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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 위반 여부와 학문적 견해는 별개"
"국보법 위반 여부와 학문적 견해는 별개"
  • 이지영 기자
  • 승인 2003.10.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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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30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박형규, 이하 기념사업회)와 학술단체연합회(상임대표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이하 학단협)가 공동 주최한 학술심포지엄 '한국민주화운동의 쟁점과 전망' 회의장에서 한바탕 혼란을 겪었다. 송두율 교수의 참석 여부에 대해 기념사업회와 학단협의 입장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이번 문제를 계기로 학계에서는 송 교수에 대한 입장을 보다 분명히 하기 위한 논의가 한창이다.

그날 '한국 민주화 과정과 정치적·이념적 지형의 변화'를 발표하기로 했던 김세균 서울대 교수(정치학)는 발표를 포기하고 회의장을 뛰쳐나갔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정치학) 역시 발표 전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발표 기회를 막은 것은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 것" 라는 내용의 개인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 이유는 송 교수가 이번 학술심포지엄에서 '한국민주화운동- 과연 성공적이었는가?'라는 주제로 기조발표를 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럽게 일정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준 정부기관인 기념사업회측이 29일 이사장단 회의를 소집 '사법적 처리가 끝나지 않은 만큼 송 교수 본인을 위해 참석을 취소하는 것이 낫겠다'고 결론 내리고 이를 송 교수에게 통보했다. 개회식에서 박형규 이사장은 "송 교수에 대한 정부의 법적 절차가 진행중인 상황이어서 유감스럽지만 발표를 들을 수 없게 됐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된 학단협은 회의에 앞서 "송두율 교수의 과거 행적, 실정법 위반 여부와 상관없이 그의 학문적 견해는 존중돼야 하기에, 기조발제 취소는 중요한 학문의 자유 침해"라며 기념사업회 측에 항의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조희연 교수와 김세균 교수가 송 교수를 찾아가 설득, 일정을 재조정해 송 교수는 5시 30분에 '나의 통일 철학'을 주제로 폐막연설을 했다. 이 자리에서 송 교수는 △상생의 철학 △평화의 철학 △과정의 철학 △민족·탈민족의 긴장관계 △아름다움의 구현 △미래의 고향이라는 6가지 개념으로 제시했다.

 

한편 신정완 학단협 운영위원장은 "송두율 교수의 입장 등 여러 가지 상황들이 유보적이기는 하나, 빠른 시일내에 긴급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송 교수에 대한 학문적 재평가를 비롯해, 학문과 사상의 자유·국가 보안법 철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논의 주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지영 기자 jiyou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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