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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품귀 막아라!" 대학+교수+학생이 만드는 ‘독서 라이프’
"독서 품귀 막아라!" 대학+교수+학생이 만드는 ‘독서 라이프’
  • 허정윤
  • 승인 2020.01.17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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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사람’(reader) 키우기 위한 다각도의 지원 아끼지 않는 대학들
1박2일 독서캠프, 독서 골든벨 등 다양한 시도

성리학의 대가 퇴계 이황은 何處不可讀(하처불가독) 何時不可讀學(하시불가학) “어떤 곳에서든지 책 읽기를 멈추지 말아야 하며, 어느 때에도 공부하기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고, 빌 게이츠는 독서 덕분에 자신이 부자가 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독서의 중요성은 나라와 시대를 불문하고 강조되어 왔지만, 한국의 독서율은 74.4%로 OECD 평균 76.5%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독서를 하는 사람도 일부에 몰려 있는 상황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8년에 발표한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의하면 성인의 25%는 1년에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조사됐다. 책을 가장 많이 읽는 층이라고 하는 대학·청년층의 비율도 줄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들은 ‘독서가 품귀 현상’을 막고자 학교 차원에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학교 선정도서 100권’을 정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프로그램과 지원으로 학생들의 독서 습관 만들기에 공을 들인다.

충북대는 독서문화 조성과 도서관 이용 활성화를 위해 대출량을 분석해 ‘이달의 독서왕’을 뽑아 문화상품권을 수여하고, 1년에 한 번 가장 독서를 많이 한 학생에게 총장상을 수여한다. 또 독서모임 책만세(책으로 만드는 세상)를 모집해 청주시에서 대학생(2팀)이나 시민(1팀)이 운영하는 독서모임에 독서교육 강사를 파견하고 주제 관련 도서를 제공한다. 충북대의 경우처럼 학교 도서관 차원에서 독서 분위기 증진에 연간 계획으로 독서의 사회적 가치를 올리기 위한 움직임이 있다면, 중점 사업으로 단기간에 책에 대한 흥미를 끌어 올리는 이벤트를 여는 곳도 있다.

벼리캠프는 1박 2일동안 숙박을하며 진행되는 특별한 독서 체험 프로그램이다. (사진=허정윤)

서울대는 자유전공학부 주최로 ‘겨울 독서 벼리 캠프’(이하 벼리 캠프)를 개최해 1박 2일 동안 합숙하면서 집중 독서는 물론이고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모여 독서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프로그램 설계와 재정을 지원한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는 ‘고기 잡는 그물의 코를 꿰어 그물을 잡아당길 수 있게 한 동아줄’이른 뜻의 ‘벼리’를 주제어로 설정, 사회 현안과 문제점을 논의하면서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장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있다.

벼리 캠프를 지도한 조준희 교수는 “벼리 캠프는 각기 저마다의 전공과 특색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 다양한 경험과 성취를 공유하고 선후배와 동기들 간의 친목과 교류를 다지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학교는 참여 학생들에게 동일 도서를 무상 제공하고 1박 2일 동안 파주 지지향 게스트 하우스에 머물며 읽은 책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눈다. 캠프 첫날에는 그룹별 토론과 독서, 책 관련 콘텐츠 감상으로 진행됐다. 이튿날에는 해당 도서의 저자를 직접 초청해 책을 읽으며 가졌던 의문을 직접 질의하는 시간을 가지고 작가가 생각하는 사회에 현상과 학생이 생각하는 사회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저자와의 만남 일방적 지식 제공에 그치는 것을 막고 단순 강의 형식으로 흐르는 것을 지양하자는 학교의 의지로 고안된 방식이다.

조정래 작가와 토론을 하고 있는 벼리캠프 참가 학생 (사진=허정윤)

이번 벼리 캠프에 서울대는 조정래 작가의 『천년의 질문』(해냄, 2019)을 대표 도서로 지정하고 미리 책을 참여 학생 32명에게 제공했다. 학생들의 대부분이 전 3권 중 2권을 읽어왔고, 일부는 모두 읽어 와 독서열을 과시했다. 아직 많이 읽지 못했다는 학생은 1박 2일의 시간을 활용해 집중 독서에 대한 의지를 보였고, 결국 조정래 작가를 만나기 전 독서를 끝냈다. 쉽게 만날 수 없는 작가와의 만남을 제공함으로써 독서에 대한 동기를 불러일으킨 사례로 볼 수 있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양일모 학부장은 개회사에서 학생들이 학생부종합전형 준비나 학과 수업을 위한 독서는 해도 그 이상의 독서는 하지 못하고, 대학이 분위기를 조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어 “학점에 연계되지 않은 순수한 독서경험을 제공하고자 지지향(종이의 고향)에서 캠프를 연다”고 캠프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는 능동적 독서 모델을 학교가 적극 제시하면, ‘함께 읽기’를 통해 독서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다. 실제로 이번 벼리 캠프에서 선정한 조 작가의 책은 합산 1200쪽이 넘는 장편 소설이다.

벼리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캠프 공통도서를 읽고 있다. (사진=허정윤)

벼리 캠프에 참여한 정치외교학과 최낙원 씨는 “책을 혼자 읽으며 체화하는 것도 좋지만, 함께 한날한시에 같은 책을 읽고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자유전공학부 이준원 씨는 “학과 공부량이 많아 강제력이 없다면 책을 기회가 없는 게 사실”이라며 “깊이 있게 논의 할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신청했다”고 참여 동기를 밝혔다.

선정 도서를 한줄 한줄 뜯어 읽으며 궁금한 점을 기록하는 학생도 있었다. 사회학과 최예령 씨는 ‘공짜’라서 왔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조 작가에게 소설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묻고, 자신이 바라보는 한국 사회에 대한 생각도 털어놨다. 장편 소설 읽기를 통한 독서력 증진과 영화를 곁들여 보는 다매체 활동, 자유로운 토론을 통한 사회적 확장을 목표 등, 소기의 성과를 이뤘다고 볼 수 있다.

앞서 학교별로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대학 연합을 이뤄 학생들의 교류와 독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는 학교들도 있다.

총 12개 대학(광운대, 국민대, 대진대, 덕성여대, 동덕여대, 명지대, 삼육대, 상명대, 서경대, 서울여대, 성신여대, 한성대) 도서관 직원들은 ‘독서 골든벨’이라는 책을 주제로한 퀴즈대회를 개최해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작년 말 상명대에서 제 1회를 행사를 가졌고, 결선 당일에는 총 60여 개 팀 120여 명의 학생이 열띤 경쟁을 벌여 주목을 받았다.

방송 프로그램인 ‘도전 골든벨’(KBS)의 형식을 빌려, 결선에서는 『칼의 노래』(김훈, 문학동네) 『역사란 무엇인가』 (E.H 카, 까치)를 중심으로 문제가 출제됐고 1회 우승은 동덕여대가 거머쥐었다. 독서로 학생 스스로 지식의 외연을 확장할 뿐만 아니라 대학 간의 소통의 장을 꾸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독서 골든벨에 참가한 12개 대학 학생팀 (사진=상명대)

이러한 대학내 독서 증진 움직임에 경성대 김선진 멀티미디어학부 교수는 “독서의 본질 ‘재미’에 있다”고 요약했다.

김 교수는 독서 증진 프로그램이 과거와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바일 영상과 게임 같이 독서와 경쟁하는 재미 수단이 많아졌고, 기본적으로 대학생들이 텍스트 매체를 낯설어 한다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김 교수는 “따라서 독서 증진 프로그램도 ‘100권 선정 도서’ 같은 리스트 제공보다, 학생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취향을 반영해 독서에 맛을 들일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조언하며 상금을 주는 독서 장려보다 지속 가능한 독서 개발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정윤 기자 verit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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