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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정보가 우리의 신념을 어떻게 오염시키는가에 관한 최초의 과학적 고찰
거짓 정보가 우리의 신념을 어떻게 오염시키는가에 관한 최초의 과학적 고찰
  • 교수신문
  • 승인 2019.11.1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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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새 책_가짜 뉴스의 시대 | 저자 케일린 오코너, 제임스 오언 웨더럴 | 역자 박경선 | 반니 | 페이지 344

그야말로 가짜 뉴스의 시대다. 최근 정치권을 둘러싸고 불거진 논쟁은 결국 시민들로부터 가짜 뉴스 퇴출이란 열망을 불러냈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당시부터 가짜 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는 가짜뉴스에 대응하기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다. 가짜 뉴스는 이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모든 시민이 다양한 정보를 기반 삼아 신념을 형성하고 그 신념이 모여 민의가 형성되는 민주주의 구조 아래서, 가짜 뉴스를 비롯한 거짓된 정보는 올바른 민의를 형성하는 데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짓된 정보에 대처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선 우리의 신념이 어떻게 형성되며 거짓 정보는 이 과정에 어떤 방식으로 교묘하게 파고드는지, 그 작동 방식부터 이해해야만 한다.

<가짜 뉴스의 시대>는 거짓 정보가 우리 인간의 신념을 어떤 방식으로 조작하는지 적나라하게 파고든다. 케일린 오코너와 제임스 웨너럴은 ‘당신이 무엇을 믿는가는 당신이 누구와 알고 지내는가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이들은 거짓 신념이 퍼지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개인의 심리보다는 사회적 요인들에 주목한다. 이들은 게임이론가이자 물리학자, 수리행동과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수학적 모형을 통해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우리가 신념을 어떻게 형성하고 갱신하는지 드러낸다.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단을 닮은 프로그램은 그 집단 내 사람들의 학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해 거짓 정보가 우리의 신념을 얼마나 쉽게 오염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 결과는 섣부른 짐작을 뛰어넘는다. 저자들의 진단에 따르면 ‘인간의 합리성’이라는 그림은 위험할 만큼 왜곡돼 있다.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주변인들에게 들은 정보를 아무리 합리적으로 해석해도 올바른 신념을 형성하는 데 실패할 수 있다. 아무리 합리적인 개인이 모여도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집단을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담배 산업계의 선전 전략, 트럼프와 힐러리의 대선을 앞두고 쏟아졌던 가짜 뉴스들과 러시아의 개입, 기후변화를 둘러싼 양극화된 대립을 따라가다 보면 가짜 뉴스가 우리 사회를 오염시키는 상황이 현재진행형임이 여실히 드러난다.

저자는 이제 사상의 시장(marketplace of ideas)이 거짓 정보를 효과적으로 골라낼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권력을 가진 이들이 언론에 의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대중에게 실질적인 해를 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근거 없는 견해를 옹호하는 것은 단지 이상적인 시장에 무해한 무엇인가를 더하는 일이 아니라 시장 전체를 망가뜨릴 수 있는 잘못된 일로 여겨져야 한다.

그 방법 중 하나로 저자는 과학계가 위조된 연구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줄이는 공표(publication) 규범을 제안한다. 과학자들은 연구 결과를 공표할 때 그 안에 내재된 위험성도 고려해야 하며 자신이 수행한 연구의 사회적 결과와 이를 공표함으로써 얻는 이득을 저울질해보아야 하는 것이다. 과학자의 임무는 단지 과학을 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연구일 경우 최소한 그 결과의 공표를 선택하기 전에 특별히 높은 기준에 결과를 맞출 책임이 있다. 특히 산업계의 선전가들이 활동하는 분야에서 연구 결과를 공표한다면 사회에 미칠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의사결정을 할 때 반드시 그 결과를 고려해야만 한다.

<가짜 뉴스의 시대>는 우리가 올바른 신념을 갖고 견지하기에는 너무나도 취약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이는 자연스레 어떤 정보로 누가 이득을 보는지, 우리가 더 예민해져야 함을 방증한다.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의 이익에 기여하는 선전가가 되고 싶은 사람은 없다. 복잡한 정보망에 숨어있는 각종 가짜 뉴스와 음모, 유언비어와 괴담에 어떤 의도가 숨어있는지 한 번 더 의심해야만 한다. 수많은 정보의 진위를 파악하기에 인간의 한계는 명확하다. 그럼에도 이 책이 말하고 있는 신념의 작동방식, 조작의 도구들을 이해할 때 우리는 거짓된 믿음을 거부할 첫 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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