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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좌담] ③ 대학입시와 공정성 문제, 대학과 사회 불평등 문제
[신년좌담] ③ 대학입시와 공정성 문제, 대학과 사회 불평등 문제
  • 김범진
  • 승인 2020.01.30 2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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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대학의 현황과 과제 그리고 전망

<교수신문>은 신년을 맞아 2019년을 결산하고 새로운 한 해를 그려보는 좌담회를 한국대학학회와 공동으로 기획했다. 지난 8월 시행과 함께 대학사회의 변화를 초래한 강사법과 오는 3월 31일 합법화를 앞두고 있는 교수노조, 대학평가, 사학혁신 추진방안, 국가교육위원회 이슈 등 대학사회 전반과 한국사회를 논한 이번 좌담에는 김종엽(한신대), 조상식(동국대), 홍성학(충북보건과학대) 교수가 참석하고 윤지관 전 한국대학학회장(덕성여대 명예)이 좌장을 맡았다. 기획 및 정리 김범진 기자 jin@kyosu.net

[신년좌담] 2020년 대학의 현황과 과제 그리고 전망

참석자: 김종엽(한신대, 사회학) 조상식(동국대, 교육학) 홍성학(충북보건과학대, 산업경영학) 윤지관(덕성여대, 영문학, 사회)

좌담일자 및 장소: 2019년 12월31일 (화) 오후 1시, 교수신문 회의실

목차

  1. 대학과 교수사회, 지난 한 해 돌아보기 
  2. 조국 사태 논란과 교수사회의 분열, 교수의 정치적 참여 문제
  3. 대학입시와 공정성 문제, 대학과 사회 불평등 문제
  4. 대학구조조정의 정책방향과 대안의 문제
  5. 사학비리문제에 대한 정부대책과 공영형 사학의 가능성  
  6. 교수사회 구성 변화와 비정규교수 문제
  7. 교수노조 합법화와 대학 교수사회
  8. 대학공동체의 지향 가능한가-신년 전망
‘2020년 대학의 현황과 과제 그리고 전망’을 주제로 한 좌담회가 지난 31일 교수신문사에서 열렸다. 윤지관 덕성여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 교수,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 교수,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 경영학 교수가 참석했다.

③ 대학입시와 공정성 문제, 대학과 사회 불평등 문제

윤지관(이하 윤): 문재인 정부가 노력은 하고 있지만, 과연 촛불로 수립된 정부에 걸맞은 개혁을 하고 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특히 교육 부문이 가장 큰 의문이었고 이 문제는 조국 사태를 통해서도 불거졌다. 조국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과연 정부가 문제를 제대로 짚고 있는지 한번 이야기해보자.

조상식(이하 조): 조국사태 이전에 정유라 사건이 이슈화되면서 대학입시 문제가 사회적 문제가 됐다. 그 잣대가 사회적 공정성이었다. 그런데 공정성이 한국사회에서 다른 나라와 달리 독특하게 감지되는 게, 공적 객관성으로 의미가 전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정시와 수시의 이분법이다. 2018년 공론화 과정에서도 정시와 수시가 의제로 붙여졌는데, 학력고사 세대는 정시가 공정할 것이라는 신화적인 믿음을 갖고 있다.

IMF 사태 이후 한국사회는 많이 변했고, 정시와 수시는 그에 대한 인식과는 다른 판으로 바뀌고 있지만 40%는 아직도 정시에 대한 믿음이 있다. 이 여론대로 정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연구결과를 보면 정시가 오히려 강남 8학군과 가정배경이 좋은 아이들에게 유리하다. 내신이 약하고 재수의 여력이 있는 8학군 계층이 정시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한편으론 수시가 갖는 교육적 정당성도 없지는 않다. 이를 테면 중고등학교에서 평가의 결과가 아니라 교육의 과정을 반영하고 학생의 잠재력을 기반으로 학생을 뽑아야 한다는 교육적 명분은 분명하다. 그래서 정시 숫자는 40% 선에서 지켜지지 않을까 한다.

: 대책이 나오긴 했지만 공정성 문제가 사회적 불평등보다 입시에서의 공정성으로 좁혀진 면이있다. 대통령이 나서서 정시 확대를 지시하기도 하고. 과연 그게 적절한 대응이 될 수 있는가?

: 전형적으로 한국적인 것이다. 입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김종엽(이하 김): 조 선생님 이야기에 대부분 동의하는데 우선 생각해야 할 건 앞서 홍 선생님도 얘기하신 것처럼 교육이 굉장히 큰 문제인데, 의제가 좁혀졌다는 거다. 넓은 의미의 정의라 할만한 걸 의제화하기 보다는 입시절차의 공정성으로 의제가 줄어들고, 그 다음은 정시와 수시 중 어느 게 좋은 제도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진 뒤, 비율을 어떻게 조정하느냐는 식으로 의제가 축소되는 과정이었다.

그것 자체가 우리사회의 이데올로기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넓은 의미의 불평등 문제라면 사회 불평등을 이야기할 수도 있고 학교 제도나 입시를 둘러싼 불평등 이야기나 가정의 불평등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지금 굉장히 심각하게 문제된 건 가정의 불평등을 학교가 시정하기보다 그대로 재생산하거나 심화시키는 형태가 되고 있다는 것이고, 그러니까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가정의 문제가 손대기 어려우니 학교에 정책개입을 해보자면 대학서열을 줄이는 것, 그리고 특목고나 영재고에는 재정을 많이 주는 반면 일반고를 키우자면서도 정작 일반고에는 재정을 안주는 문제 등에 대해 폭넓게 논의할 수 있는데, 자꾸 입시문제로 의제가 줄어들었고, 2018년 공론화도 그 중심으로 논의됐다.

여러분야의 논의가 있지만 교육학자들은 정시가 계층 불평등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저는 이건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능도 도입 당시의 취지는 주입식 교육의 한계를 넘어서 보자는 거였다. 학생부종합전형도 학생들이 너무 주입식, 입시 위주로 공부하는 걸 벗어나보자는 취지였지, 계층 불평등을 완화하자는 제도가 아니었다. 계층 불평등을 완화하려면 사회적배려전형을 확대하면 될 것이다. 정시와 수시의 비율을 조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의제 축소가 제일 유감스러웠다. 이 기회에 여러 교육 문제에 대해 많이 논의를 했다면 여러 분야의 교육의제를 발굴할 수 있었을텐데, 그 정도로 봉합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학종이 75% 되는 대학만 딱 찍어 조사하는 식에서 그치는 건 제가 보기엔 정치적, 정책적으로 불만을 최소화한 측면이 있다. 수도권 대학 이하로 내려가게 되면 학종을 많이 안한다. 비용도 많이 들고 어렵고 힘드니까 그렇다. 대신 학생부교과전형을 많이 한다. 그래서 사실 서울 상위권 대학들에서 일어나는 학종의 과잉팽창만 쳐내는 정도로 사회적 불만을 위로하고 끝냈다. 검찰개혁 등에 비하면 의제가 너무 많이 축소됐다.

: 교육과 사회 불평등 문제, 학교교육을 통해서 사회계층이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측정하는 사회이동모형을 보면, 2000년대 이후 한국사회에서는 대학교육이 사회계층의 불평등을 개선하는 기능이 줄어들었다는 실증적 연구가 많이 나왔다. 가장 최악의 경우가 유럽사회인데, 어떤 의미에서는 한국사회가 유럽사회로 가고 있다. 사회적 역동성과 계층 간 이동 자체가 무뎌지는 사회로 가고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한다.

한국사회에서 교육은 중간층들의 싸움터다. 상층들은 다 외국으로 보낸다. 사교육시장이 분화되고 비용이 올라가면서 하층들은 대열에서 빠졌다. 이른바 ‘중중’부터 ‘중하’까지의 싸움이라고 저는 본다.

그래서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안이 국가가 나서야 할 더 큰 의제이다. 사회적배려자 전형 확대라든가, 직업교육 현실화, 노동시장에 손 댄다든가 하는 정책개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홍성학: 아무리봐도 학벌중심사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학벌중심사회 안에서 서로 공정성 얘기를 한다고 한들 학벌중심사회는 여전히 공고하게 자리잡고 있다. 능력중심사회가 꼭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학벌중심사회에서 능력중심사회로 옮겨갈 것인가가 먼저 얘기돼야 할 것같다.

요즘 교육이 계층 사다리 역할을 못하고 있기도 하지만, 획일화된 사다리의 문제도 있다. 사람은 다양한 존재이고, 다양한 분야에 다양한 사다리가 존재해야 한다.

사회 불평등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관계를 해결해야 한다. 대기업에서 3차 협력업체까지 가게되는데, 대기업은 주문만 받을뿐 실질적인 일은 3차 협력업체가 하고 이익은 대기업이 가장 많이 가져간다. 이런 구조에서는 정의도 안되고, 능력중심사회도 안된다. 그것도 대기업의 일종의 불로소득이다.

대학서열을 어떻게 타파할 것인가도 문제다. 박근혜 정부 때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었다. 그래서 수도권 많은 대학들이 공교육 정상화 명목으로 재정지원을 받았다, 그런데 조국 사태를 통해 되돌아보면, 그들은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를 안한 것이다. 대학서열에 가장 앞장선 그들 대학이 어떻게 법을 통해 지원을 받을 수 있는가를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대학서열을 타파하기 위해 공동선발, 공동학사운영을 확산시켜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것을 차라리 대학재정지원과 연계하면 어떨까.

학벌중심사회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전문대학에 대한 재정지원도 늘려야 한다. 교육과 사회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저소득 가정 자녀들이 많이 가고 있는 전문대학에 국가 재정을 지원해서 공공성을 확대해야 한다. 박근혜정부 때도 능력중심사회를 만들겠다며 전문대에 재정지원을 늘리겠다고 언급했는데, 아직까지 시정되지 않고 있다.

교육부의 대학진단편람 설명회 자료를 보면 전문대학은 OECD 대비 1인당 공교육비가 52.8%에 불과하다. 일반대학도 물론 68.5%밖에 안된다. 일반대학도 공교육비가 형편없고, 전문대학은 더 형편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지표를 보면 핀란드는 대학 진출한 학생들의 사회기여도가 100%에 가까운데 우리는 40%가 안된다. 그렇게 경쟁을 치열하게 했으면 그만큼 사회에 기여해야 하는데, 기여도는 엄청 떨어진다. 대학서열만 있고, 대학은 부실하다.

: 대학서열의 가장 하위에 있는 전문대는 대학 구조조정 국면에서도 가장 타격을 입는다. 전문대를 어떻게 지원하고 획기적으로 변화시켜 나가느냐는 대학서열 문제, 사회 불평등과도 연관된다, 특히 저소득층이 전문대에 진학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 때문이라도 전문대에 대한 재정 지원이 획기적으로 늘어야 한다는 요구는 오랫동안 있어왔다. 그러나 이 정부 들어서도 제대로 안되고 있다.

사실 조국 사태에서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었지만 그 가운데 부각된 것은 서열 상위대학을 가기 위한 공정성을 확보해달라는 요구였다. 일류대 중심주의가 학부모들의 욕망과 결합해 작동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 부분을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문제가 제기됐는데, 정부 정책은 입시로 아주 의제를 축소시켰다. 우리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 나가야만 불공정과 교육 불평등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까?

: 대학서열과 학벌 문제는 약간 차이가 있다. 학벌 문제는 후광효과까지 따지면 복잡한 반면, 서열 문제는 선명하다. 교육개혁 의제 중 가장 큰 덩어리가 하나는 지배구조 즉 사학개혁이고, 또 하나는 서열 문제다.

대학서열을 어떻게 탈피할 것이냐는 좋은 안의 유무 여부 이전에, 정치적으로 해볼만한 안이 있느냐의 문제, 그리고 그 안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개혁이 필요하느냐는 문제가 있다. 개혁세력의 문제이기도 하고, 집권세력의 정치철학과 추진력 문제이기도 하다.

저는 대학서열 문제 정도라면 대통령의 의제라고 생각한다. 이게 왜 안되느냐?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직접 관할하고 챙기겠다는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 대통령의 가장 큰 화두는 남북관계와 검찰개혁이다. 

대통령이 이런 걸 안하면 어떡하느냐 말할 수도 있겠지만, 역대 대통령들이 자기 의제라는 걸 한 두 개밖에 못하는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면도 있다고 본다.

대통령의 의제는 그 자신의 개인적 생애를 통해 형성되기도 하지만, 결국은 한 사회의 사회적 압력과 정치적 의제화가 있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안이 만들어져도, 그 정도 의제로 떠오르지 않으면 어렵다.

: 국가적 의제화가 되지 않으면 교육문제는 바뀌지 않는다는 말씀인데, 사실 우리 대학의 가장큰 현안인 구조조정도 상위대 지원 중심으로 가고 있고 불평등을 더 심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이 문제는 앞으로 더 자세히 짚어보겠지만, 문제는 그런 혁신을 하기 위한 동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인데, 과연 어디서 동력이 나올 수 있을까?

: 어떤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느냐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대통령의 정치적 사명 중 교육이 들어있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어야만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국가교육위원회도 큰 규모의 교육개혁에 속하는 것이다, 교육부가 가진 굉장히 중요한 구상 권한을 이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관료가 가진 거대한 권한의 핵심은 구상 기능이다. 만약 이게 대통령의 의제가 아니라면 어떤 일이 생기느냐? 교육부 관료들이 어떻게든지 새로 생기는 위원회로 자기들 권력을 확장해 들어갈 것이다.

대학서열을 깨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조치 중 어떤 것들이 의미 있었는지를 참고해보는 게 좋을 것이다. 특징적으로 기존의 서열을 깬 대학들이 존재한다. 포항공대, 카이스트, 과학기술대학, 한예종 등이다. 이들은 교육부가 아닌 다른 부처가 설립한 학교다. 그래서 예산, 재정지원과 관련해 특별한 형태의 추진력을 얻었다. 그렇게 되면 생각보다 빨리 대학서열이 깨진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나라가 그리 교육개혁이 어려운 나라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수한 대학교 몇 개를 세우는 각 부처의 활동은 쉽게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런데 전체 일반대학으로 오면 예산이 어마어마 해진다. 기재부의 손목을 비틀만한 걸 만들어내려면 대통령의 의지가 아니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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