위협을 받게 되는 것이다. 

실정이 이러한 데도 사학연금법 적용을 받는 사립대 교직원은 고용보험 가입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업급여 혜택을 기대할 수 없다. 사학연금은 10년 이상 가입해야 받을 수 있어 이마저도 못 받는 이들이 많다. 폐교된 대학의 비전임 교원과 계약직 현황은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 

 

폐교大 교직원 위한 사회적 안전망 없어

등록금 수입 의존율이 높은 국내 대학 상황에서 학생 수 급감으로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늘게 되면 당장 지방대, 전문대부터 재정난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될 위험이 크다. 문 닫는 대학이 속출하면 대학 교직원 임금 체불 문제가 터져나오는 것도 시간 문제인 것이다. 

이들이 체불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폐교된 대학의 재산을 청산하는 것이나, 문제는 청산 자체가 쉽지 않고 기간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대학폐교 자산의 효율적 활용 방안을 연구한 경기대 경영학과 김한수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폐교대학의 부동산은 지방 외곽에 소재한 경우가 많아 사용가치와 매각가치가 상당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렵게 자산이 매각되더라도 교직원의 체불 임금을 선지급하도록 강제할 방법이 없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입학생 감소에 따른 대학 폐교 도미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이에 대비한 정부 정책은 제자리걸음이다. 교육부는 2018년 한국사학진흥재단 내에 폐교대학종합관리센터를 설립하고 교직원 체불 임금 등을 우선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먼저 국고 1000억 원을 투입해 관련 기금을 조성하고 체불 임금 문제를 해소한 뒤 폐교시설을 매각하여 자금을 회수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관련 예산은 전액 삭감되었다. 

교육부가 2018년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폐교 대학 교직원이 받지 못한 체불 임금 규모는 800억 원을 넘어섰다. 2018년 2월 폐교된 한중대, 서남대 교직원의 체불 임금은 각각 400억 원, 250억 원이 넘는다. 2000년 이후 폐교된 16개 대학 중 잔여재산 청산을 완료한 곳은 경북외국어대학 한 곳뿐이다. 

폐교된 대학의 교직원은 대부분 재단의 횡령이나 부실 경영으로 인해 강제 폐교를 겪고 실직한 경우이나 ‘문 닫은 대학의 교수’라는 낙인과 함께 사회적 안전망 없이 거리로 내몰린다. ‘기다리라’는 말 대신 실질적인 폐교대학 교원·교직원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입춘이 지났지만 이들에게는 언제 봄이 올지 불투명하다. 

이진영 기자 jilongyi@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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