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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무엇을 이루어가야 할 것인가?
새해, 무엇을 이루어가야 할 것인가?
  • 교수신문
  • 승인 2020.01.10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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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찬 연세대 명예교수
민경찬 연세대 명예교수

21세기 들어서면서 대학은 물론 각종 기관이 미래 중장기 비전과 목표를 세우며 “... 2020”, 또는 “... 2030”을 가장 많이 타이틀로 사용하였다. 이제 2020년이다. 과연 우리는 앞서 꿈을 꾸며 그렸던 비전, 목표가 계획대로 성취하였는가? 지난 20년의 흐름에 대한 깊은 성찰과 반성이 있어야 한다. 체계적인 분석과 진단, 방향조정과 함께 새로운 처방과 치유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교수신문이 매년 한 해를 정리하며 선정한 사자성어가, 2018년은 ‘임중도원’, 2019년은 ‘공명지조’였다. 2018년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은데, 구태의연한 행태에 맴돌고 있어, 갈 길이 멀다는 것이었다. 2019년은 서로를 이겨내며, 자기만 살려 하지만, 어느 한 쪽이 사라지면 같이 죽게 되는 것을 모르는 한국 사회의 안타까운 모습을 적시했다. 

대학 주변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이야기들이다. 정부는 대학에 자율권을 더욱 존중하겠다고는 하는데, 대학은 정부의 ‘간섭’과 ‘통제’가 갈수록 깊어진다고 하니, 구태의연한 모습이다. 총장들은 ‘자율권 확대’와 ‘등록금 인상’이 매우 긴급한 과제라고 호소하지만, 누구도 관심 두지 않아 대학들은 가라앉고 있는데, 국가 공동체의 위기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 

고등교육 영역에서, 새해를 채워갈 주요 이슈로 강사법, 교수노조, 대학평가, 사학혁신, 국가교육위원회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교육에 대한 ‘수단’적인 요소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대학과 사회가 풀어가야 할 ‘목표’가 되어 버렸다. 이러한 ‘기능’적인 요소들에 밀려, ‘본질’은 안 보이는데, 찾으려 하지도 않는 것 같다. 이런 ‘정치화’된 이슈들은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면, 새해의 희망은 누가,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 올해 총선, 2022년 대선이 이어진다. 대학들은 ‘정치’로 풀 것은 지금부터 이슈와 대안들을 제시할 준비를 해야 한다. 사실 이들은 학교 밖에서 풀어가야 할 과제들인데,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대학과 교수들이 먼저 대학 내부에서 본질적인 이슈들을 진지하게 고민하며 설득력 있게 외부로 발산시켜야 한다. 

우선 모든 대학에 시급한 재정 안정화 문제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는 정부나 정치권에 요구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정부나, 여야 정치인들이 풀어줘야 할 과제인 것은 알겠지만, 국민 정서를 넘어서지 못해 머뭇거린다. 최근 학생들까지 나서서 등록금을 인하하라는 분위기다. 이는 그동안 대학들이 재정문제에 대해 국민이나 학생들의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실패한 것이다.  

세계는 인재 전쟁 중이다. 일자리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 양극화의 가속화 등 중대한 문제들을 풀어가려면, ‘건강’하고 ‘훌륭한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지난 수십 년에 걸쳐 어떠한 인재들을 키워왔는지 반성해야 한다. 오늘과 같이 자기 성취만을 위해 ‘소시민’화되고, 경제, 교육 등 모든 영역이 정치화되어 버린 현실은 바로 우리 교육이 만들어낸 사람들에 의한 결과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대학의 책임이 크다. 그동안 대입정책은 어려서부터 점수 경쟁으로만 몰아갔고, 교육 성과는 취업률, 고시합격자 수, 연구 성과는 논문 수, 피인용 지표 등의 수치만으로 삼았다. 이러한 ‘개별 대학 중심’의 양적 표현들이 일반 국민들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었다. 대학을 전형료, 입학금, 등록금, 국민의 세금인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먹기만 하는 하마처럼 보는 이유다. 

대학은 이제 국민 대상으로 미래 청사진을 내보여야 한다. ‘일자리’, ‘불평등’ 문제 등에 대한 대학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시키며, 국민들이 대학에 투자를 확대해야 할 정당성을 찾아 드러내야 한다. 지식과 역량은 물론 사회적 책임의식을 갖춘 따뜻하고 건실한 인재들을 키워, AI 시대의 경쟁력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와 지구촌을 세워가는 일이다. 대학의 새로운 의지와 신념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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