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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 문화칼럼]사랑이라는 동전의 전쟁 같은 뒷면
[김희철 문화칼럼]사랑이라는 동전의 전쟁 같은 뒷면
  • 교수신문
  • 승인 2020.01.13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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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B급 며느리' 리뷰

 2020년으로 결혼 6년차에 접어든 필자는 남들에게 아내에 대해 얘기할 때 이름을 부르거나 ‘세대주’님이라고 말한다. 집의 전세 계약자가 아내라서 주민등록등본을 떼보면 내가 세대주님 밑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세대주님의 말에는 대체로 복종하는 기조를 유지한다. 그래야 평화롭다. 하지만 가끔 크고 작은 전쟁을 벌이기도 하는데 그 이유들 중에서 시댁과 관련된 것들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 결혼이라는 것은 개인과 개인의 만남이 아니라 집안과 집안의 만남이라고 하나 보다. 

 영화 <B급 며느리>는 제목 그대로 시댁과 며느리간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감독 본인과 그의 아내, 감독의 어머니 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사적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눈에 콩깍지가 씌어 서로에게 푹 빠진 감독과 그의 아내는 결혼 후 아이도 낳아 키우며 알콩달콩 살아간다. 하지만 행복은 잠깐 잠깐, 여러 가지 난관들이 등장하는데 그중 시댁과의 갈등은 에베레스트 산맥급이다. 

 감독의 아내는 사법고시 1차에 합격하기도 했던 똑똑한 사람이다. 그녀는 시어머니의 한마디 한마디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고양이를 키우는 것, 손자의 옷차림 등에 매번 시비를 걸거나 설날, 추석, 제사, 시부모 시할머니 생신 등 시댁 대소사에 참석을 강요하는 시어머니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그녀는 남성을 여성보다 우선시하고 남편의 동생에게 존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고 방식에 당당히 반기를 든다. 그런데 자신의 이러한 불만들을 받아주지 않고 짜증만 내는 남편이 원망스럽다. 

 시어머니는 시어머니대로 며느리에게 섭섭한 게 많다. 며느리는 아들과 결혼해서 가족 관계가 된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며느리가 자신에 맘에 들지 않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을 마음 속에 꾸욱꾸욱 저장시킨다. 그러다가 며느리와의 갈등이 표면에 드러날 때 중간에서 괜히 성질이나 부리는 아들이 얄밉기도 하다. 내 몸에서 빠져나간 아들에게 느끼는 배신감이기에 그 어떤 배신보다 잔인할 것이다. 잔소리하는 구경꾼 같은 남편에게도 야속함을 느낀다.  
 어머니와 아들 부부는 협상을 시도하기도 하지만 결렬된다. 며느리는 더 이상 시어머니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 명절에도 시댁에 가지 않고 남편 혼자 보낸다. 손금 관상 궁합 사주 보는 곳에 가서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팔자를 풀어보니 이 고부는 대책 없는 상극이다. 두 여성이 아주 똑같은 사주팔자라서 더 그렇다고 한다. 사주풀이하는 사람의 한탄처럼 이 집안 정말 “어떡하면 좋니?”

 <B급 며느리>는 유쾌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사회적 갈등, 이슈 등을 소재로 한 다큐들이 지나친 진지함으로 인해 지루하거나 진부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인간관계와 그들간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코믹하면서도 공감의 요소가 넘친다. 선호빈 감독은 제작비를 만들기 위해 여러 사람 앞에서 피칭(pitching ‘던진다’라는 의미로 자신이 영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압축적으로 소개하여 제작비 지원이나 투자를 이끌어내는 일)하는 장면 등을 넣어 영화를 만든다는 것, 그 자체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선감독은 각종 영상 제작 아르바이트나 영상 교육으로 돈을 벌면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이 다큐를 만들었다. 감독은 아내와 어머니의 갈등 사이에 있는 자신의 상황을 직접 낭독한 내레이션을 통해 “탁구공처럼 대전과 서울을 오갔다”라고 표현했다. 아내의 시어머니 욕에 덩달아 맞춰줘야 하고, 엄마한테 가서는 며느리 흉 같이 보면서 엄마 편을 들어주면서 마치 간신배처럼 중립의 줄타기를 해야 한다. 감독의 마음고생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그것은 내가 같은 남자, 같은 남편, 같은 아들로서 그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느끼는 동질감 때문일 것이다. 여성은 여성대로, 결혼 안 한 사람은 안 한 사람대로, 나이 든 세대는 또 그 세대대로 이 영화를 보고 느끼는 것이 다를 것이다. 

 2020년 새해의 설이 곧 다가온다. 흩어져 사는 가족이 모이는 집안도 있지만 안부 인사만 주고 받고 국내외로 여행 가는 가정도 많아졌다. 다문화 가정도 전에 비해 엄청나게 많아졌다. 가족과 가정의 형태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지만 서로 배려하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라는 가족의 기본적 의미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B급 며느리>는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당신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입니까?       

김희철 감독

한국예술종합대학교 강사
'잠깐 운전하고 오겠습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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