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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리뷰 : 『도, 상상하는 힘』(이용주 지음, 이학사 刊)
주간리뷰 : 『도, 상상하는 힘』(이용주 지음, 이학사 刊)
  • 이봉호 덕성여대
  • 승인 2003.10.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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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점에 선 불사의 상상력

이봉호 / 덕성여대·도가철학

도교라는 단어를 접할 때, 나에게는 어떤 이미지가 떠올랐는가. 저자의 막연함과 달리 고구려 벽화 속에 보이는 不死의 신선이 하늘을 飛仙의 이미지들이다. 그리고 단학선원과 기공수련원이 처마를 맞댄 현 한국의 골목이다. 불사의 신선이 하늘을 나는 역동적인 이미지는 신화적 요소로 무한한 상상으로 나래를 펼치게 한다면, 처마를 맞댄 기공수련원들은 불사와는 무관한 현실적인 삶의 팍팍함으로 다가온다.

도교는 불사의 신선을 추구하는 종교다. 불사를 꿈꾸기에 신선사상이 도교의 중심축이다. 광물질을 이용해 金丹을 만들고, 그것을 먹어서 신선이 되기를 꿈꾼 外丹 사상이건, 우리 몸의 三寶인 精氣神을 단련해서 불사를 이루는 內丹 사상이건 도교는 '초월 혹은 불가능을 꿈꾼'다. 그리고 불사를 설명하기 위해 노장과 역을 끌어온다.

이용주의 '도, 상상하는 힘'은 그의 말대로 '도교의 전체상을 간접적으로' 소개받을 수 있는 책이다. 도교의 핵심적인 내용이 무엇인지를 소개한 첫머리부터 도교적 상상력과 현대시를 논한 글들, 노장의 철학을 소개하는 글들, 그리고 외단과 내단의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는 글들은 도교의 불사의 상상력, 천지자연과 일치하려는 문학적 상상력을 '완전히 자유롭게, 가볍게' 그리고 있다.

그러나 못내 아쉬운 점들은 '도교를 도와 기의 종교'로 한정했기에 도교의 기원설 중에서 신선사상이나 신화적 요소를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교의 중심축이 신선사상이기에 종교적 형태를 띤 후한 말기의 太平道나 五斗米道에 앞서 신선사상이나 신화적 요소를 검토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발해만 동이계 도교기원설도 검토해야 한다.

정기신의 수련을 중심으로 하는 내단사상은 동한시대에 위백양에 의해 최고의 단경(萬古丹經王)이라는 '周易參同契'로 정리됐다. 그러나 저자는 '주역참동계'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래서 역을 언급하지 않았으며, 도교가 차용하는 노장 개념들을 다루지 못하고서 철학개론서에서 볼 수 있는 노장사상을 나열했다. 무엇보다도 우주의 운행과 개인수련의 운행을 일치해 이해하는 火候를 '生氣'와 '死氣'로 구분해서 설명하는 것은 너무 낯설다. '사기'라는 말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저자는 이를 밝히지 않았다. 이는 외단에서 우주의 운행에 맞게 단정(丹鼎, 단약을 넣은 솥)을 불 때기 한 것을 내단에서 문화(文火, 약한 불 때기)와 무화(武火, 강한 불 때기)로 비유한 것이다.

도교가 도와 기의 종교라는 저자의 정의를 벗어버리면, 도교가 우리와 무관하리라는 한반도에 갇힌 우리의 의식이, 불사를 포기한 기공수련이, 말과 글은 자연음양의 언어라는 '태평경' 문학이, 너무 멀리 오래 이별한 천지자연과의 일체감이 무한히 하늘을 나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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