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징벌 앞에서
저자는 전통적인 지혜, 식생활, 인간과 자연의 고리, 인간관계, 사랑, 미의식 등이 지극히도 ‘슬로우’한 것으로 비하되면서, 결국 그 잔해 위에 ‘풍요로운 사회’라는 이름을 가진 ‘괴물’이 더욱 거대해져가고 있다고 개탄한다. 한마디로 그는 환경 위기, 지칠 줄 모르는 권력욕과 물욕, 윤리적 황폐, 마약 및 범죄의 만연, 인종차별의 심화 등으로 집약되는 세계적 위기와 질병을 ‘slowing down’, 즉 속도를 늦춤으로써 가장 적절히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저자는 “패스트푸드를 허겁지겁 입에 쑤셔 넣는 대신 슬로우 푸드, 즉 자기가 재배하고 수확한 것으로 요리한 음식을 보기 좋게 그릇에 담아 여유 있게 먹고 즐기는”, 그러한 생활을 염원한다. 요컨대 “천천히 산다는 것은 최신 기술개발을 위해 쏟아 붓는 막대한 에너지나 원료 등을 소비하지 않고 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는 지나치게 서두르며 사는 것을 ‘무모한 생명의 소모’로 인식한다.
저자는 패스트푸드의 원조인 미국에서는 매일 성인의 1/4이 패스트푸드 점을 애용하고 있으며, 30년 전에 60억 달러였던 매상고가 오늘날 천백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고 개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전체 인구의 61%가 비만에 속하며, 그에 의하면 미국이 세계 제 1의 비만국이 될 수밖에 없음은 자연의 징벌에 속한다.
박호성 / 서강대,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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