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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來不似春
春來不似春
  • 교수신문
  • 승인 2020.01.0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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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김용섭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

봄이 왔지만 봄같지 않다. 이는 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 즉 강사법이 시행된 2019년 2학기를 마감하면서 느끼는 소회이다. 2020년 경자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으면 사회 곳곳에서 새해 계획을 논하고 희망을 노래한다. 그러나 강사들은 곧 2020년 1학기를 준비해야하는 상황인데 여러 대학에서 또 다시 교양과목개편이라는 핑계로 강사임용을 철회하고 교과목신설에 따른 공채를 하겠다고 한다. 지금 국공립 사립대를 불문하고 교양과목 개편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교양과목 개편은 강사의 일자리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40여년간 지속되어왔던 시간강사제도를 철폐하고 강사에게 교원지위를 부여하고 1년간 신분보장과 3년간의 재임용 절차를 보장한다는 강사법이 시행되었는데 여전히 강사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다.   

우리의 「고등교육법」은 ‘대학의 목적’을 이렇게 명언한다. “대학은 인격을 陶冶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심오한 학술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인격의 도야와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심오한 학술이론 및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함 같은 목적은 대학에서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강사법 시행 이후의 대학 교육현장에서 실제로 체감하는 대학의 문제점은 이루 나열하기조차 힘들 지경이다. 

그동안 대학에서 배제되어 왔던 사람들의 시민권 획득과 함께 강조되어야 할 개정 강사법의 중요한 측면은 ‘교육·학문적 의미’이다. 성숙한 학문이 양질의 고등교육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개정 강사법의 기본 원리, 즉 ‘약간의 경쟁과 권리 보장의 조항’에 대해 부정적으로 볼 이유가 없다. 현재의 강사든 대학원생이든 더 노력하는 사람들이 기회를 갖고 대학에서 일할 수 있다면 교육·학문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학문의 종다양성 증대, 협업 확대, 고등교육의 질 제고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대학생들과 대학 및 이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개정 강사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대통령이 공포하고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은 교원 통제와 비용 절감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저항하고 있다. 대학강사제도 협의체에서 대학 측도 합의하였고 지난 7년 간 시행 유예 기간도 있었기 때문에 개정 강사법을 전면 부정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라 대학들은 ‘재정위기설’, ‘등록금인상 불가피론’, ‘학령인구감소론’ 등을 내걸고 강사법을 빌미로 한 구조조정에 몰두하고 있다. 개정 강사법 시행으로 대학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돈은 대학 전체 재정의 1% 내외 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60% 이상을 차지하는 다른 인건비 부담이나 부동산·주식 투자와 과도한 건물 증축 등은 거론하지 않은 채 개정 강사법을 형해화 하고 강사들을 마녀사냥 하듯이 희생시키고 있다. 이러한 대학당국의 행동에는 크게 3가지 전략적 이유가 있어 보인다. 예전처럼 싸게 부려먹고 쓰다 버리면 되는 시간강사제도의 유지를 위해 강사법 시행을 저지하는 전략, 개정 강사법 시행을 막기 어려울 때를 대비하여 강사 대량해고 위협을 하며 정부 재정지원을 확보하려는 전략, 개정 강사법 시행과 무관하게 그동안 해 왔던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대학 기업화 전략이다. 즉, 전임 교원들의 노동 강도를 강화하고 경쟁을 격화시켜 인건비도 절감하며 교원 통제도 더 쉽게 하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같은 등록금을 내고도 교육 서비스는 적게 받는 피해자가 된다. 강사의 고용안정성 증진과 처우 개선을 통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라 했더니 대학들은 거꾸로 강사를 해고하고 교육·학문 환경을 파괴하는 일종의 자해를 하고 있다. 학생의 수업권을 침해하고 대학원생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는 자기 파괴적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개정 강사법이 문제가 아니라 대학이 문제가 되고 있다. ‘없는 건 돈이 아니라 함께 살려는 의지’라는 주장과 ‘비판적 사유능력이 부족한 무늬만 교수들이 문제’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개정 강사법에 따른 강사의 존재는 그 동안 대학에서 대부분의 권한을 독점해 온 사람들에게 일종의 위협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자신들의 권한을 나누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들이 강사들의 수를 유지하려고 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처럼 ‘죽은 교수의 사회’처럼 되어 버린 대학의 현 모습이 지속될 경우 지성의 전당이나 학문의 요람과 같은 전통적 의미의 대학은 종말이 머지않아 보인다. 

다른 측면에서 사립대학 실태 점검을 위한 감사를 강화하고 공영형 사립대학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적립금, 전입금, 전임교원확보율 등 기본적인 사항을 점검하고 중복투자, 과잉투자, 투기, 교육환경 파괴 등을 예방하거나 제재할 수 있는 정책적 실천이 시급하다. 대학들은 재정이 없다고 아우성인데 잘못 사용되는 돈만 조금 줄여도 필요한 재원은 확보할 수 있다. 등록금이 동결되었다곤 하지만 많은 대학에서 대학원 등록금을 올렸으며 외국인 유학생의 등록금도 동결되진 않았다. 국가장학금에 쏠려 있다고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고등교육재정은 늘었으며 돈이 부족한 게 아니라 평가를 통해 서열을 매기고 일부에게 돈을 몰아주는 것이 문제이다. 그러면서 돈을 잘못 사용해도 무거운 제재를 받지 않도록 하는 교육부-대학의 커넥션이 문제다. 개정 강사법 핑계를 댈 게 아니라 잘못된 대학 운영, 정부의 교육철학 부재, 교육부 관료들과 정치인들의 자기이해관계 매몰이 문제라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 대학에서 민주·평등적 요소를 확대하는 것도 개정 강사법이 정착되는 데 도움을 준다.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강좌 수 축소와 강사 수 축소는 단순히 개정 강사법에 따른 비용 부담 차원이 아니다. 강사를 대학 구성원으로 인정하기 싫어하고 자신들이 가진 자원과 권력을 조금이라도 나누는 걸 꺼리는 학내 민주주의의 부실, 불평등 관계가 현 사태의 핵심적 원인이다. 대학의 민주·평등적 재편, 즉 민주평등대학으로의 발전은 그렇기에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강사, 학생, 대학원생, 비정규 노동자까지 포괄하여 학내 구성원 간 자원과 권한을 적절한 수준에서 공유하고 지역사회에 일부 대학 운영 권한 배분과 대학의 자산(연구능력, 일부 시설 등)을 개방하는 것은 고등교육재정교부금 제도 도입을 요구할 때 중요한 지지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개정 강사법과 그 법을 넘어서는 올바른 학문현재세대, 학문후속세대 정책이 자리 잡기 위해 현재의 학내 자원만으로 부족하다고 한다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같은 국가적 지원이 필수적인데, 국민으로부터 인정받는 대학을 만드는 것이 설득력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근시안적인 자기 밥그릇 챙기기보다 어떻게 하면 대학을 대학답게 만들고 국민들로부터 존중받을 수 있을지 의식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러한 것이 토대가 될 때 개정 강사법의 입법취지가 온전하게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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