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의 패러디
배문성 / 시인, 문화일보 문화부 기자
『푸른 항해』 | 토니 호위츠 지음, 이순주 옮김 | 뜨인돌 刊
쿡 선장의 일대기를 좇아가는 이 책을 읽는 법은 대충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은 어드벤처 스토리로 읽는 것이다. 모험기는 드라마틱한 이야기에서 뿐 아니라, 고난을 이겨내는 인간승리의 현장이란 점에서 감동을 준다. 두 번째 방법은 이른바 식민지 확장시대의 제국이 ‘타자’를 보는 눈이다. 빈민가의 아들로 태어나 입지전적인 성공을 이루기까지 쿡선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새로운 땅을 찾고, 새로운 항로를 발견하는 것뿐이었다. 쿡의 배에 다양한 종류의 학자들이 동승했다는 점은 쿡의 항해가 지리학적인 발견 뿐 아니라, 사용가능한 자원과 정보를 얻기 위한 ‘지배의 기획'이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쿡의 항해 이후 2백년 뒤에 만들어진 TV 시리즈 ‘스타트랙'이 쿡의 삶을 패러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데버호는 이제 우주항해선 엔터프라이즈호로, 미지의 세계 태평양은 우주로 바뀌었을 뿐이다. ‘스타트랙’의 제임스 커크 선장의 캐릭터는 쿡의 캐릭터를 옮겨 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미지의 세계를 정복하고자하는 인간의 내면에는 타자를 지배의 대상으로 파악하는 배타성을 감추고 있다. 어드벤처 스토리의 이면에는 또 다른 인간의 탐욕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은 ‘푸른 항해’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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