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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치판에, 어쩌면 가장 적절한 처방전
대한민국 정치판에, 어쩌면 가장 적절한 처방전
  • 교수신문
  • 승인 2019.11.2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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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한다_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 | 저자 안성민 | 디벨롭어스 | 페이지 304

지금 대한민국 청년들은 이중고(二重苦)에 시달리고 있다. 장기적이고도 지속적인 경기 불황으로 인해 ‘좋은 일자리’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또한,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에 따른 개인이 지불해야 하는 복지비용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청년들로 하여금 대한민국의 현 상황, 특히 분배와 교환의 과정 및 결과가 나에게만 지속해서 불리해지고 있다는 인식이 갈수록 팽배해지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고 청년들이 좌절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런 상황을 극복해보고자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애쓰기도 한다. 디지털 기술과 함께 자랐기에 ‘N세대(Network Generation)’라고 불리는 이들은 이전의 그 어떤 세대보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데 능숙하다. 그 뿐 아니라 목소리와 주장을 쉽고 빠르게 전파할 수 있는 네트워크 능력을 갖추고 있기까지 하다. 즉 이들은 자신이 당면한 ‘청년 문제’에 대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통해, 그리고 정치적인 해법으로 풀 수 있는 충분한 기본기는 갖추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결과는 항상 부정적이다. 대한민국 청년들의 정치를 향한 마음속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 들끓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나 그 열망이 실제로 유의미한 정치적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만들어지게 된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 책에서는 ‘정치 과잉’ 상태인 기성세대만을 원망하지도, 그렇다고 ‘정치 무관심’ 상태인 청년세대만을 탓하지도 않는다. 그저 누구의 탓을 하는 것이 아닌 대한민국의 현재를 아주 객관적으로 그리고 있는 이 책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세대가 탐독할 필요가 있는 이 시대에게 바치는 일종의 ‘헌사’처럼 읽혀진다. 

이 책에서는 프롤로그를 통해 ‘제론토크라시’(gerontocracy)를 먼저 말한다. 노인들이 정치적인 실권을 잡는 사회체제인 제론토크라시 현상으로 인해 노년층은 다소 과대 대표되고 반대로 청년층은 소외 대표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정치현실을 말하며 이러한 현상은 정치적 변화가 없는 이상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제론토크라시가 만들어가는 제도와 시스템은 청년층의 정치 참여를 계속해서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 놓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염원이자 한국 사회의 나아가야 할 방향은 바로 ‘청년이 참여하는 새로운 정치의 부상’이다. 청년들의 삶의 추락은 곧 대한민국의 추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래 사회를 짊어질 청년의 고단함은 대한민국의 고단한 미래와 같다는 것을 누구도 반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대한민국의 정치는 노인정치와 청년정치가 서로 견제하고 화합하면서 상생이 이루어지는, 서로의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며 젊고 패기 있는 생각과 노련한 지혜가 공유되는 정치로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저 물리적인 정치인의 세대교체만을 말하고 있지는 않다. 그렇기에 저자는 정치를 하고자 하는 ‘청년’들에게도 일침을 가한다. 대부분의 자칭 ‘청년 정치인’들의 경력과 삶의 모습은 사실 보통 청년들의 삶과 다소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보통의 청년들이 겪는 취업, 결혼, 육아, 주거, 빚 등 아주 보편적인 것을 대비해 보더라도 그들이 가진 경력이나 전문성, 신념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그 흔한 직장 경력 하나 없이 매번 정확히 무엇을 한 것인지 알 길 없는 그럴 듯한 직함만을 가지고 계셨던 그들이 과연 청년들을 대표할 수 있을지 저자는 되묻는다. 그렇기에 그저 물리적인 세대교체가 아닌 청년의 삶을 현실적으로 경험하고, 이들을 대표해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야만 청년정치가 가능할 것이라 지적한다. 

‘세대전쟁은 제로섬 게임(Zero sum game)이 아니다’라는 말도 있듯이 청년층의 몫을 노년층이 가져간다고 노년층이 잘살게 되는 것도 아니고 노년층의 몫을 떼어다 청년층에 준다고 청년층이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 두 세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공동체다. 모든 사회문제는 나비효과처럼 얽혀 있고 그 효과는 분명히 나중에 어떠한 형태로든 가시적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정치권의 세대교체, 청년의 정치참여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세대 간 갈등, 특히 청년층의 문제에 제로섬게임 이론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이 함께 잘 살 수 있는지를 근간으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는 이러한 시대가 가진 고민에 다가갈 수 있는 적절한 길을 제시해 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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