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11-27 09:04 (금)
‘대학의 미래’ 첫 포럼, 어떤 이야기 오갔나
‘대학의 미래’ 첫 포럼, 어떤 이야기 오갔나
  • 김범진
  • 승인 2020.01.30 16: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8월 시행된 강사법에 강사와 노조 간 의견 엇갈려

“강사법이 강사들을 보호해야 하는 건데, 정작 강사를 보호하지 않는다. 이대로 가면 나도 예정된 해직자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협회 4층 강당에서 열린 ‘대학의 미래’ 첫 포럼에 토론자로 참석해 마이크를 넘겨받은 권용선 강사는 다소 격앙된 어조로 심경을 토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고등교육 정책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쟁점이 된 것은 지난 8월 시행된 후 한 학기를 넘긴 강사법이었다. 권용선 강사가 “1명의 해고자를 위해서 10년 넘게 싸우는 노조도 있는 반면, 해고된 1만명의 강사 목소리들은 누구에 의해서도 대변되지 못했다”며 이야기를 이어가자 분위기는 무거워졌다.

이에 앞서 포럼의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한교조) 전 위원장(현 자문위원장)은 강사법에 대한 강사들의 비판여론을 의식한듯 발제 첫머리에 ‘신 강사법을 위한 변명’이라는 주제를 내고 “당시는 한교조가 강사법을 지지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재차 밝혔다. 임 전 위원장은 또 현재 상황을 ‘과도기’로 규정한 뒤 추후 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권용선 강사는 “법을 개정하는 것은 법을 만드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라며 “국회의원들이 법 개정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법 개정을 계속 추진할 수는 있으되 실제로 개정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권 강사는 이어 “법의 의도와 결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강사법 자체는 강사들을 위해 만든 법이지만, 그 법의 결과는 대학이 악용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한 뒤 “법을 만드는 사람들은 실제 이 법을 만들었을 때의 결과를 생각했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지난 12월 강사법과 관련 인권연대와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을 계기로 이번 포럼에 참석하게 된 권용선 강사는 강사법 관련 한국대학신문과 하이브레인넷이 강사들을 대상으로 공동 실시한 설문조사의 배경이 강사와 노조 간 소통 부재에도 있었음을 언급하며 “이런 작업은 사실 당연히 교육부가 했어야 할 몫이다. 강사들이 강사법을 어떻게 실감하고 있는지, 적어도 한번은 물어봤어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권 강사는 또한 “가난한 사람들끼리 밥그릇 싸움하는 걸 견딜 수 없어 이번 강사공채에서 빠지겠다고 하는 친구도 있었다”고 밝힌 뒤 “(강사공채가 다시 진행될) 3년 이후엔 틈새가 더 생길 것이고, 대학들은 더 세련된 방법으로 강사법을 무력화하고 강사들을 더 줄일 것이다. 무크(온라인 대형강좌)를 시행하게 되면 강좌 수를 100개든 200개든 줄일 수 있다. 개정은 고사하고 지켜내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강사는 한교조에 대한 날 선 비판도 이어갔다. “노조는 노조를 위해서 싸운다는 느낌이다. 왜 사람들이 노조를 신뢰하지 못하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노조의 꽃은 ‘하방’이다. 현장으로 가서 강사들을 만나고, 얘기 듣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힘들겠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변하지 않을 것이다. 노조와 현장에 얼마나 갭 차이가 있는지 실감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갭 차이가 너무 커서 말씀을 드리는 게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제1 발제자로 참석했던 김명환 서울대 교수는 이에 관해 “강사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해온 한교조에 강사법의 문제가 오롯이 국한된다면 한교조는 반발할 수밖에 없겠지만, 권용선 강사의 문제의식만큼은 흔쾌히 받아들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보탰다. 김범진 기자 jin@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