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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대학가, 추운 겨울 훈훈하게 보듬는 봉사·기부 릴레이
연말연시 대학가, 추운 겨울 훈훈하게 보듬는 봉사·기부 릴레이
  • 허정윤
  • 승인 2020.01.03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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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랑 실천하는 연말연시 캠퍼스 풍경

연말연시, 회복될 줄 모르는 경제상황과 줄어드는 학령인구 속 대학의 어려움도 날로 더해가고 있다. 하지만, 대학들은 올해도 이웃들에게 온정 나눔을 잊지 않았다.

▷ 3.65kg ‘연탄’이 전하는 36.5도의 뜨거운 사랑
대학들은 봉사와 기부라는 두 축으로 나뉘어 지역사회에 나눔을 실천했다. 대표적인 봉사활동으로는 ‘연탄 나눔’이다. 하지만 어려운 경기 탓인지 기부량도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게 연탄 기부 활동을 하는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의 입장이다.

(사진=숙명여대)
(사진=숙명여대)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中

대학들도 이런 소식을 알고 연탄 기부와 전달에 뜨거운 열정을 보탰다.
숙명여대는 재학생과 교수, 직원 등으로 구성된 봉사단 60여 명은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일대를 방문해 거주민 7가구에 연탄 2,000장을 전달했다. 연탄 구매 비용도 학생들이 교내에서 직접 만든 키링, 컵과일, 북보틀 등을 판매해 조성한 수익금으로 마련해 의미를 더했다.

연탄을 전달하며 참가자들이 얻는 바도 크다. 해당 봉사활동은 숙명여대가 융합적 지식과 바른 인성, 실천적 의지를 갖춘 미래형 여성 리더를 육성하기 위해 실시하는 인재육성 프로젝트다.

프로그램을 주관한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측은 “배운 대로 행하는 인재, 공동의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적 인재가 될 수 있도록 올해로 6년째 연탄나눔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며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들이 따뜻한 연말을 보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15년 동안 한결같이 지역의 겨울나기를 도운 목원대의 연탄나눔도 사회에 귀감이 된다. 목원대 직원 봉사동아리 ‘사랑나누기’는 유성구 도마2동 일대의 취약계층 7세대에 연탄 2,000장을 후원했다.

‘사랑나누기’의 김진환 회장은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밖에 강원대, 건양대, 군산대, 대구한의대, 대전대, 동남보건대, 삼육보건대, 서울대, 성신여대, 신라대, 순천향대, 영산대, 영진사이버대, 영진전문대, 인천대, 인하대, 조선대, 포항대, 한국폴리텍대를 비롯한 많은 대학이 주변에 온기를 전했다.
‘한 장에 800원’인 연탄이 전하는 이웃사랑은 경자년에도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 사랑으로 담은 ‘김치’ 하나면 밥 한 공기도 뚝딱!
김치는 한국인의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반찬이다. 특히 겨울철은 김장철이라고 해서 갓 담근 김치 한 접시면 밥 한 그릇도 너끈히 먹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김치는 이웃사랑을 보여주는 대표 매개체다.

(사진 = 서울대 공대)
(사진 = 서울대 공대)

만약에 김치가 없었더라면 무슨 맛으로 밥을 먹을
진수성찬 산해진미 날 유혹해도 김치 없으면 왠지 허전해
- 정광태, ‘김치 주제가’ 中 

서울대 공대 건설환경공학부와 관악도시농업네트워크는 특별한 김치를 담갔다.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는 건물의 버려진 공간인 옥상을 오목형 빗물 텃밭으로 만들어 2013년부터 관악구 지역주민과 학생에게 개방하고 있다. 옥상 빗물 텃밭은 계절에 따라 감자와 배추 등이 재배해 농작물을 키우면서 대학과 지역의 유대를 강화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건설환경공학부 한무영 교수가 주도로 탄생한 오목형 옥상 빗물 텃밭은 총 840㎡ 규모로 가운데가 움푹 들어가고 가장자리를 높여 빗물을 효과적으로 모을 수 있다.

서울대 35동 옥상 빗물을 먹고 자란 배추 200포기는 서울대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30명, 관악구 지역 주민 30명, 서울대 교직원과 학생 20명의 손에서 김장김치로 재탄생해 불우이웃에게 전달됐다.

한 교수는 “오목형 옥상 빗물 텃밭은 건물의 냉난방 비용 절감, 홍수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며 “공공건물의 옥상에 빗물 텃밭을 조성하면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유대 강화는 물론 환경에도 도움을 줘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희대학교 여교수협의회(회장 이계희 관광학부 교수, 이하 여교수회)도 김장김치 나눔에 팔을 걷어붙였다. 1995년 창립된 경희대 여교수회는 경희대 소속 여성 교수들이 주축이 돼 학술대회 및 세미나, 학생지원,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한 이번 행사는 대학 인근에 자취하는 학부생, 대학원생, 외국인 유학생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여교수회는 100여 명의 학생에게 김치를 나눠주며 제자 사랑을 실천했다.

김치를 받은 마쓰이 아이(관광학과 석사 3기) 씨는 “한국 김치를 좋아해 일본에 있을 때 어머니께서 김치를 많이 사다 주셨다. 한국에 와서 혼자 살다 보니 끼니를 챙기기도 어렵고 집밥이 그리울 때가 많은데, 교수님들께서 직접 김치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고, 유학 생활에 큰 힘이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계희 여교수회장은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태도와 제자 사랑을 실천을 위해 직접 김장김치를 담가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있다”며 “집을 떠나 홀로 생활하는 자취생들에게 큰 힘과 격려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경희(Hospitality 경영학부 교수) 전임회장은 “대학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실천 활동을 하고 싶었는데, 마침 자취생들이 끼니를 잘 챙기지 못한다는 것이 생각났다. 학부생, 대학원생, 외국인 유학생 등 가리지 않고 김치가 필요한 모든 학생에게 여교수들이 사랑을 베푸는데, 학생들이 김치를 통해 따뜻하고 행복한 겨울을 보내길 바란다”고 마음을 내비쳤다.

이밖에 경남과기대, 금오공대, 덕성여대, 목포대, 부경대, 부산과기대, 신라대, 우석대, 영남대, 조선이공대, 한밭대, 한성대 등이 김치로 이웃에 사랑을 전했다.

▷ ‘이웃사랑 성금’부터 ‘재능기부’까지, 다양한 스펙트럼
연탄과 김치처럼 용처가 확실한 나눔도 있지만, 다양한 형태로 온정의 손길을 내미는 대학들도 있다.

작은 가슴 가슴마다 고운 사랑 모아 
우리 함께 만들어가요 아름다운 세상
- 박학기, ‘아름다운 세상’ 中

대구한의대(총장 변창훈) 미래라이프융합대학 평생교육융합학과는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성금 마련을 위해 아나바다 자선바자회를 개최했다.
이번 자선바자회는 평생교육융합학과 성인학습자들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새것과 같은 물품을 ‘아나바다’ 형식으로 저렴하게 제공했고, 바자회 물품이 모두 완판되는 성황을 이뤘다.

평생교육융합학과 김진숙 학부장은 “연말연시를 맞아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돕기 위해 학생들과 함께 준비하게 되었다”며 “성인학습자들이 평생교육사로서 정체성과 지역사회 주민을 돌아보는 좋은 시간이 되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대구한의대 자선바자회를 통해 판매한 전액(127만 원)을 TBC방송국 희망나눔 기부처에 보냈다.

영산대 조리예술학부는 과 특성을 사려 ‘요리 재능기부’에 나섰다. 조리예술학부는 부산 해운대캠퍼스에서 보훈가족 복지증진을 위한 ‘보훈 쉐프의 요리쿡! 나눔쿡!’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저소득 보훈가족 및 국가유공자 어르신 5명, 보훈 섬김이 3명, 보훈청 관계자 3명 등 총 11명이 참여한 가운데 강현우 교수(대한민국 조리명장)를 비롯한 조성순, 최영호 조리예술학부 교수와 재학생(강동완·김수민·최지원)들의 재능기부로 진행됐다.

숙명여대는 기업과 지역구와 힘을 모아 본격적인 지역 봉사에 나섰다. 이번 연말에 진행된 자원봉사 활동은 2018년 3월, 용산 지역 민·관·학이 모여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결성한 ‘용산 드래곤즈’ 모임의 여섯 번째 활동이다. 산타 분장을 한 봉사자들이 각 기업과 기관에서 준비한 생활용품, 학용품, 간식 등의 선물을 포장하고 어린이들에게 전달할 메시지 카드를 작성해 사회복지시설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성탄 행사를 진행했다.
현재까지 총 40여 개 기업 및 학교, 기관에서 700여 명의 봉사자가 참여하면서 용산지역 최대규모의 밀착형 연합 봉사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자원봉사 활동을 공동 기획한 숙명여대 학생지원센터는 “앞으로도 용산 드래곤즈와 함께 지역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협력적 사회공헌의 롤 모델을 만들며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지속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허정윤 기자 verit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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