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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좌담] ④ 대학구조조정의 정책방향과 대안의 문제
[신년좌담] ④ 대학구조조정의 정책방향과 대안의 문제
  • 김범진
  • 승인 2020.01.30 2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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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대학의 현황과 과제 그리고 전망

<교수신문>은 신년을 맞아 2019년을 결산하고 새로운 한 해를 그려보는 좌담회를 한국대학학회와 공동으로 기획했다. 지난 8월 시행과 함께 대학사회의 변화를 초래한 강사법과 오는 3월 31일 합법화를 앞두고 있는 교수노조, 대학평가, 사학혁신 추진방안, 국가교육위원회 이슈 등 대학사회 전반과 한국사회를 논한 이번 좌담에는 김종엽(한신대), 조상식(동국대), 홍성학(충북보건과학대) 교수가 참석하고 윤지관 전 한국대학학회장(덕성여대 명예)이 좌장을 맡았다. 기획 및 정리 김범진 기자 jin@kyosu.net

[신년좌담] 2020년 대학의 현황과 과제 그리고 전망

참석자: 김종엽(한신대, 사회학) 조상식(동국대, 교육학) 홍성학(충북보건과학대, 산업경영학) 윤지관(덕성여대, 영문학, 사회)

좌담일자 및 장소: 2019년 12월31일 (화) 오후 1시, 교수신문 회의실

목차

  1. 대학과 교수사회, 지난 한 해 돌아보기 
  2. 조국 사태 논란과 교수사회의 분열, 교수의 정치적 참여 문제
  3. 대학입시와 공정성 문제, 대학과 사회 불평등 문제
  4. 대학구조조정의 정책방향과 대안의 문제
  5. 사학비리문제에 대한 정부대책과 공영형 사학의 가능성  
  6. 교수사회 구성 변화와 비정규교수 문제
  7. 교수노조 합법화와 대학 교수사회
  8. 대학공동체의 지향 가능한가-신년 전망
‘2020년 대학의 현황과 과제 그리고 전망’을 주제로 한 좌담회가 지난 31일 교수신문사에서 열렸다. 윤지관 덕성여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 교수,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 교수,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 경영학 교수가 참석했다.
‘2020년 대학의 현황과 과제 그리고 전망’을 주제로 한 좌담회가 지난 31일 교수신문사에서 열렸다. 윤지관 덕성여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 교수,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 교수,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 경영학 교수가 참석했다.

④ 대학구조조정의 정책방향과 대안의 문제

윤지관(이하 윤): 결국 대학서열의 해소 내지는 개선 문제가 핵심이 될 수밖에 없음에도, 접근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이 문제는 알고 보면 국가 재정의 투입과 연관돼 있고, 대학구조조정 국면이라는 현실과도 직결되어 있다. 재정지원과 연동해서 대학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방향은 과연 대학 서열체제해소나 완화라는 중요한 개혁과제를 달성하는 방향인가, 아니면 역방향을 취하고 있는가? 

홍성학(이하 홍): 대학서열 자체도 문제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학서열이란 게 덜 부실대학, 더 부실대학으로 서열화돼있다는 게 문제다. 부실대학으로 서열화시켜놓고, 우수한 것처럼 속이고 있다. 그럴 게 아니라 고등교육정책의 비전을 세워서 더 우수대학, 덜 우수대학으로 서열화해야 한다.

또 하나는, 대학서열에 근거해 구조조정을 하다 보면 분명히 지방대학이 먼저 불이익을 당한다. 그렇다 보면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되고, 지방은 공동화 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대학서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나라의 존폐와도 연결돼있는 것이다.

이게 대통령 혼자서 될까? 교육부 탓도 있지만,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집행하면서 교육정책까지도 상당히 좌우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내건 정책 중 대표적인 게 공영형 사립대인데, 교육부가 추진하려고 노력해도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다 삭감하고 국회에 보낸다. 기획재정부는 교육을 교육으로 보지 않고 경제 논리로 접근한다. 학생 숫자 줄어드는 대학에 왜 투자를 해야 하느냐는 시각이다.

대학서열을 같은 대학 내에서 접근해야 할 가장 큰 이유는 고등교육 생태계다. 지방대학이 불이익을 받아서 지방대학부터 존폐 위기에 닥치면 서울에 있는 대학들은 괜찮은가? 지금 대학원만 하더라도 학생들이 대학원을 잘 안 간다. 졸업 후 취업자리 등을 고려해서 잘 안 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수도권에 학부생은 올지 모르지만 대학원이 망가지고, 결국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고등교육 생태계가 망가지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지방대학도 살고 수도권도 같이 살아가는 고등교육 생태계를 확립해 나가야 한다.

조상식: 지금 교육부 정책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행정적인 접근 같다. 국가 의제로서의 대학서열 문제와 기능적 분화를 초점에 두지 않는 것 같고 그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대학서열 문제를 단일의제로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교육학자로서 저는 교육정책이 교육정책만으로 해결되기 힘들다고 본다. 오히려 노동시장을 건드려야 한다. 

거기에 전문대학과 종합대학의 차이가 있다. 이를테면 현재 노동시장에서 전문대는 학생 수 확보 자체가 어렵다. 그것은 노동시장에서 전문대학과 종합대학이 위계화되었기 때문이다. 외국의 잘 돼 있는 전문대학 시스템은, 실용적 학문을 전부 전문대학에 준다. 자동차학과나, 자동차디자인학과는 석사급으로 전문대학 체제에 들어있다. 노동시장에서 서로 병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이처럼 대학 자체가 기능적으로 분화하는 것이 대학서열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다. 교육부가 취했던 특성화 정책의 버전업 형태로 추진을 해야 한다고 본다.

: 현 구조조정 방향은 획일적인 기준에 의한 평가로 서열을 매기고 그에 따라서 차등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지방대와 전문대 문제를 낳는다. 대안이 있다면 특성화, 말로만 특성화가 아닌 대학의 진정한 특성이 살아나는 방식으로의 구조개혁을 동반해야만 구조개혁의 의미가 살고 대학도 선진화할 기회가 될 텐데, 현재는 어떤가 물어볼 수 있겠다.

: 특성화가 당연히 중요한데 여기에 정체성의 문제도 있다. 지금 대학서열을 보면, 수도권에서부터 지방으로, 일반대학에서 전문대학으로 되어있는데 일반대학의 숫자가 굉장히 늘어났고 산업대학은 줄었다. 그건 교육부가 잘못한 거다. 이명박 정부 때 산업대학이 필요 없다면서 산업대학이 일반대학이 될 수 있도록 규제완화를 했고, 전문대학과 일반대학을 합쳐서 일반대학으로 만들어주면서 전문대학이 줄었던 것이다. 문제는 일반대학이 됐으면 일반대학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학과는 상당히 전문대학 학과를 그대로 따라간 것이다. 일반대학에 없었던 학과를 일반대학에 만들어서 그대로 하는 것이다. 일반대학이 일반대학 역할을 못하고, 서열 내에서 위치만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 설명회는 단상 점거로 무산됐지만, 대학구조조정은 어쨌든 진행될 것이다. 각 대학에 정원조정을 자율적으로 맡기는 방식을 주축으로 진행되고 있고, 개선했다는 평가 기준은 여전히 획일적이다. 3주기 구조조정을 마치고 나면 대학 꼴이 어떻게 될 것이며, 그런 문제를 막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있는지, 그리고 그걸 실현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는지 논의해보자.

김종엽: 교육부와 기재부 하는 게 못마땅하지만, 그렇게 되는 이유가 있다. 우선 예산편성권을 기재부가 갖고 있다는 게 특이한 거다. 미국은 그걸 백악관이 갖는다. 백악관은 예산을 무기로 국회의원을 불러서 협조하라고 협상을 한다. 그런데 한국은 국회의원이 힘없는 청와대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기재부와 잘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고등교육예산을 조정하려면 누구를 쑤셔야 하는가. 청와대도 아니고, 지역 의제가 아니면 관심 갖지 않는 국회의원들도 아니다. 그래서 어렵다.

어떻게 한 나라의 대통령이 하겠다고 했던 공영형 사립대 예산을 0원으로 깎을 수 있었는지 알아봤다. 신규예산이지 않느냐는 답을 들었다. 신규예산을 집어넣으려면 기재부 사람들의 자발적 동의가 있거나, 혹은 기재부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합의된 내용이니 넣으라고 지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정치적 투입이 있었는가? 대통령이 교육부 장관과 기재부 장관 사이를 조정해줬는가? 그건 제가 모르는 것이지만, 안되는 건 역시 정치적 투입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정치적 투입이 없는 상태란 어떤 것이냐? 교육개혁을 한다는 것과 구조조정은 다르다. 구조조정은 진통제를 어떻게 주사하느냐의 문제다. 그래서 어떻게 불만을 적게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러면 제가 정책담당자라도, 이 정책을 내면 누구는 분노할지, 누구는 단상을 점거할지, 그리고 그것이 언론에 의제화될지 가늠을 하고, 아닐 것 같다면 그냥 하는 거죠. 구조조정을 할 때 제일 큰 문제는 양을 맞추는 거다. 양을 맞추기 위해 수량적 조절의 약한 고리는 무엇이고, 약한 고리를 건드렸을 때 무슨 문제가 생기는지를 가늠하는 것과, 위기가 왔으니 이걸 한 단계 나아가는 기회로 삼자는 것은 전혀 다른 발상이다. 후자의 발상은 강력한 정치적 투입 없이는 잘 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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