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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병희 한국광고학회장(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인터뷰] 김병희 한국광고학회장(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김범진
  • 승인 2020.01.03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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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10월 창립한 한국광고학회 30돌 기념해
김병희 회장 주도 105명 필자가 함께
‘광고계 태백산맥’ 광고지성총서 10권 발간
“광고는 ‘젊은이의 비즈니스’ 아닌 ‘젊은 마음의 비즈니스’”
“광고의 개념과 범위 새롭게 정해야 되는 시점”
“미디어 아닌 것 없는 세상, 넓은 관점 가져야”
“이번에 낸 책 10권에 그런 모든 것 포괄하려 노력”

현대 광고는 단순히 재화의 가치를 전달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이제 광고는 문화를 창출한다. 모든 것이 미디어가 되고 그 미디어는 곧 광고인 지금, 광고를 규정하던 기존의 전통적 문법은 낡은 것이 돼 버렸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정보통신기술을 발판으로 삼아 광고 기법은 획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다른 모든 영역이 그렇겠지만, 광고산업 역시 과거와 다른 완전히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는 셈이다. 최근 한국광고학회 30돌을 기념해 광고지성총서 10권(학지사) 발간을 주도한 김병희 회장(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은, 과거를 회고하며 한편으로는 이미 다음 30년을 내다보고 있었다. 지난 26일 버티고개역 근처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먼저 새해를 맞아 현직에서 일하고 있는 광고인들과, 광고인을 꿈꾸고 있는 이들, 그리고 광고학계에 몸담고 있는 동료, 선후배에게 한마디 덕담하신다면?

“업계에 바라는 점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같이 평범한 광고를 좀 안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너무 천편일률적이다. 외국 광고를 보면 다 자기 브랜드와 연결되는 메시지를 담는다. 예를 들면 ‘앱솔루트 보드카’는 ‘앱솔루트 뉴이어’라는 식으로 한다. 폭스바겐은 ‘새로운 해를 즐겁게 달리세요’라는 식이다. ‘해피 뉴이어’ 같은 상투적인 말은 최대한 자제한다. 그래서 내가 술 광고를 한다면 ‘새해 첫 잔은 참이슬과 함께’라거나, 혹은 ‘처음처럼 새해 첫 잔’ 같은 식으로 하겠다. 이런 게 훨씬 더 새해에 어울리지 않나? 상투적인 데서 벗어나서, 새해 광고를 창의적으로 만들면 좋겠다.

교수들께 하고싶은 말은, 광고의 영역이 굉장히 복잡다단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튜브 영상 등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광고가 나타나고 있는데, 광고의 개념과 범위를 새롭게 정해야 되는 시점이다. 이 시점에 광고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그런 연구를 많이 해주시면 좋겠다.

그리고 학생들이 흔히들 ‘광고는 젊은이의 비즈니스’라고 잘못 알고 있는데, 광고는 ‘젊은이의 비즈니스’가 아니라 ‘젊은 마음의 비즈니스’다. 그러니 젊은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 미국 광고계의 전설적 인물인 제임스 웹 영은 88세에 타계하면서 ‘나는 젊은 상태로 죽었다’(I was died young)라는 묘비명을 남겼다. 그러나 요즘은 젊은 마음들이 많이 사라지고 그 대신 지나치게 세속적인 것들을 추구하는 경향이 보인다. 단기적으로 취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도 이해는 하지만, 젊은 마음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꿈을 꿨으면 좋겠다. 젊은 마음을 가지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예전 광고학과 친구들을 보면 공부보다는 실습 위주로, 정말 현업 광고인인 것처럼 밤을 새서 실습을 하더라. 그렇게 해야만 공모전 실적이 생겨서 취업에 유리할 것이다. 상대적으로 이론 공부할 내용은 적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내신 책들을 보고, 이렇게 공부할 내용이 많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 그런데 광고학 교육의 현실은 여전히 실적 쌓기식 실습만이 우선되고 있는 것은 아닐지? 그게 꼭 나쁘다는 생각은 아니지만, 이번에 선생님께서는 한국 광고계에 ‘광고철학’을 정립해야 한다는 취지로 글을 쓰셨다. 기능인을 넘어 광고철학을 가진 광고인이 되려면 광고인이 된 후는 물론이고, 특히 학부 시절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

“지금까지 대학교육이 너무 실습과 성과위주로 해온 측면이 있고, 한번도 우리는 광고가 무엇인지, 왜 광고를 공부하는지에 대한 철학적인 측면을 되돌아볼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철학적인 측면을 고민하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왜냐하면 어떤 직업이 전문가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세가지가 필요한데 첫째가 전문지식, 둘째가 충분한 보상, 그리고 마지막이 철학적 기반이나 배경이다. 광고는 지금까지 마지막 조건, 즉 철학적 기반이 약했다. 그래서 앞으로 이런 문제에 관심 가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대학 내에 ‘광고지성과 철학’ 같은 과목을 개설했으면 좋겠다.”

-철학적 측면을 고민한다는 건 광고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당연하다. 다른 인문학이나 사회학, 미학 같은 다른 영역과 통섭했다면 지금보다 광고의 영역이 훨씬 더 풍부해졌을 것이다. 또 한 가지는, 현재 광고시장도 디지털 위주로 변화되고 있다. 이때 어떻게 하면 미디어를 효율적으로 이용해서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다. 지금 세상은 미디어 아닌 것이 없다. 그래서 넓은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번에 낸 책 10권에 그런 모든 것들을 포괄하기 위해 노력했다.”

-선생님께서는 책에 ‘양적 발전은 이뤘지만, 질적 발전은 충분하지 않다’고 언급하셨다. 광고학과 학생들 정말 열심히 하고, 현업 광고인들은 말할 것도 없겠다. 일 중독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직종에 광고인이 포함돼 있기도 하더라. 그렇게 열심히 하는데 질적 발전이 충분하지 않다면 왜 그런 것일까?

“역시 철학의 빈곤이다. 왜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한 숙고가 필요한데 그때그때 때우고 해치우는 식으로 하면 발전이 없다. 한국인들이 바쁘다 보니 깊이 생각할 시간이 없는데, 그걸 좀 계획으로 세웠으면 좋겠다.”

-최근 광고학계의 가장 큰 화두는 무엇인가?

“광고지성총서가 나온 게 가장 큰 화제다. 왜냐하면 10권의 책이 동시에 나온 게 처음이기 때문이다. 가는 곳마다 나에게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고, 반응이 굉장히 뜨겁다. 내가 관여해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거의 불가능한 일을 해냈다는 얘기부터 시작해서, 문의가 굉장히 많다.”

-이 책을 내시게 된 이유, 그리고 이 책이 어떤 의의를 가질 수 있을까. 이 책이 가져올 변화, 혹은 이 책을 통해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광고계 내 집단지성의 힘을 통해 광고지성이란 것을 정립해보고 싶었다. 이 작업을 통해 광고학의 체계를 제대로 세우고, 광고학을 사회 속에서 인정받는 지성의 영역으로 포함시키고 싶었다.

이 책을 통해 3가지 정도를 기대한다. 첫째는 지금 구글 수입의 87%를 광고가 차지하는 이런 시대에 광고를 하나의 기능이나 수단이 아닌 지성의 반열로 올리고 싶은 기대가 있다.

둘째는 광고가 한국사회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중요한 사회제도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 단지 마케팅의 수단일뿐만 아니라 대중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콘텐츠가 광고다.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은 ‘다시 태어나면 광고인이 되겠다’고 이야기한 적도 있다. 

셋째, 이 책이 두루 활용돼서 학생들이 많이 읽고 광고를 기능적인 수단으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포괄적이고 깊이 있게 이해하고, 직업적으로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음을 느끼면 좋겠다고 광고 학자들에게 부탁드리고 싶다.

소설가 조정래의 <태백산맥>처럼, 이 작업은 광고의 태백산맥으로 표현할 수 있다. 10권의 책이 나온 적도 없었고, 105명의 필자가 참여한 적도 없었다. 그래서 태백산맥만큼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다.”

한국광고학회가 30돌을 맞아 출간한 총 10권의 광고지성총서. 출판은 학지사가 맡았다. 사진=학지사 제공
한국광고학회가 30돌을 맞아 학지사와 함께 출간한 총 10권의 광고지성총서. 사진=학지사 제공

-선생님께서는 학부시절 국문과를 다니셨고, 석·박사로 광고학을 공부하셨다. 광고인들 가운데 그런 사례가 많은 편인가?

“많지는 않지만,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광고는 실용학문이기 때문에, 학교공부를 추가적으로 하면 실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왜 많지 않을까?

“가장 큰 이유는 바빠서. 또 공부보다 일이 더 재밌고, 동기가 안 생겨서 그럴 것이다. 그런데 계속 일하면 다람쥐 쳇바퀴 구르는 것처럼 될 수 있다고 본다. 학계와 업계가 서로 왔다갔다 상호작용을 했으면 좋겠다. 예전엔 그게 부족했지만, 최근 들어서 늘고 있다.”

-광고학회가 30주년을 맞았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

“30년 됐다는 건 청년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이고, 그만큼 성장했다는 이야기다. 광고홍보학과가 성장하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내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광고 관련 학과가 중앙대 말고는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전국 60개 대학에 생겼다. 이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지난 날을 돌아보기 위해 ‘체인지’(Change, 체력, 인화, 지성)라는 캠페인을 하고, 총 105명의 필자와 함께 10권의 광고기획총서를 냈다.”

-체력, 인화, 지성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체력은 정체됐다는 느낌, 우리가 운동해야 한다는 생각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4대매체의 광고를 공부했던 과거와 현재는 다르다. 그런데 학계는 업계에 비해 빨리 가지 못하고 있다. 그걸 사람으로 비유하면 체력보강이 안된 것이다. 소비자들도 바뀌고 있다. 옛날 기준으로 하면 광고가 아닌 광고, 전통적인 문법의 광고가 아닌 광고도 엄청나게 늘었다. 그런 변화된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느낌이다. 빅데이터 시대에 조사 역시 과거처럼 해서는 안된다. 비정형 데이터 분석 등도 해야 하는데, 과거의 틀에만 머물러 있다.

인화는, 광고학회도 세부전공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매체, 콘텐츠, 디자인, PR 등으로 나뉘어 있고 조직 내 친소관계도 있다 보니 교류가 원활치 못한 측면을 개선하자는 취지다. 저는 세미나 발표나, 이번 책 집필도 100% 공모로 진행했다.

이번 24대 학회 집행부를 구성하면서 신진이사제도, 지역이사제도라는 기존에 없던 두가지 제도도 만들었다. 전자는 박사 받은지 5년 이내의 사람들을 이사로 삼아서 학회 내에서 활동하기 위한 공간을 마련해주고자 한 것이고, 후자는 각 지역별로 한 명씩 이사를 임명해 전국적으로 아우르는 학회를 만들려고 했다.”

-말씀을 듣다 보니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떠올랐다. 다양성 보강과 체력 수혈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는 조처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것도 염두에 둔 것인가?

“당연히 고려했고, 그렇기 때문에 인사도 그렇게 했다. 다만 표 안나게 자연스럽게 하려고 했다.”

-지성은 어떤 의미인가?

“과거와 많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이 사회에는 돈 버는 것을 천시하는 문화가 여전히 남아있다. 그런 인식을 좀 바꿔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그동안 노력을 많이 했다. 요즘 구글은 ‘현대의 신’이라고 한다. 그 구글 수입의 87%가 광고다. 그런데도 광고를 천시할 거냐? 그건 아니란 거다. 광고지성을 사회 속에 환기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도 광고지성총서라고 한 것이다.”

-광고가 자본주의의 꽃이라면, 우리 산업과 기업들이 세계 속에 자리매김하는 데도 큰 몫을 했을 것 같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의 힘만으로 된 것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캠페인을 10년동안 지속적으로 했다. 이들은 과거 백색가전시장에서 3위였는데 지금은 판세가 완전히 뒤집어졌다. 외국에 가보면 삼성전자 광고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 노력들이 합쳐져 오늘의 글로벌기업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광고학회, 어떤 비전을 가지고 계신지?

“향후 30년을 준비해야 한다. 마케팅 환경, 소비자, 미디어환경 등이 하루가 다르게 빨리 바뀌고 있다. 그 현상들을 어떻게 잘 설명할 수 있을지, 이론과 전망을 하루 속히 제시해야 한다.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다. 출판인의 눈으로 보면 모든 콘텐츠가 다 출판에 해당하듯이, 광고인의 눈으로 보면 광고 아닌 것이 없다. 예컨대 내 눈에는 홈페이지도 광고다. 전통적으로 광고를 정의하는 다섯가지 기준이 있는데, 그 모든 것은 이제 의미 없는 시대가 됐다. 그건 이미 구시대적이다. 광고의 새로운 정의와 범위를 정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

-이번에 낸 광고지성총서에도 그런 문제의식과 시도가 담겨있나?

“담겨있다. 8권 『스마트 광고 기술을 넘어서』에 광고시장, 기술,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의 변화에 따라 광고가 어떻게 바뀌었고, 어떻게 가야 할 것인지 제시하고 있다.”

-배울 게 더 늘어난 것인가?

“20년 정도 가르쳐보니 ‘지식총량의 법칙’이 작용하는 것 같다. 배울 내용이 늘어난다기보다는, 달라지는 것 같다. 예컨대 과거에는 TV에 대해 4시간 배웠다면, 지금은 1시간만 배우고 나머지 시간은 새로운 미디어에 대해 배우는 것이다. 변화된 시대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광고지성총서 10권 중에 딱 한권만 꼽아 추천한다면?

“일반인에게 한권 추천한다면 8권 『스마트 광고 기술을 넘어서』다. 일찍이 인간과 기술의 관계에 주목했던 질베르 시몽동의 주장처럼, 광고기술을 통해 소비자와 기계의 앙상블을 관찰함으로써 광고의 미래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란 사람들의 반응을 끌어내는 일일텐데, 그런 차원에서 사회 동향과 트렌드는 광고에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설명해달라.

“광고에는 ‘반보주의’란 말이 있다. 한발짝이 아니라 반발짝만 먼저 내딛자는 것이다. 광고는 시대 트렌드를 너무 앞서가도 광고효과가 떨어진다. 사람들이 쫓아오지를 못하기 때문이다. 현 트렌드보다 약간 앞서가야, 사람들의 앞서가고 싶은 욕구와 맞물려서 광고가 효과를 발휘한다. 광고는 시대의 트렌드를 리드하는 측면이 강하지만, 너무 앞서가면 사람들이 따라오지 않고 포기해버린다. 그래서 반발짝 정도만 앞서가야만 그 시대의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광고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광고는 대중문화의 첨병이고, 소비욕구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는 시대의 공기나 마찬가지다.”

-그런 흐름에 적응하고, 흐름을 리드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일단 광고인이 되겠다는 사람은 유행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슈퍼에 가서 물건 살 때도 사람들이 어떤 매대에 머물러 있는지 등을 보려고 하는 ‘주의 깊은 관찰력‘이 가장 중요하다. 사실 감각의 촉수가 뛰어나야만 남들보다 트렌드를 빨리 포착할 수 있고 또 그걸 광고에 반영할 수 있다.

두번째로는 ‘언어감각’이다. 가급적 같은 이야기를 쉽게 전달하는 것이다. 말장난도 좋다. 여러가지 말을 브랜드와 적합하게 맞출 줄 알아야 한다.”

김범진 기자 ji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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