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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연식 국민대 교수(자동차기술연구소장)
[인터뷰] 강연식 국민대 교수(자동차기술연구소장)
  • 김범진
  • 승인 2019.12.20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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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차 만드는 것으론 더 이상 경쟁력 갖출 수 없어… R&D 강점 가져야”
강연식 국민대 교수(자동차기술연구소장). 사진=김범진 기자
강연식 국민대 교수(자동차기술연구소장). 사진=김범진 기자

‘무인자동차(자율주행) 관련된 연구가 항상 너무 재밌었고 그래서 지금까지 계속 하게 됐다’고 말하는 강연식 국민대 교수(자동차기술연구소장)의 눈빛은 마치 소년의 그것처럼 빛났다. 박사과정을 밟기 위해 2001년 미국 캘리포니아로 유학을 갔다가 우연한 기회로 수백억 단위의 대규모 무인자동차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그는, 뭔가를 능동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데 무인자동차 관련 연구의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석사까지는 ‘소음진동’을 연구했어요. 그 쪽은 예를 들면 어느 쪽에서 소음이 발생하면 여기서는 어느 정도로 들릴까, 이런 걸 연구해요. 현상에 대한 해석이 주였죠. 거기서도 능동적인 걸 할 수 있긴 하죠. 예컨대 소음제어라는 분야도 있어요. 요즘 이어폰에 추가되는 주변 소음제거 기능,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사실은 제가 그걸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 지도교수님을 찾아가서 ‘그걸 하고싶어서 왔다’고 했었죠.”

‘미안하지만, 그 과제는 이미 끝났다’고 당시 지도교수는 답했다. 적잖이 당황했지만, 강연식 교수는 그러면 어떤 다른 연구를 하고 있는지를 물었고 이내 무인자동차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게 너무 마음에 들었다고 강 교수는 회상했다. “그래서 꼭 하고 싶다고 했더니 기회를 주셨고, 그 때 처음 자율주행 연구를 시작하게 됐어요.”

“내가 어떤 프로그램이나 알고리즘을 집어넣어서, 원하는 대로 차가 제어가 되면 그때 오는 희열 같은 게 있어요.” 그때부터 그는 ‘무인자동차를 위한 브레이크 제어 알고리즘’을 연구했다. “벌써 20년 전 얘긴데, 연구실에 있던 무인 차가 있었어요. 그 차를 가지고 그 당시에는 타이어와 노면(도로) 사이에 있는 마찰계수를 추정하면서, 브레이크를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연구를 했었어요. 왜냐면 얼음판 같은 미끄러운 도로에서 우리가 보통 도로를 달리듯이 브레이크를 밟으면 미끄러워서 차가 난리날 것 아니에요?”

그 당시만 해도 사람들에게 자율주행이라는 개념은 매우 생소한 것이었다. “그런 개념을 사람들이 몰랐어요. 2001년에 저도 그런 연구과제를 하면서 ‘이게 무슨 뜬 구름 잡는 연구인가, 차가 어떻게 혼자 돌아다니나’ 이런 생각을 했었죠.” 그 당시 자율주행의 개념도 지금과 달랐다. “그 당시 무인자동차의 개념은, 지금처럼 자동차가 집에서부터 내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전부 자율주행이 되는 건 아니고, 고속도로에 들어가면 그 다음부터는 운전자가 핸들을 놔도 차가 갈 수 있는 개념으로 연구목표를 가지고 했어요.”

그의 이야기를 좀 더 과거로 돌려보고 싶었다. 그는 왜 움직이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이렇게 묻자 ‘자동차 싫어하는 남자가 있느냐’는 반문이 돌아왔다.

“저희 어릴 때는 자가용 한 대 있는 집이 많지 않았고, 그래서 그 당시에는 차를 가진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로망이었어요. 그러고 보니 저희 아버지도 운수업 쪽에서 일을 하셨었고, 작은 아버님도 자동차회사에 다니셨었고. 그러니까 집안 내력인 것 같기도 해요. 저희 아버님이 사실 자격증이 되게 많은 분이셨어요. 아버님 운전면허 번호 보면 정말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정말 초창기에 면허를 빨리 따셨어요. 자격증이 되게 많으셨어요. 중장비, 바퀴 달린 것은 다 몰 수 있다, 그렇게 어릴 때 말을 들었어요. 그래서 그런 로망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연구가 사회에 가질 수 있는 의의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학계에 있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위치에 있다보니, 우리나라에 자동차산업이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동차산업은 우리나라 규모에 비해서 고용창출을 굉장히 많이 하고 있는 산업이에요. 우리나라의 자동차 생산량이 세계 5, 6위 정도 돼요. 예전에는 5위까지 하다가 공장이 밖으로 나가서 6위인데, 이런 자동차공학의 핵심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봐요. 특히 우리나라가 인건비 많이 오르고 있다고 하는데, R&D 관련해서는 그래도 아직 경쟁력이 굉장히 많이 있어요. 차량 설계라든지 이런 쪽에 양질의 엔지니어링 전문가들이 많이 있고, 특히 최근 들어서 전기·전자 이런 쪽도 중요해지고 있어요. 우리나라도 이제 점점 그런 쪽에 강점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건비가 비싸니까, 더 이상 단순히 차를 만들기만 해서는 경쟁력을 갖출 수가 없어요. 설계나 현대자동차 연구소에 있는 인력 수가 이미 어마어마하지만, 엔지니어 수는 점점 더 많아져야 하고, 많아질 수밖에 없어요. 자율주행이라든지, 전기자동차 이런 게 자동차에서 다 새롭게 나오는 거거든요. 기존에 완전히 없던 분야이기 때문에. 그래서 그런 부문에서 좋은 엔지니어들이 많이 나와서 우리나라 수출에 기여를 하도록 하는 게 우리나라의 국익이거든요. 그래도 우리가 R&D센터를 한국에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굉장히 힘이 있는 거에요. 단지 자동차를 생산만 한다? 그건 옛날 얘기거든요. 특히 자율주행자동차나, 전기자동차 이런 데 필요한 인력이나 그런 중요한 연구는 사실 우리한테 안 줘요. 미국에서 자체적으로 하고, 독일에서 자체적으로 하지. 그런데 그런 식으로 해서는 우리가 기술을 따라잡을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그런 면에서 우리가 그래도 이 정도 되는 자동차산업을 가지고 있는 게 굉장히 중요하고, 우리가 산학협력을 통해서 엔지니어들을 꾸준히 키우는 게 우리 국력에 중요하다고 봅니다. 국민대 자동차기술연구소도 결국 그런 산학협력, 인재양성 측면에서 우리나라에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자동차 분야는 점점 자율주행 기술이나 전기자동차 기술 등 정말 엔지니어가 기여할 수 있는 바가 굉장히 많아지고 있어요. 왜냐면 자동차가 굉장히 많이 변화하고 있거든요. 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엔지니어를 빨리 키워내지 않으면 미국이나 독일 등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가 없어요. 우리나라가 자동차 쪽에 경쟁력이 있고, 앞으로 자동차산업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우리 엔지니어 학생들이 정말 자율주행 같은 쪽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사실 최소 석사는 해야 합니다. 그렇잖아요. 자율주행을 하려면 자동차도 알아야 하고, 프로그래밍도 알아야 하고, 컴퓨터도 잘 알아야 하고 해야될 게 정말 많아요. 그러려면 최소한 어느정도 전문성을 가질 수 있는 석사, 박사를 좀 많이 해서 자동차회사에 가서 기여를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예전에 비해 뭔가 학생들이 석·박사 진학에 있어 예전만큼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아요. 사실 요즘 대학원은 옛날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요. 예전에는 저도 한국에서 대학원 다닐 때는 다 제 돈 내고 다녔고. 그런데 요즘은 교수들이 R&D 관련 펀드나 국가 프로젝트를 많이 해서 등록금도 많이 내주시고. 근데 일부 좋지 않은 사례들이 연구실에서 노동착취를 한다든지 그런 식의 안 좋은 사례들이 불거지면서 그런 게 아닐까 짐작은 합니다. 그런데 특히 자동차 분야에 대해서는 정말 우리나라가 할 일이 많고, 굴지의 대기업이 있기 때문에 정말 잘할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가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좀 더 많은 학생들이 대학원 진학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도전적으로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자율주행차가 가시화할수록 택시나 버스, 택배 등 ‘운수업 종사자’ 문제가 커질 것입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려운 질문입니다. 자율주행차가 당장 상용화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그 분들이 향후 5년 내에 일자리를 잃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10년 정도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렇게까지 말하기는 그렇지만, 그런 걸 그렇다고 우리가 거부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산업의 흐름이잖아요. 옛날엔 전화 걸면 전화 연결해주는 교환수가 있었어요. 자동으로 전화가 걸리기 시작하면서 그런 분들이 일자리를 다 잃었어요. 그런데 그렇다고 우리가 지금까지도 전화교환수와 통화를 해서 어디 연결 좀 해주세요, 사회가 이렇게 갈 수는 없잖아요. 어쩔 수 없는 길이라면, 우리가 준비를 하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시간이 있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랄까, 그런 부분에 대비를 하고, 점점 사람이 단순노동보다는 좀 더 고부가가치, 고차원적인 측면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도록 결국은 사회가 변화해야 하지, 무작정 거부만 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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