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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문고 3년, 덕성여대 4년"
"상문고 3년, 덕성여대 4년"
  • 안길찬 기자
  • 승인 2001.03.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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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3-20 10:41:45
지난 3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선 근래 보기 드문 뜨거운 언쟁이 벌어졌다. 사립학교법을 둘러싸고 ‘절대개정’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교육·학부모단체 대표와 ‘개정불가’를 고수한 사학법인 대표간의 설전은 3시간이 넘도록 계속됐다.

이날 공청회는 의견조율에 실패해 법 개정을 당론으로 확정하지 못한 민주당 교육위 위원들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민주당 내에서 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는 정대철, 신낙균 의원과 현승일 한나라당 의원까지 참석했다.

무엇보다 이날 눈에 띠는 대목은 “법을 개정해서는 안된다”는 사학법인의 논리였다. 사학법인 대표로 참석한 홍성대 씨는 “사학법인은 ‘사단법인’이 아닌 특수한 목적을 위해 개인이 재산을 출현해 설립한 ‘재단법인’”이라며 “정당한 소유권 행사를 가로막아서는 안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40년 동안 자신이 설립한 학교의 교장을 맡고 있다는 한 인사는 “엊그제까지만 해도 학교설립을 권장했는데 이제 좀 살만해 하니까 경영권을 침해하려는 것은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하는 것 아니냐”며 쏘아 부쳤다.

현승일 의원도 반대논리에 한 몫 거들었다. 현 의원은 “비리척결은 구실일 뿐이다. 여당안 대로라면 학교운영위원회가 마음만 먹으면 설립자의 건학이념도 바꿀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법 개정 반대 논리는 사학은 사적 소유물이란 것으로 귀착됐다. 그렇게 보자면 그 누구도 개인의 소유물인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간섭할 수 없는 것이다. 아무리 비상적인 전횡이 난무하고, 비리가 조장된다 하더라도 사적 소유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이점이 현재 비리사학들이 생겨나는 원인이다. 교육현장이 황폐화 되는 것도 바로 이런 논리에서 조장된다.

사학법인의 이야기를 듣다 못한 신현직 계명대 교수(법학과)는 “법인측의 논리대로라면 모든 사학의 건학이념은 바로 재정권, 인사권에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

학부모 대표로 나선 박경량씨는 “현승일 의원이 자신의 딸을 상문고에 3년, 덕성여대 4년간 다니게 하면 아마도 사학의 진정한 현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어쩌면 학교법인을 사적재산으로 보는 사학법인의 몰이해가 사립학교법이 개정돼야만 하는 근본적 이유인지도 모른다. 안길찬 기자 chan121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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