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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새 책_『예술적 상상력』 (오종우, 어크로스)
화제의 새 책_『예술적 상상력』 (오종우, 어크로스)
  • 강대한
  • 승인 2020.01.10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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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 너머의 새로운 상상… 오종우 교수의 예술 ‘특강’
『예술적 상상력』 (오종우 지음, 어크로스, 296쪽)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의견이 줄을 잇는다. 이는 확정적인 미래이다. 노동에서 해방된 인류는 자유를 얻는다. 그러나 곧 존재의 의의를 위협받는다. 우리는 깨어난 후 많은 시간을 생산적인 활동과 함께 보낸다. 예술, 연구 등 세분화된 각 생산 활동에는 다른 생명체는 도달할 수 없는 지능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노동은 감소했을지 몰라도, 인간 자체가 대체되는 일은 없었다. 대체할 수 없는 지능 덕택에 인류는 노동에 예속되었을지언정, 한편으로는 존재의의를 영위해왔다. 인간의 사회적 입지는 분명했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부터, 범접할 수 없는 인간의 입지가 위협받기 시작했다. 지능을 대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노동과 관련한 지능이 그러했다. 고차원적인 지적 생산 활동, 예술도 안전치 못했다. 인공지능은 음악을 만들고, 글을 썼으며, 그림도 그리게 되었다. 아직은 조악하지만, 곧 완벽해 질 것이란 전망은 우려로 다가왔다.

우리가 노동에서 해방된다면, 그것은 끝없는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 생산 활동에서 배제된 인류가, 가축과 다를 것은 무엇인가? 지능까지 기계에 대체당한 후에는 더 이상 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들 수 있는가? 작품 전체를 꿰뚫는 화두는 이것이다.

예술 강의로 유명한 책의 저자, 오종우 교수는 주장한다. 기계가 인간의 지능을 대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인간의 사유까지 대체하지는 못한다. 사유한다는 것은 정해진 논리에 의한 것이 아니다. 사유는 상상의 영역이다. 논리는 학습과 경험이 가능하다. 정해진 구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계는 이를 모방할 수 있다. 그러나 상상은 개별의 영역이다. 기계는 학습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언정, 정해진 범주를 벗어난 사유를 할 수 없다. 상상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책의 1장, 피카소의 그림을 똑같이 모방할 수 있을지언정, 이를 향유할 수는 없다. 예술을 향유한다는 것은 사유와 상상의 세계를 만들 독자적인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다. 기계가 자기 좋을 대로 마음껏 상상할 여유를 가질 수는 없다. 효율성 추구의 극단에서는 이를 낭비로 보기 때문이다. 피카소의 현실을 보는 눈과 상상력으로 그리는 도발적 시도가 기계는 불가능하다. 그저 이미 구현된 피카소의 기법을 모방할 뿐이다. 

저자는 상상력의 씨앗이자 극치라 할 수 있는 예술이야 말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입지를 알려준다. 예술적 상상력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다. 이것이 학습된 패턴대로만 판단하는 인공지능의 한계이다. 그러나 예술적 상상력은 자유롭다. 상상력은 한계를 가뿐히 넘어 설 수 있다. 책의 3장, 몬드리안과 클레가 만든 작품처럼 현실 세상에 없던 것을 상상의 세계에서 끄집어내 새로이 만드는 일, 이 것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급변하는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확실한 것은, 새로운 시대를 이끌 원동력이 자본에서 상상력, 창의성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계적인 정신을 가진 사람은 각각의 이질적 요소를 융합할 줄 모른다. 그들은 산술적 계산에만 능해 창의적인 인생을 살지 못한다. 저자가 책의 4·5·6장에 걸쳐 설명하는 인간의 예술적 천재성, 이른바 예술의 ‘영혼’은, 생각에 갇혀서 사는 사람들에게 충격적인 깨달음을 준다. 천재들의 상상이 반영된 예술은 과학을 열고 기술은 예술을 새로운 국면으로 끌어올렸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지금까지 과학·기술의 뿌리는 예술에서 찾을 수 있다. 상상력을 통해 발행된 예술 작품에서는 다시 새로운 과학·기술을 위한 영감을 얻는다. 예술과 과학·기술은 그렇게 선순환 구조를 이룬다. 저자는 예술적 상상력이 그동안 어떻게 문명 발달에 기여해 왔는지, 세기의 명작들을 소개하며 다가올 미래에 대응하는 세계관을 제시한다. 우리가 맞이할 미래에 대한 시야를 열어주며, 인류가 어떤 미래를 꿈꾸며 주도해 나갈지 되묻는 이 책은 급변하는 시대에 휘둘리지 않고 단단해질 사유의 단서가 된다. 

강대한 기자 gamma9899@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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