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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35- 으름덩굴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35- 으름덩굴
  • 교수신문
  • 승인 2019.12.2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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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강원대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으름덩굴은 으름덩굴과의 낙엽활엽덩굴식물로 그냥 으름이라고 하고, 그 열매를 으름이라도 한다. 그리고 나무를 타고 올라가 덤불을 이룬다. 어린 시절 동네 앞 물가 숲에서 해마다 으름열매를 따먹던 기억이 어제같이 생생하다! 그때만 해도 나무를 휘감고 올라가는 우아한 으름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으며, 지금도 향긋한 꽃향기에 달콤한 하얀 열매살이 입안에 도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면서 어린 예전의 나로 돌아가고, 같이 지내던 여러 동물과 식물을 만날 수 있어서 반갑기 그지없다.

그리고 한방에서는 으름(Akebia quinata) 뿌리와 줄기를 소염?이뇨?진통제로 이용했고, 민간에서는 봄에 어린잎을 삶아 나물로 무쳐먹었으며, 잎을 쪄 말려 덖어서 차로 달여 마셨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생김새도 예스럽고 아담(古雅)하기 짝이 없는 여러해살이 덩굴나무(vine)이다.

동아시아(한국이나 일본, 중국)가 원산지로 그곳에서 두루 自生하며, 추위에 약한 탓에 우리나라에서는 중부 이남에 난다. 맛과 향이 이국적이고, 특이하며, 그 생김새가 바나나와 흡사하여‘한국 바나나’로 불리기도 한다.

꽃에서 초콜릿냄새가 나기에‘chocolate vine’라 부르고, 잔잎(小葉,leaflet)이 5장인 겹잎이라서‘five-leaf chocolate vine’라 불린다. 또 잔잎이 8장인 팔손으름(eight-leaf chocolate vine)이 일본에 있다. 이들 식물은 매우 비옥하고, 물 빠짐이 좋은 땅에 잘 산다.

으름덩굴 사진(출처: 픽사베이)
으름덩굴
(사진출처: 픽사베이)

우리나라 산과 강변에서 살면서 5m가 넘는 긴 줄기넝쿨을 벋는다. 잎은 묵은 가지에서는 무리지어 나고, 어긋나게 달리며, 턱잎은 없다. 잔잎은 5개로 손바닥 모양의 겹잎인데, 잔잎은 넓은 달걀모양(卵形)이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며, 끝이 약간 오목하다. 귀여운 잎의 표면에는 윤기가 흐르고,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없어 밋밋하다.

으름은 암수한그루(雌雄同株)로 4∼5월에 올망졸망 피어있는 어여쁜 보랏빛 꽃송이를 피운다. 으름덩굴 꽃은 암꽃과 수꽃이 따로 피고(單性花), 잎겨드랑이에 조롱조롱 매달린다. 꽃잎은 없고, 3~4개의 꽃받침조각이 꽃을 떠받치고 있다. 수꽃은 작고, 암꽃지름은 2.5cm 안팎으로 큰 편이며, 암꽃은 수술에 비해 적다. 꽃은 긴 꽃대에 여러 송이가 뭉쳐나면서 아래로 축 처진다.

열매는 장과(漿果,과육과 액즙이 많고 속에 씨가 들어 있는 과실)이고, 열매는 길이 6∼10cm로 소시지 꼴이며, 10월경에 자줏빛을 띤 갈색으로 익는다. 여름엔 녹색이다가 가을이 되면서 점차 갈색으로 변하며, 다 익으면 겉껍질이 세로로 쩍 벌어지면서 흰 과육이 드러난다. 달고 상큼한 맛이 일품인데, 흠이라면 키위(kiwi)열매처럼 자잘한 씨앗이 열매살(果肉,pulp)에 너무 많이 들었다는 것이다. 아무튼 그때는 못 먹어서 당분도 태부족했으니 으름이 얼마나 달게 느꼈을지 알만하다. 번식은 종자나 포기나누기(分株), 꺾꽂이(揷木)로 한다. 한방에서는 뿌리와 줄기를 뛰어난 약재로 쓰는데, 가을 또는 봄에 캐고 잘라서 겉껍질을 벗기고, 잘게 썰어 햇볕에 말려 쓴다. 특히 칼륨이 30%나 되고, 아케빈(akebin)이란 성분이 들어있어서 소변보기(利尿)를 촉진한다.

어릴 적에 따 먹던 으름열매 생각이 절로 난다. 씨를 감싸고 있는 흰 과육은 매우 달고, 입안에 살살 녹았으며, 바나나보다 더 은은하게 향기로웠다(사실 그때는 바나나가 뭔지도 몰랐음). 그리고 줄기덩굴은 바구니를 만들고, 삶은 물은 천연염료로 사용한다.

관상용으로 정원에 심으면 꽃과 잎, 열매를 모두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정원수이다. 뿐만 아니라 으름은 머루, 다래와 함께 산에서 얻는 세 가지 중요한 가을과일로, 길쭉한 열매가 2~4개씩 붙어서 매달리기에‘가을 산의 바나나’라 한다. 그리고 지난 1984년 스페인바르셀로나올림픽 때 세계 각국의 나무를 모아 그 곳 올림픽공원에 심었는데, 그 때 보낸 한국을 대표하는 5종의 자생수종 중 하나가 바로 으름덩굴이라 한다.

으름나무는 보습성이 우수하여 잔주름예방에 그만인 것으로 알려져서 최근에는 화장품으로 개발돼 시판되고 있다한다. 그리고 으름열매 씨앗은 머리를 맑게 하고, 암세포에 대하여 90% 이상의 억제효과가 있다한다. 그리고 씨앗의 기름에 들어 있는 여러 지방산은 혈압을 낮추고, 염증을 없애며, 살균작용을 한다. 으름이 이 강산에서 사라지고 말았나 싶었는데 다행이도 이곳저곳에 으름농장들도 있다는 것을 이 글을 쓰면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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