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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로봇은 ‘인간 존엄성’ 회복의 도구
[인터뷰] 로봇은 ‘인간 존엄성’ 회복의 도구
  • 허정윤
  • 승인 2019.11.24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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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운대학교 로봇학부 김진오 교수 인터뷰
4차 산업혁명은 ‘연결의 시대’, 구체적 목적을 가지고 로봇 연구해야

‘4차 산업혁명’으로 인류는 개와 늑대의 시간을 마주하고 있다. 로봇은 인간에게 ‘개’일까, ‘늑대’일까. 
이 물음에 광운대 로봇학부 김진오 교수는 “로봇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줄 것”이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현재를 두고 ‘4차 산업혁명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의견과 ‘4차는 없고 3차의 연장일 뿐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김 교수는 이 논란마저도 의미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광운대 로봇학부 김진오 교수 [사진=허정윤]
광운대 로봇학부 김진오 교수 [사진=허정윤]

김진오 교수는 국내 로봇산업을 대표하는 석학으로 2008년에는 ‘로봇 노벨상’으로 불리는 죠셉 엥겔버그상을 수상해 주목을 받았다. 김 교수는 서울대 기계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졸업하고 92년 카네기멜론 대학교에서 로보틱스 박사를 졸업했다. 이후 삼성전자에서 산업용 로봇의 국산화에 힘썼고, 정부의 로봇정책 자문에 다수 참여해(2003년 지능형로봇 기획 단장 등) 국내 로봇산업 발전에 기여한 바 있다. 현재는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로 재임하고 있다.

김진오 교수는 ‘4차 산업혁명’에 로봇이 얼마만큼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기보다, 다가오는 변화 속에서는 ‘연결’이 주요한 키워드라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사람과 건물을 연결하고, 도로와 자동차를 연결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된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기술과 기술을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IoT(사물인터넷) 기술도 이에 해당한다.

사람과 로봇 또한 연결의 ‘요소’들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큰 변화가 올 것이고 분야 가릴 것 없이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김 교수는 대부분의 로봇 개발을 위한 투자와 연구 방향성에 “구체성이 없다”고 일갈했다. 구체적으로 ‘연결’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질문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김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온다며 전체 사회고도화를 그리는데, 그런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하다 보니 논의가 광범위해지기만 하고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발전에 동력이 약하다는 지적을 했다. 예를 들어 광역시 단위로 교통 기술들을 연결해 도로 상황을 원활하게 하거나, 획기적으로 교통사고율을 줄이는 게 구체적인 목표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목표가 없는 개발은 한 정권 내에서 구호로만 남을 뿐이라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을 통해서 ‘뭘 할래?’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질문이 없어서 ‘로봇이 일자리를 위협하는 시대가 온다’는 걱정도 이어지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 우리는 로봇을 오해하고 있다
김진오 교수의 말을 종합하자면 “로봇은 ‘억울하다’”. 김 교수는 “특히 일자리가 부족한 나라에서 핑곗거리를 로봇에게 찾는 것이죠”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로봇이 대체하려는 ‘노동’이 결코 인간이 잘할 수 있는 작업도 아닐뿐더러, 오히려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냉장고 조립’ 현장을 방문한 경험을 사례로 들었다. “대기업 공장에 가끔 실습을 나간다. 냉장고를 조립 과정을 봤는데, 하루만 하면 말 그대로 공황상태가 올 것만 같았다”라고 회상했다. 김 교수는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오는 부품들을 종일 조립하는 작업은 인간이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반복적인 작업은 원래 로봇이 해야 할 일로 여기고 돌려주고, 그 외의 일에서 인간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말이다. 김 교수는 로봇으로 직접적인 일자리가 줄어들 수도 있겠지만 로봇을 운영하는 직업이나, 이들을 다른 기술과 융합하는 등의 새로운 일자리도 생길 거라고 덧붙였다.

광운대 김진오 교수 [사진= 허정윤]

로봇은 이렇듯 산업 현장에서 인간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들이나 발전 속도에 비례해 아직 그 활용범위가 눈에 띄지 않는다. 김진오 교수는 로봇을 위한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고 로봇을 대하는 인식의 변화가 더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가 설명하는 로봇 연구는 다른 연구들과 사뭇 달랐다. 어떤 분야든 ‘연구를 한다는 것’은 일종의 ‘감정이입’과 같다고 설명했다. 가령 원자력을 연구하는 사람은 원자가 된다는 마음으로, 자동차를 연구하면 자동차의 마음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식이다. 온갖 이야기와 가능성을 연구 대상에 감정이입해서 찾아내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로봇 입장이 되어서 연구를 해야 하는데, 로봇을 너무나 쉽게 의인화하는 바람에 ‘로봇의 입장’이 아니라 ‘인간의 입장’에서 잘못된 접근을 한다.

김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이 로봇이라고 하면 사람을 닮은 기술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아니다”라며 “사람은 많은 정보를 주면 더 나은 결과를 내는 경우가 많지만, 로봇은 오히려 많은 정보를 주면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이는 카네기멜론 대학교의 한스 모라벡의 말을 떠오르게 한다. ‘한스 모라벡의 역설’은 로봇이나 인공지능(AI)에게는 쉬운 일이 인간에게는 어렵고, 인간에게는 쉬운 일이 사람에게는 어렵다는 일종의 명제다. 

김 교수는 이로 인해 사람들이 로봇을 과대평가하고 인간은 과소평가하는 우(愚)를 범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일본의 예를 들었다. “일본 정부가 유치원에 보조교사 로봇을 개발해서 보급하면 어떨까 하는 설문조사를 했는데 99%가 찬성했다. 그리고 문부과학성에서 로봇을 개발했는데, 막상 유치원들에 사라고 하니 사지 않았다. 실험 삼아 몇몇 유치원에 보급했는데 아이들이 처음에는 흥미를 보이더니 일주일 만에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그리고 이 실수는 한국에서 반복되었는데, ‘유아교육 선진화 추진계획’의 일환으로 로봇을 보급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잘못된 인식과 선진국의 실패를 답습하는 올바른 인식이 없는 기획으로는 한국 로봇이 발전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세계에서 로봇 발전 수준을 두고 볼 때 한국은 몇 위 정도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교수는 세계 5위 정도가 아니겠냐고 답했다. 미국·일본·독일 정도가 로봇 강국으로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그 사이 중국의 빠른 발전으로 4위 자리를 꿰찼다.

김 교수는 “20년 전과 비교해서 기술은 발전하고 있지만 새롭게 ‘로봇의 역할’을 찾아서 적재적소에 구현한 게 딱히 없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대학과 연구자들의 개별적인 노력으로 이뤄진 발전이 많을 뿐이지, 국가가 주도해 정책적으로 내놓은 건 많지만, 특별히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 개발은 기억나는 게 없다”며 씁쓸해했다. 역대 정권들은 로봇을 이벤트성으로 활용하고, ‘애완기술’로 여겨왔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는 ‘제3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을 세워 도입이 저조했던 산업 분야에 로봇을 도입해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지원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정부 기관들의 변화 없이는 이 또한 공염불이라고 예측했다. 한 부처가 주도해서 개발한 로봇을 다른 부처에서는 쓰지 않는다거나, 성공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해도 ‘연속성’을 중시해 문구(화법·wording)만 바꿔 다시 투자 진행하는 식이다. 김 교수는 목적과 방향성, 현실 적용이 가능한 로봇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 필요한 건 ‘머리’ 보다 ‘엉덩이’, 코딩교육 대신 로봇교육
김진오 교수는 지금도 광운대에서 로봇 개발을 꿈꾸는 많은 학생과 만나고 있다. 김 교수가 지도하는 광운대 로봇 게임단 로빛(Ro:bit)은 국제 로봇 콘테스트에서 매번 우수한 성적을 얻고, 로봇대회를 개최하는 등 ‘로봇 인재’의 산실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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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오 교수와 광운대 로봇게임단 로빛 [사진=광운대 로빛 제공]

김 교수는 로봇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건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라는 격언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그리고 로봇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2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 손에서 태어난 로봇이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가서 사용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그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된다”며 자녀가 부모의 품을 떠나 독립하듯, 로봇도 타인에게  넘어가 실사용 됐을 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로봇 교육이 잘 되려면 대학 차원에서 코딩 교육은 물론이고, 할 수 있다면 ‘로봇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김 교수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 이후로 코딩 뒤늦게 코딩 교육 붐이 불었지만, 다소 강제적인 코딩교육에 흥미를 갖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봤다.

김 교수는 “로봇을 모션을 통해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기술을 접하고, 인간과 기술이 어떻게 만나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는지 직접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게 바로 로봇 교육이다”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로봇을 기초로 배우게 되면, 기계공학을 전공해도 로봇의 움직임에 흥미를 느껴서 로봇 개발 분야로 갈 수도 있고, 디자인을 전공해도 로봇의 외관을 돋보이게 만드는 산업 디자인 쪽으로 진로를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김 교수는 “3·4학년이 되었을 때 관심 분야를 설정하고 석·박사 과정을 선택해 전문성을 갖춰 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에게 앞으로의 연구방향에 대해서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이제까지의 연구가 산업체에 필요한 로봇이나 병원 수술에 사용되는 로봇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한다면, 앞으로 허락된 시간 동안에는 로봇 기술로 일반인들이 도움받을 수 있는 분야의 연구를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허정윤 기자 verit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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