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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도 과외 붐 …‘선배’가 사라진 자리에 전문 조언가 대신
대학에도 과외 붐 …‘선배’가 사라진 자리에 전문 조언가 대신
  • 이민선 기자
  • 승인 2003.09.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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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 대학생활 적응과 학업성취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
 

학부제가 실시된 후 학생들의 고민은 예전보다 더욱 커졌다. 전공을 두 개씩이나 선택할 수 있다지만 무엇을 수강해야 전공으로 인정되는지 학교 요람을 꼼꼼히 살펴봐도 헷갈린다. 어렵사리 전공과목을 수강해도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말을 듣는 듯하다. 학교생활은 더더욱 힘들다. 학부제 이후 알짜배기 정보를 알려주고, 말 못할 고민거리를 상담해줄 ‘선배’가 많이 사라지면서 학교생활에 적응 못하기 일쑤다. 이런 가운데 일부 대학이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높이고 대학생활에 적응하기 쉽도록 몇 몇 제도를 도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튜터제도

 

튜터제도란 해당 과목을 수강중인 학생이 모르는 문제가 생기면 ‘선배 선생님’에게 질문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가르치는 이가 같은 학생신분이기 때문에 과목내용과 관련한 간단한 질문부터 진로문제 및 사적인 문제까지 마음을 터놓고 논의할 수 있다.

 

인하대 수학과는 지난 2002학년도 2학기부터 튜터제도를 도입해 현재까지 계속 운영하고 있다. 일반수학, 정수론, 대수학, 해석학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오후 4시부터 저녁 8시까지 개방된 튜터룸에 가서 언제든지 질문할 수 있다. 10명의 튜터는 모두 수학과 대학원생들이며, 일주일에 4시간씩 개인지도를 하고 1백20만원 정도의 장학금을 수혜받는다.

 

영남대도 2003학년도 1학기부터 ‘기초과학 교양튜터제'를 도입, 수학·통계학·물리학·화학생물학·생화학 등 6개 기초과학분야에서 튜터제도를 실시했다. 해당 과목은 미분적분학, 기초통계학, 일반물리실험 등 총 8개 과목 185개 강좌였다.

 

영남대의 경우 튜터 모집 요건을 누적성적이 B학점 이상인 학부3, 4학년 재학생과 대학원생으로 제한하고, 튜터하고자 하는 과목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튜터로서 선발된 이들은 전임교수 지도 하에 대학원생과 학부생이 한 팀을 구성해 팀별로 주당 5~15시간씩 개인지도를 하고, 각자 활동량에 따라 최저 50%에서 최고 70%의 학비감면 혜택을 받도록 했다.

 

튜터제도에 대한 학생의 호응과 학업성취도는 상당히 높다. 영남대 수학통계학부가 2003학년도 1학기 튜터제도 시행 결과에 대해 설문평가를 한 결과, 튜터를 받아본 적이 있는 학생의 절반 이상이 일주일에 세 번 이상 튜터실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75% 이상의 학생이 개인지도를 받은 후 학습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말해, 제도 실시 효과가 높다는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튜터제도가 아직 걸음마 단계인 까닭에 부족한 점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예산부족. 튜터의 수와 튜터룸이 한정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보니 튜터 학습시간을 연장해달라는 학생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현재 경북대도 ‘과외지도’제도란 이름으로 이번 2학기부터 튜터제도를 도입했고, 연세대 역시 ‘독수리 튜터링’과 일대일 학습 교환프로그램인 ‘독수리 스위칭(switching)'을 시행하고 있다.

 

아카데믹 어드바이저

 

2000년도부터 연세대에서 도입한 ‘아카데믹 어드바이저(Academic Advisor)’는 전공을 선택하지 못한 학부생들이 원만하게 대학생활에 적응하고, 전공 및 진로를 선택하는데 전문적인 조언을 해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아카데믹 어드바이저’는 17명의 학사지도교수로 구성된다. 이들은 인문․사회․신학․이학․공학 계열별로 학생을 나누어 맡고, 학생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고민을 들어준다. 학생들은 담당교수 홈페이지 게시판에 질문할 수도 있고, 직접 학사지도교수를 방문해 면담할 수도 있다. 전화 및 이메일 상담도 가능하다.(www.yonsei.ac.kr/fresh 참조)

 

학생들의 면담 내용은 동아리 추천 요구부터 대인관계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면담내용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전공 및 진로지도’와 ‘재정지원’이다. 연세대 학부대학이 지난 2000년도와 2001학년도 학사지도 내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공 및 진로선택과 재정지원 상담이 1,2위였다.

 

‘아카데믹 어드바이저’가 가장 빛을 발하는 지점은 역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높이는데 있다. 특히 면담횟수가 많을수록 성적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2000학년도 신입생 경우 면담을 한 번도 받아보지 않은 학생의 평량 평균은 2.48인데 비해, 3~5회의 상담을 한 학생은 3.00이었다. 2001학년도 신입생 역시 각각 2.62, 3.06으로 나타나, 아카데믹 어드바이저 도입이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학사지도교수제는 기존의 분반 담임교수제와 유사하지만 효과 면에서 전혀 다르다. 기존 분반 담임교수제의 경우 연구와 교육을 병행하는 교수로서는 50명이 넘는 학생들의 전공선택과 생활을 지도하기에는 벅찼다. 학생들 역시 연구실 문을 두드리기가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카데믹 어드바이저의 경우 상담전문가 일 뿐만 아니라 해당 계열에 해박하고 상담방법도 다양해 학생들의 이용률이 높다. 2000학년도 경우 3천8백9명의 학부대학생 중 3천4백45명(90.4%)이 상담을 받았고, 학생 1인당 연간 4.6회의 학사지도를 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교무처, 학생처, 교육개발센터의 활동과 겹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은 개선의 여지로 남아있다. 예를 들어 전공설명회나 취업관련 특강들이 중복 개최돼 전반적으로 조율이 필요한 것. 현재 학사지도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한 교수는 “관련 부처 1년 일정을 공유하고 학부대학 전체 운영위원회를 열지만 아직 미흡한 점이 있다”라고 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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