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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冥 사상의 현재성] 이남영 남명학회 회장(서울대 철학과)에게 듣는다
[南冥 사상의 현재성] 이남영 남명학회 회장(서울대 철학과)에게 듣는다
  • 김재환 기자
  • 승인 2001.03.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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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적인 한국 성리학 개척…부활하는 ‘處士의 선비정신’
南冥 曺植(1501∼1572)은 退溪 李滉(1501∼1584)과 함께 조선시대의 유학을 대표하는 巨儒다. 올해로 탄신 5백주년을 맞는 두 학자는 각기 낙동강 좌우의 경상우도와 경상좌도를 대표하는 영남사림의 宗匠으로 평가된다. 새해벽두부터 퇴계와 남명을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퇴계의 학문과 사상에 대한 연구는 오래 전부터 활발하게 이루어졌지만, 동시대의 남명은 그렇질 못했다. 정인홍 등 남명의 제자들은 사화에 휩쓸려 멸문지화를 당하기도 했고, 남명의 문집마저 훼손되었다. 오늘날 남명연구가 답보된 이유는 이런 역사적 연원 탓이 크다고 한다.

남명사상 : 실천적이고 경세적인 생활철학

지난 2월 23일 창립된 남명학회(회장 이남영 서울대 교수·사진)를 주목해야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지금까지 남명연구는 남명학연구소(경상대)와 남명학연구원(덕천서원)이 주도해왔지만, 전국 규모의 남명학회가 출범하게 되어 남명학 연구가 활기를 띠게 되었다. 이 학회의 이남영 회장은 “남명연구를 통해 한국 성리학은 더욱 다채로운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풀이한다.
남명 사상의 특징은 퇴계사상과의 비교에서 두드러진다. 퇴계는 한국 유학사상의 대표적인 학자요, 사상가다. 퇴계 사상의 특징은 중국의 주자학을 수용하여 理氣四端七情論을 전개한 데 있다. 자연히 퇴계 이후의 학자들은 이러한 논리를 계승발전 시키는 것이 주요한 과제가 되어왔다. 이남영 회장은 “퇴계 사상은 개인의 수양, 우주와 인간의 원리에 대한 설명은 소상하지만, 외침과 같은 내우외환의 국가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경세사상의 측면에서는 다소간 물러서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본의 학자들이 한국의 성리학을 두고 주자학의 왕국을 이루고 있다거나, 이기론을 중심으로 발달해 단조롭다고 평가하는 것은 이 때문이죠. 하지만, 남명 사상을 두고볼 때 이런 평가는 잘못된 것입니다. 남명은 퇴계와는 다른 의미에서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사상가입니다. 인간의 내적 정신인 사랑과 공경의 정신과 함께 의리와 정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생활에서의 실천을 통해 자기 본질을 이해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창립대회의 발제를 맡은 이동환 고려대 교수(철학과)는 남명 사상의 특징중의 하나를 ‘실천의 철저함’에서 찾고 있다. 남명은 ‘殺’이란 말로 자신의 수양방법을 말했다. 곧, “마음에 사념의 기미가 동하는 족족 殲滅的으로 죽여 없애는 수양방법”을 말한다. 남명의 준엄한 선비정신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만큼 남명사상은 생활철학적, 경세사상적 측면이 강하다.

남명으로 인해 다채로워진 한국 성리학

남명 사상의 요체는 ‘敬義’로 알려져 있다. 남명 연구자들은 남명이 다른 도학자에 비해 ‘의’를 매우 강조하고 있다고 풀이한다. 이 회장은 “남명은 사람의 지혜가 흐려지지 않도록 惺惺子라는 방울을 허리띠에 차고 다녔습니다. 내 마음의 양심의 소리에 늘 귀를 기울이자라는 뜻에서죠. 남명은 자신이 차던 패도에 ‘內明者敬 外斷者義’(내면에 밝아있는, 또한 있어야하는 것이 경이고, 외면에 과단한, 또한 과단해야하는 것이 의란 뜻)라고 새겼습니다. 칼은 엄숙성/정의를 의미하는데, 마음속에 있는 사랑의 마음을 행함에 있어 항상 규범에 맞도록 행실하라는 의지의 표현인 거죠.” 임진왜란 당시의 의병장들이 남명의 제자가 많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회장은 의병은 민족의 위기를 넘어서려는 ‘의’의 구체적 행위화라고 해석한다. 임란당시 진주성이 함락될 때, 성안의 주민 10만명중 7만명이 저항하다 죽은 것은 그 지역에 미친 남명 사상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남명은 운명할 때 銘旌을 뭐라고 쓸까 묻는 제자들에게 ‘處士’로 쓰라고 했다 한다. 이동환 교수는 “이 비판적이고 저항적인 처사의 정신을 우리는 ‘선비정신’이라고 부른다. 남명은 우리나라 선비정신의 표본이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남영 회장은 “정치적, 도덕적 위기와 인간성 파탄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퇴계선생의 가르침도 유용하지만, 남명 선생의 가르침은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호소력이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남명 사상이 널리 알려진다면, 한국 성리학의 실천적 성격이 좀더 부각되리라는 것이다. 퇴계, 율곡, 송시열로 이어진 조선조 성리학에 남명이 가세함으로써 한국 성리학은 더 다채로워진다는 것이다.
남명학회의 창립대회에는 이례적으로 퇴계 문중의 종손들과 문중 대표들이 참석, ‘역사적 화해’를 말했다고 한다. 퇴계의 후학들은 남명을 비판하기도 했고, 서로 대립 갈등하기도 했다. 퇴계문중의 ‘역사적 화해’에 대해 이남영 회장은 “너그러운 襟度(남을 용납할만한 도량)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했다.
김재환 기자 weiblich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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