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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대학, ‘커먼즈 패러다임’에서 길을 찾다
위기의 대학, ‘커먼즈 패러다임’에서 길을 찾다
  • 김범진
  • 승인 2020.02.06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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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한국대학학회 심포지엄
한국대학학회가 ‘대학의 미래와 커먼즈 패러다임’이라는 주제로 서강대에서 주최한 31일 심포지엄의 모습. 사진은 왼쪽부터 김서현 제주대 교수, 정남영 전 경원대 교수, 박주원 영남대 교수, 성열관 경희대 교수. 사진=김범진 기자
한국대학학회가 ‘대학의 미래와 커먼즈 패러다임’이라는 주제로 서강대에서 주최한 31일 심포지엄의 모습. 사진은 왼쪽부터 김서현 제주대 교수, 정남영 전 경원대 교수, 박주원 영남대 교수, 성열관 경희대 교수. 사진=김범진 기자

<폐허의 대학>(The University in Ruins) 저자 빌 레딩스에 따르면, 오늘날 대학의 모습은 ‘관료주의적 기업체’로 요약된다. 국민국가의 문화적 기반이자, 시민 양성의 산실이라는 전통적인 역할과는 거리가 멀다. 그 대신 대학은 자본과 국가의 이중적인 통제와 활용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흔하다. 이 같은 흐름은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된 신자유주의의 여파가 대학에 미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편에서는 ‘자본의 전지구적 지배’로 요약되는 현재의 자본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커먼즈’ 담론이 생겨나고 있다. 커먼즈는 원래 서구의 근대화 과정에서 인클로저를 통해 축소, 소멸됐던 공유지를 일컫는 용어다. 이 용어에서 파생된 커먼즈(협동조합) 담론과 실천은 이제 자본 또는 국가의 지배구조와 대립하는 패러다임으로 제기되고 있다. 제러미 리프킨은 <한계비용제로사회>(The Zero Marginal Cost Society)에서 자본주의의 심화는 도리어 그 종언을 재촉하고 머지 않은 미래에 ‘글로벌 협력적 공유사회’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했다.

“(대학은 스스로를 더) 자기의식적으로 커먼즈로 사고해야 한다”는 말은 대표적인 커먼즈 이론가 중의 한 사람인 데이비드 볼리어의 말이다. 그는 대학이 전통적으로 커먼즈임을 지적했다. “대학은 시장과 국가와는 독립된 기관이고, 개방성과 나눔 협력의 윤리학 위에 서 있고, 최대이익과 자본축적이 아니라 진리에의 호기심과 추구에 의해 활력을 얻는 곳”이라는 점이 그가 내세운 근거다.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에서 재직 중인 박서현 교수는 지난 31일 서강대 하비에르관에서 열린 2020년 한국대학학회 심포지엄의 발제자로 나서 “(커먼즈 패러다임은) 여러 영역과 주제로 확장, 적용되고 있다”며 “교육커먼즈에 대한 구상도 신자유주의화된 대학의 폐해를 극복하고 그것의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대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서현 교수는 이어 “국가나 시장에 의해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협동적 거버넌스로 운영되는 협동적 대학이 일종의 교육커먼즈로서의 대학일 수 있다”며 최근 국내외에서 논의돼 온 협동조합으로서의 대학에 대한 아이디어를 소개했다.

이날 두번째 발제자로 참석한 윤지관 덕성여대 명예교수는 “현재 대학이 처한 위기국면에서 대학의 존재이유와 그 의미를 새롭게 사유하고, 대학의 미래를 구상하는 데에 커먼즈 패러다임이 이론적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커먼즈 패러다임이 자본주의에 대한 극복으로 공유와 협력을 전제하는 공유경제의 영역을 확장하려는 실천이라며 “대학을 커먼즈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무엇보다 사적 소유와 국가 통제라는 두 선택지와 맞서거나 벗어나 있는 공유의 영역에 대한 이해와 분석을 통해 (대학 위기에 제대로 대처할) 이론적 틀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첫 발제자로서 커먼즈 개념을 설명한 정남영 전 경원대 교수는 “공통감각이 소외된 채 지독한 소외와 망각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공통감각의 회복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공통감각의 회복에서 중요한 것은 커먼즈의 존재 자체”라고 당위를 덧붙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박서현 교수는 발제 말미에 이와 같은 대학의 변혁은 교수사회의 자기변화와 집단적 실천을 선결조건으로 한다면서, 그동안 교수사회에 존재해온 몇몇 병폐들을 지적하며 “대학들이 교육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현상들에 대한 대학 구성원의 자기비판과 대학을 변화시키기 위한 집단적 실천 없이 대학의 운영이 그 구성원들에 의해 진정 자율적, 민주적, 집단적 운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공상일 것”이라고 자아비판을 하기도 했다. 김범진 기자 ji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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