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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초불확실성의 시대, 지금 우리는 무엇이 필요한가?
[기고] 초불확실성의 시대, 지금 우리는 무엇이 필요한가?
  • 교수신문
  • 승인 2020.02.06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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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과학대학교 이스포츠과 미디어 조교수/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영국 러프버러대학 커뮤니케이션 정치경제학/골드스미스 런던대학 TV 저널리즘 전공
최은경 교수
전남과학대학교 e스포츠과 미디어 조교수/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
​​​​영국 골드스미스 런던대학 TV 저널리즘 석사
영국 러프버러대학 커뮤니케이션 정치경제학 박사

지난 12월 31일 중국 우한시에서 원인불명의 폐렴 환자 27명이 발생했다는 뉴스가 처음 보도된 이후, 한 달여 만에 전 세계가 정확히 명명조차 할 수 없는 바이러스 공포에 휩싸였다. 중국 내 사망자가 증가하고 세계 곳곳에서도 감염 확진자가 발생하자, 각국 정상들은  우한 거주 교민 보호에 즉각 나섰다. 우리 정부와 지자체도 앞장서 방역 체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일부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는 휴업 및 개학을 연기하고 있다. 중국 유학생 7만여 명이 있는 대학에선 입학식, 학위수여식, 취임식, 연수 같은 교내외 대형 행사를 취소/연기하고 있으며, 2월 5일 교육부는 대학 개강 연기를 권고했다. 

병원체가 확인되지 않은 ‘신종감염병증후군’은 우선 이름 논쟁을 벌이고 있다. 우한 지역에서 발생해 ‘우한 바이러스’, ‘우한 독감’, ‘우한 폐렴’이라고 부르기도 했으나, 100년 전 미국에서 창궐해 수 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 사례가 있어, WHO는 지역명이나 동물, 특정 직군이 포함된 이름의 사용을 자제시키고 있다. 시의성과 편의성을 고려해 현재 ‘코로나바이러스’로 부르고 있는 신종 바이러스 현상에는  몇 가지 밝혀진 정보가 있다. 첫째 중국, 우한에서 발생했다.

둘째. 사람에게 빠르게 전염된다. 셋째. 아직 치료약이 없다. 모두가 현실이라 더욱 공포스럽다. 정체불명의 외계인, 괴물, 질병을 만나면 인류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미 수많은 공상과학 영화에서 학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공포의 끝을 알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니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고 사실이 알고 싶다. 치사율은 얼마나 되는지, 확진환자 접촉자는 얼마나 동안 격리해야하는지, 방역은 어디까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손소독제와 마스크 사용 외 일상에서 감염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신문과 방송은 국민들이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잘 알기 때문에, 관련 소식을 쉴 틈 없이 쏟아내고 있다. 온라인 서비스 플랫폼의 커뮤니티, 블로그, 카페, 유튜브, SNS도 거들며 엄청난 관련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에서 수집한 보도 동향을 보면, 국내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1월 20일을 기점으로 관련정보는 25일 3만 2792건, 26일 3만 8582건, 27일 6만 5112건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사람들은 공식 뉴스 채널에서 정보를 얻지만, 온라인에서 확산된 비공식 정보량이 정부와 공공기관이 발표한 공식 정보보다 훨씬 많았다는 분석도 나왔다.(https://news.joins.com/article/23691497)

게다가 이 많은 정보 중에는 가짜 뉴스가 있었고, 가짜뉴스가 더 많은 사람에게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첨단 기술 환경에선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일이 더욱 쉽고 간단해졌다. 예컨대 온라인에서는 정확하지 않은 감염자 수, 충격적인 사망자 동영상, 유령도시를 탈출해 국경을 넘는 감염자들의 개인 정보 등 오류가 있을 수 있는 정보가 통제불가능할 정도로 생산되어 유포되고 있다. 게다가 중국과 중국인 포비아는 폭력과 대립을 부추기고 있으며, 신종바이러스 괴담 때문에 민생 경제는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격리 중인 우한 교민의 사생활을 경쟁해가며 보도하는 현실은 희생자들과 희생자 가족 및 주변인들에겐 너무 잔인하다. 

의도를 가지고 조작된 정보와 유언비어는 사회를 쉽게 분열시키고 병들게 한다. 비록 파편적 정보가 아무리 많아도 그것을 연결할 진실이 부재하면, 주장은 선동일 뿐이다. 사실의 일부가 전부인 것처럼 확대 해석하거나, 불완전한 검증 과정에 있는 정보를 진실로 확신하게 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면 결국엔 사회 구성원들이 어렵게 합의한 상식이 흔들릴 수도 있다. 사회가 급격히 변하기 때문에 초불확실성은 시대 현상이라고 한다. 실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예고도 없이 찾아올 수 있기 때문에 불안과 공포는 상시 편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류가 어렵게 쌓아온 올린 상식의 탑에는 다음 세대를 위한 진심이 담겨져 있다. 때문에 미래를 이끌게 될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그 진심을 발견할 수 있다. 단 기성세대가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지 않고 기본을 지키는 일에 충실해야 한다. 기성 언론도 마찬가지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경험하며 ‘재난보도 준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공감했던 우리는 다시 한번 우직하게 원칙을 지키는 저널리즘이 필요하다고 외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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