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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패닉 특집]‘바이러스의 역습’과 대처에 관하여
[코로나 패닉 특집]‘바이러스의 역습’과 대처에 관하여
  • 교수신문
  • 승인 2020.02.0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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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욱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

중국 우한 지역, 2019년 12월 말 40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환자 발생 이후, 불과 한 달 남짓 사이에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중국 전역에서 2만 명이 넘는(2월 4일 현재) 환자가 발생하였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의 시점에서 어느 정도 감염자 수가 더욱 증가할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중국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포함하여 동남아시아, 미국, 유럽에까지 환자가 발생하며 전 지구적 감염(Pandemic)이 우려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병자, 사망자 그리고 전염력은 이미 2002년 사스 그리고 2015년 메르스의 피해 규모를 넘어섰다.
감염병은 예방 가능한(preventable) 그리고 피할 수 있는(avoidable) 질환이라는 점에서 감염병이 발생한 지역 혹은 국가의 총체적인 역량과 수준을 평가해 볼 수 있다. 즉 의료서비스와 제도의 질, 감염병 예방 및 관리 행정 역량, 공중보건위기관리 대응 역량, 성숙하고 전문적인 대국민 소통 그리고 시민사회의 역량에 따라 감염병의 발생 및 전파 차단 그리고 치사율은 국가 간에 커다란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중국의 경우 한 달여 사이에 감염자의 증가 속도가 500배를 넘는 반면 한국, 일본 그리고 여타 서구 국가들은 다른 양상을 보이는 이유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는 예방의학 전공자이며 국제 보건, 공중보건 위기관리 대응과 대국민 위기 소통 분야에서 활동해왔다. 공중보건위기관리 분야 학자로서 2015년 메르스 사태에 이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위기에서도 병의 예방을 위해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과거 메르스 사태 당시 우리 사회가 겪었던 수많은 정부의 시행착오와 허점, 그로 인한 국민의 정부 불신과 감염관리체계의 실패(system failure) 경험을 지금도 다시 반복하는 것 같아 기시감이 들 정도이다. 우리 사회는 왜 여전히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그로 인한 감염관리의 실패로 인한 피해를 국민은 감수하여야 하는지 참담하기만 하다.
5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국민은 국가 감염병 전문병원과 국가 감염병 격리시설 하나 제대로 갖고 있지 못하며, 질병관리본부의 규모와 위상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고, 감염관리 대응 관련 정부 투자 역시 수년 전부터 예산 축소 편성과 삭감이 반복되는 등 행정부 그리고 정치권은 관심을 두지 않았다.
더욱 불편한 현실은 국가 감염병 관리체계의 부실과 역량 부족으로 인한 감염병 위기와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하여야 하는 환자와 국민 그리고 환자 치료를 책임질 수밖에 없는 의료계는 금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위기로 인하여 지쳐만 가는 것 같다. 실제 전 현직 의료계 리더들과 동료들은 금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를 겪으면서 낙담과 절망감을 공개적으로 토로하기도 하였다. 비단 개선되지 않는 국가 감염병 관리체계에 대한 실망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환자와 국민의 건강을 돌보면서 느끼는 의사로서의 무기력함과 자괴감이 원인일 것이다.
넋두리는 이쯤으로 그치고 다시 현실로 돌아가자! 그래도 우리의 현실은 아프리카 대부분의 국가가 겪는 보건 의료 현실과 지금 중국 국민이 직면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를 생각하면, 지금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희망과 노력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필자는 아프리카 등 다양한 국가에서 보건 의료 분야 공적원조사업과 연구를 수행하면서 지난 400여 년간의 제국주의 이후 현재에도 소수 강대국이 주도하는 세계경제체제하에서 여전히 최빈국의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보았다.       
감염병 관리체계 역량과 공중보건위기대응 역량 강화는 굳이 정책적 근거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의학과 보건학 뿐만 아니라 생명과학, 자연과학, 공학, 커뮤니케이션, 행정학 및 법학 등 범학제적인 접근 전략과 실행에 근거하여야만 한다.
의학과 보건학 그리고 생명과학 분야를 제외하더라도 바이러스 오염시설과 지역의 관리를 위한 기술적·공학적 대책, 위기관리 대응체계와 대국민 소통을 위한 국가행정체계 개편과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 연구 그리고 금번 국제적 감염병 확산에 대한 대응을 위한 법체계 보완 및 윤리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범 중앙정부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즉, 국가 감염병 제도의 개혁과 실행을 위한 마스터플랜은 다학제 그리고 범부처가 참여하여 공동으로 준비하고 실행하여야만 한다.
30여 년 전만 하더라도 감염병의 시대는 종식되었다고 간주하던 시기가 있었다. 인간 유전자의 해독과 눈부신 의·과학기술의 발달로 감염병은 통제 가능하다고 오판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인류 역사보다도 지구상에서 바이러스 역사가 더 오래된 것처럼 바이러스는 현대사회의 특성과 의·과학기술의 발전에 대응하여 성공적으로 진화하고 신종 감염병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바이러스의 역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은 과거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감염병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이러한 ‘바이러스의 역습’에 대비하여 국가 감염병 관리체계의 개혁과 정상화는 필요성을 넘어 우리 세대의 책무이다. 과학기술 발전과 세계화, 그로 인한 신종감염병의 등장은 궁극적으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초래한 것이기 때문이다. 
신종 감염병과 같은 ‘바이러스의 역습’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보건 의료와 의학계뿐만 아니라 범학제적인 그리고 사회 모든 분야의 공동의 책임과 노력 그리고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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