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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교자’ 이승훈에게 듣는 ‘믿음’
‘배교자’ 이승훈에게 듣는 ‘믿음’
  • 교수신문
  • 승인 2019.12.0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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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자네에게 믿는 일이란 무엇인가
저자 윤춘호 |푸른역사 |페이지 280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작가가 지어낸, 극적인 이야기가 없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18세기 조선인 최초로 세례를 받은 천주교 신자였고, 조선 최초의 신부였지만 끝내는 배교자로 참수형을 당한 이승훈이라는 문제적 인물이 주인공이다. 지은이에 따르면 "그의 삶은 살아서는 처절했고 죽어서는 더욱 처참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담담하다.

글은 처형을 눈앞에 둔 이승훈이, 처남이자 신앙의 동지였던 다산 정약용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해, 이승훈이 북경에서 천주교에 입문하게 된 사연, 가족의 압박으로 처음 배교한 사연이 나오고 이승훈에게 세례를 준 그라몽 신부, 신부 서품을 둘러싼 유항검과의 갈등 등이 펼쳐진다. 권력다툼도, 음모도, 빼어난 영웅도, 철저한 악인도 보이지 않는다. 드마라틱한 이야기가 전개될 요소는 없다.

그러나 이 책은 문학이다. 지은이가 작가가 아닌 현역 언론인이지만, 정갈한 문장, 인간의 내면을 파고든 차분한 시선에는 문학의 향취가 그윽하다. 당대의 시대상을 충실히 그려냈고 이승훈의 행적을 통해 당시 일부 사대부 청년 지식인들이 왜 ‘서학’에 빠져들었는지, 선교사 없이 조선에서 천주교가 발흥했는지 보여준다. 책은 독자에게 믿음이란 어떤 무게를 갖는 것인가, 신념을 지키려면 어떤 어려움을 견뎌야 하는가, 인간 이승훈과 정약용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등의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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