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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영국학원 부원장 존 모릴 케임브리지대 교수
인터뷰 : 영국학원 부원장 존 모릴 케임브리지대 교수
  • 이지영 기자
  • 승인 2003.09.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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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 인문학 가지 인정.. 학자들 자율성 최대 배려"
지난달에 열린 대구 유니버시아드에 존 모릴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대학생을 위한 특별강좌’의 연사로 초청됐다. 그는 영국의 저명한 사학자며, 영국학술원 부회장, 영국인문학연구청의 패널로 활동하면서 인문학 지원 사업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를 만나 최근 영국 정부의 학술진흥책과 구체적인 지원 시스템을 알아본다.


통역: 김중락 경북대 교수(영국사)

△최근 영국 학술진흥정책의 전반적인 흐름은 어떤가.

영국의 학술활동 지원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영국정부가 만든 인문학연구청과 경제사회학연구청이 지원하는 것, 영국학술원과 왕립학회에서 지원하는 것, 그리고 유니레버사의 리버흄 재단, 월컴재단 등 사설 기업의 재단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앞의 두 재단은 정부지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영국학술원에서는 매년 1천5백만 파운드(약3백억원)를, 인문학연구청은 8천만 파운드(약 1천6백억원)를, 리버흄과 같은 사설 재단에서는 인문사회분야에 1억 파운드(약2천억원)를 지원한다. 정부 재단은 결과물이 분명한 연구를, 사설재단에서는 학제간․실험적인 연구를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경향이 있다.


△연구지원의 방향은.

기본적으로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연구주제를 내면 그 속에서 선정한다. 지원 방식은 다각적이다. 예를 들면, 중견학자들이 1년간 안식년을 가지는 대신 다른 교수를 고용할 수 있도록 대학에 인건비를 보조하기도 하고, 유능한 교수에게는 5년 동안 수업을 면제해 집필만 하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그 외에 연구프로젝트 지원, 박사후 과정생 지원, 공동연구단체들에서 활동하는 학자들의 연구비 지원 등이 있다. 학자들이 최대한 자유롭게 문제의식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인문학 지원이 활발한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인문학연구청을 제외한 나머지 재단들은 1960년대에 설립됐다. 1995년에 인문학연구청이 따로 독립돼 만들어지면, 지원이 파격적으로 늘어났다. 영국정부가 인문학의 경제적․문화적 중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그 전까지 정부는 인문학에서 협동연구가 필요하다는 사실과 행정업무의 부담을 줄여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영국에서는 ‘인문학의 위기’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오히려 인문학을 전공한 학생들이 종합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 때문에 고용주들이 더 선호한다. 취업에 대한 고민이 적기 때문에 우수한 학생들이 인문대학에 진학한다. 그러나 20년 전에 고전학이 학생들로부터 외면당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기존의 언어 중심의 수업에서 문화연구 중심의 수업으로 접근 방식을 바꿨다. 그 결과 지금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불어, 독어, 스페인어 등 유럽어 계통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부분은 있지만, 이 역시 교육방법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개인적인 견해다.


△한국 학자들이 영국학술원에서 지원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은 없는가.

영국학술원과 한국학술원은 상호간 협력관계를 맺자는 약정은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교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나라에서든 협동연구 지원을 요구하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한국학자들도 영국학술원에 협동연구지원을 요청하면, 우리는 최대한 방문연구를 지원할 것이다.

이지영 기자 jiyou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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