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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스스로 신뢰를 세우며 자율성을 되찾자
대학 스스로 신뢰를 세우며 자율성을 되찾자
  • 교수신문
  • 승인 2019.11.2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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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찬 교수님
민경찬 교수
논설위원/연세대·과실연 명예대표

얼마 전 갑작스럽게 촉발된 정부, 정치권 발 대입 ‘정시’ 논란은 우리를 매우 혼란스럽게 한다. 작년 한 해 뜨거웠던 대입제도 관련 ‘공론화’ 과정을 거치며 얻은 결과조차 이제 기억조차 하지 않는 것 같다. 나라의 지도자들은 언제나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하면서, 스스로가 하루가 다르게 정책들을 뒤집는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 우리 학생, 학부모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특히 다음 세대들은 어른들을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볼까? 기성세대들은 이들의 눈길을 의식은 하는 것일까?

“교육의 정치화”가 갈수록 심해지며, 고교, 대학, 언론 및 각종 교육 관련 단체, 구성원마다 상반된 입장에서 평행선을 달리는 목소리들만 커지고 있다. 오랫동안 정부 주도의 방향성, 일관성 없는 교육 정책들에 나라 전체가 혼란 속에 빠져들곤 하였는데, 이제는 정치권까지 적극 가담하여 혼란을 심화시키고 있다. 즉, 우리 사회는 교육에 대한 방향 자체를 찾지 못하고 일종의 카오스에 빠져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교육의 본질은 ‘한 학생의 변화’이다. 교육은 매우 빠르게 변하는 미래를 준비시키는 일이다. 대학 졸업 후 80년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초를 탄탄하게 닦아주려면, 미래가 요구하는 교육의 내용과 수준, 질에 대한 사회적 고민과 노력이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공정성, 객관성, 형평성, 평준화 등에 연계된 사회, 정치적인 관점에만 매몰되는 것 같아 안타깝고 답답하다. 

이러한 과정 속에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해나가야 할 학생선발, 등록금 등에 대한  정책도 정부 주도의 획일적 관리 대상으로 변질되면서, 대학들은 갈수록 더욱 움츠러들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 등 대학의 자율성이라는 용어 자체가 우리 주변에서 잘 들리지 않는다. 2017년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학의 자율성’이라는 용어가 ‘국민적 합의’라는 이름으로 대체되었다. 이것이 바람직한지 아닌지에 대한 목소리조차 없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학생선발에 대한 대학의 자율성은 존중되어 왔다. 1986년 교육개혁심의회는 대학의 학생선발권을 살리는 정책을 택하였고, 1995년 5.31 교육개혁에서는 사립대는 대입제도를 대학 자율에 맡기었다. 2002 대입제도에는 대학의 독자적 선발 방법이 포함되었으며, 2008 대입제도에는 입학사정관제를 중심으로 한 대입 3단계 자율화가 중요한 방안의 하나였다. 2013년 정부의 대입전형 간소화 발표에도 대학이 자율적으로 전형요소를 조정해줄 것을 주문하였다.    

정부와 사회는 대학을 획일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국가와 국민, 대학 모두에게 큰 손해만 가져올 뿐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국가의 생산성, 경쟁력은 결국 대학에서의 상상력, 창의성 기반의 우수 인재양성, 연구력에 달렸기 때문이다. 교육과 연구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와 인류가 직면하는 문제해결에 기여하는 대학의 사회적 역할은 바로 ‘자율성’, ‘독립성’에 의해서만 제대로 이루어갈 수 있다.

대학의 생명인 ‘자율성’은 대학 스스로 사회로부터 신뢰를 받을 때 기대할 수 있다. 우리 대학 공동체는 그동안 신뢰를 훼손시켰던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스스로 견제하는 자정적 분위기, 문화를 세워나가야 한다. 정말 소수의 부적절한 생각과 행동 때문에 전체가 매도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 대학과 교수 개개인이 자신의 양식과 책임의식을 굳게 지키며 외부로부터 존경받도록 해야 한다. 

최근 ‘정시전형 확대’라는 정부, 정치권의 ‘폭탄성 선언’에 대학들이 반응하기 시작하였다. 교수들이 헌법에 보장된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라는 보도 자료를 내놓았고,  입학처장들이 ’교육기회의 불균형 심화와 대학의 자율성’ 훼손을 우려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최근 입학사정관들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제는 대학 구성원 개개인이 모두 사회 변화와 국민의 기대에 귀를 기울이며, 대학과 국가의 미래를 바르게 세우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민경찬 교수
​​​​​​​논설위원/연세대·과실연 명예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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