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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울타리’를 넘어 ‘지역 해결사’로 나서다
‘대학 울타리’를 넘어 ‘지역 해결사’로 나서다
  • 허정윤
  • 승인 2019.12.19 2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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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공과대학, ‘서북3구·연세대 지역문제해결형 교육 발표 및 토론회’ 개최
서북3구를 발로 뛰며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
‘학생의, 학생을 의한, 학생을 위한 대학’으로 가는 길 모색

‘대학’은 현 사회에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야 할까.
이에 연세대학교 홍대식 공과대학 학장은 “주변사회를 돌아보는 교육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지난 17일 연세대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 ‘서북3구(서대문구·마포구·은평구)·연세대 지역문제해결형 교육 발표 및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는 연세대가 지역문제해결교육의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수업을 통해 우수한 성과를 낸 6개 팀의 발표와 교수들의 종합 코멘트로 진행되었다.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서북3구·연세대 지역문제해결형 교육 발표 및 토론회’

홍 학장은 인사말에서 “사회는 4차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대학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느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운을 뗐다. 홍 학장은 이어 이번 지역문제해결형 교육을 두고 “공대교육 시스템이 지역사회 발전까지 도모할 수 있도록 해보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 사회는 고령화의 급격한 진행이 진행될 뿐 아니라 각종 취약계층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2045년 고령 인구가 총인구의 37%가 되어 세계 1위의 초고령사회인 일본(36.7%)을 제칠 것으로 전망된다.

연세대 공과대학은 이러한 사회 배경에서 사회적 연대와 돌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사회문제를 파악해 효과적인 대응이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연세대의 지역문제 해결형 교육과정을 도입한 역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발표회의 진행을 맡은 한경희 연세공학교육혁신센터 교수는 “공과대학에서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교육과정으로 지역해결 교육과정을 도입했고, 공학과 지역사회 리더십을 수업으로 개설해 학점을 부여했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 대학 수업이 학기 단위로 운영되는 측면이 있어서 학기가 끝나면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사라져서 아쉬웠다”며 “그 성과들을 연세지역사회문제 홈페이지를 제작해 DB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지역 현장에서 문제를 스스로 발굴하고 교수와 상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은 방향을 모색하는데 집중했다.

한 교수는 “지역 문제를 두고 사회와 학교가 바라보는 문제점의 눈높이를 맞추는 게 (교육의) 목표”라며 “교육이 여러 가지 형태로 발전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우리마을리빙랩' 수업에서 개발된 각종 지역 문제해결형 애플리케이션

<우리마을 리빙랩>이라는 프로젝트로 학생들을 지도한 김태연 연세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4차산업혁명 키워드가 화두인 시대에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활용도가 높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학생들이 제작한 프리라이더(대학생 조별과제 평가)·희어로(지역 기반 가치 펀딩)·비와U(공유우산)·전동 키보드 헬멧 대여함·월간 리빙랩(배리어 프리 위치제공)·쓰-앱(쓰레기 수거 안내) 등을 소개했다.

특히 ‘희어로’ 앱을 제작자 도시공학과 민정현 씨는 “지역사회의 문제가 앱을 통해서 공유된다면 사람들이 좀 더 손쉽게 지역 사회에 기여할 수 있고, 펀딩을 통해 어떤 (변화의) 결과가 나오는지 볼 수 있는 ‘소통형 지역사회 맞춤형 앱’”이라고 앱을 소개했다.

실제로 해외에는 ‘희어로’와 같은 앱이 있다. 영국의 ‘스페이스 하이브’는 런던 시민들을 대상으로 펀딩을 진행한다. ‘희어로’는 여기에 후기 작성을 의무화해서 크라우드 펀딩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신뢰성을 더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어 이제선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기존 도시개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구릉지에 있는 주거에 초점을 맞춰서 학생들과 현장에서 문제점을 파악했다. 이 교수는 “지역문제를 해결할 때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해결방안과 학생들이 생각하는 해결방안이 어떤 차이점을 띄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살펴보는데 주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스마트 기술로 좀 더 나은 주거지를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서 함께 고민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성주은 연세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지역문제 개선 가능성이 있는 장소에서 프로그램을 실험하고 그 실험을 바탕으로 사회적 구조와 물리적 구조를 분석했다”고 말했다. 성 교수와 참여 학생들은 서대문구 홍제동 중심으로 노인과 아이들이 누릴 수 있는 공간의 재탄생에 대해서 고민했다. 가령 아이들이 많이 지나가는 6개 부지를 선정해 방과후교실을 디자인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커피박으로 자원선순환경제를 어떻게 구현하는지 보여주는 발표자

박준홍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과에서는) 폐기물 처리 과정 원리를 배우지만, 이번 지역문제 해결형 교육과정에서는 현장에서 문제를 만나고 적용 가능한 솔루션을 구하는 방법으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포럼 후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강의실과 사회를 단절된 것으로 생각하지 않아서 좋은 기회였다”면서도 “문제 연구의 지속적인 연계가 중요하고 전문 지식을 좀 더 접목하는 시도를 더 해보았으면 한다”는 바람도 비쳤다.

발표회에 참석한 장덕호 상명대 교수는 국내 대학의 ‘울타리’를 지적하며 대학과 한국 사회, 특히 지역사회가 공간적으로 공존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장 교수는 “대학이 ‘상아탑’으로만 남지 않고, ‘학생의, 학생을 의한, 학생을 위한 대학’이 되어 사회 문제해결 중심의 교육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대학의 패러다임 변화를 강조했다.

허정윤 기자 verit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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