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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교수에 잘보여야 승진?…동국대 승진심사제도 폐해
선배교수에 잘보여야 승진?…동국대 승진심사제도 폐해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1.03.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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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3-20 11:27:40
소장학자가 연구와 교육, 봉사업적에서 합격점을 맞고도 동료교수들이 평가하는 ‘인성평가’ 한 분야에서 불합격을 맞아 승진 탈락과 함께 강단에서 내몰리는 사건이 동국대에서 발생했다.

심희기 동국대 교수(법학과)는 지난달 28일자로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심교수의 재임용 타락 사유는 ‘인성평가 점수부족’.

그러나 이 ‘인성평가’는 그 동안 개인적 감정에 의한 주관적 평가가 개입될 소지가 많아 교수들로부터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던 항목이다.

실제로 심교수의 재임용탈락이 ‘인성평가 점수 부족’으로 알려지자 다른 대학의 한 인사위원은 “폐단이 커 시행이 중지되거나 개정될 때까지 각 대학의 인사위원들은 대부분 거의 전 항목마다 만점을 주다시피 해왔다”고 말했다.

동국대 교수회도 “인성평가 규정을 적용해서 교수직을 박탈한다면 교수들은 연구와 교육은 뒷전으로 한 채 다른 것-선배교수에 잘 보이기-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며 문제점을 지적하고, 인성평가 전면개정과 심 교수에 대한 재심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동국대에서 승진심사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연구, 교육, 봉사업적 뿐만 아니라 매 학기 정교수들이 채점하는 ‘인성평가’에서 일정점수 이상을 획득해야 한다. 정교수 승진의 최 저점은 80점.

그러나 이 항목의 내용을 살펴보면 교육자로서의 인격과 품위, 인간관계의 원만성 등 심사자의 주관적인 평가가 개입될 소지가 많은 항목이 30점이다. 나머지 70점은 강의나 학사업무와 관련된 것으로 일정부분 객관적인 평가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표 참조)

심사는 같은 단과 대학의 정년보장 교수들로 구성된 인사위원들이 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만일 선배교수들에게 밉보일 경우 인사위원이 낙제점을 줘 아무리 연구와 교육업적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재임용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는 제도이다.

심교수는 학과장으로 재직당시 이번 심사에 참가한 몇몇 교수들과 신임교수임용, 강사배정 등의 문제를 놓고 갈등을 겪은 적이 있으며 이로 인해 학과장직에서 해임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심 교수의 심사결과는 몇몇 교수가 40점대의 낙제점을 준 것으로 알려져 학내 교수들의 충격이 더하고 있다. 심교수는 청원서를 통해 “지난 3년간 ‘학사운영에 대한 협조성’ 영역에서 어느 것 하나 소홀한 적이 없다”며 평가근거의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연아무개 학장(법학과)은 “성적정정 정도 항목에 7점에서 1점까지 줄 수 있는데 한번이라도 했으면 평가자에 따라 1점을 줄 수도 있다”고 답변했다.

동국대 교원인사 평가내용

△교육자로서의 인격과 품위 △인간관계의 원만성 △대학 및 학과 발전을 위한 노력 - 각 항목당 10점 만점
△학사운영에 대한 협조성:책임시간 충족정도, 성적정정 정도, 학과회의 참여도, 입시업무 참여도 및 협조성 등 총10개항목, 항목당 7점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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