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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 속 청년팔이, 정작 청년 목소리는 실종”
“조국 사태 속 청년팔이, 정작 청년 목소리는 실종”
  • 김범진
  • 승인 2019.11.02 0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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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이슈는 실종된 ‘조국 정국’
대의되지 못하는 서초동과 광화문 사이 ‘소수의견’
언론은 ‘SKY 대학생’ 의견만 주목하고
진보는 조국 비판한 청년들 ‘틀리다’고 규정
김선기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이 28일 서울 마포구 스페이스 청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년유니온 제공
김선기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이 28일 서울 마포구 스페이스 청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년유니온 제공

‘광서남’, ‘광무여’, ‘무무남’…. 얼마 전 한겨레는 서초동과 광화문에 모였던 시민들, 그리고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고 냉소감을 표출하는 시민들을 각각 이같이 분류한 뒤 이들의 생각을 물었다. 최근의 국면에서는 누군가가 광화문에 있느냐, 서초동에 있느냐에 따라 한국사회가 두 개의 세계로 분열되었다는 점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화문과 서초동에 등장한 주체들은 동질적인 하나의 목소리가 아니라 그 자체로 다성적이라는 점을 짚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선기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은 28일 서울 마포구 스페이스 청에서 열린 청년단체 토론회에서 “최근 광화문과 서초동에 등장하는 주체들은 해당 정치 공간 내의 주류 의견과 자신의 참여 동기 사이의 격차를 강조하는 발화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연구원은 광화문에 반감이 있지만, 이번 정권의 여러가지 행보에도 실망감을 갖고 있어서 서초동에도 나가기 꺼리는 무당층 내지는 정치적으로 적절히 대표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의 비율이 생각보다 훨씬 다수라며 “두 세력의 외화된 목소리가 다수인 것으로 전제하는 것은 제도 정치나 주류 담론이 적절히 대의하지 못하고 있는 시민들의 존재를 상징적으로 더욱 절멸시키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원은 경향신문이 준비한 ‘서초동과 광화문 사이’ 기사는 두 가지의 시위에 파묻혀버린 작은 의제들을 정치화하려고 하는 주체들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면서도, 두 개의 큰 덩어리 외의 다른 정치적 공간이 매우 비좁은 것처럼 여겨지게 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는 점은 아쉽다고 전했다.

김 연구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촉구 촛불집회가 열렸던 2016년 말에서 2017년 초에도 그 촛불의 주체가 된 다수의 시민들은 특정한 단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유사성에 바탕을 둔 집합이라기보다는, 사실상 개인들의 특이성을 유지한 일종의 다중, 혹은 이질적인 정치적 주체들의 일시적 연합에 가깝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이러한 지적은 무시되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생활인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양 집회의 연령대 구성비를 확인한 결과 20대의 비율은 광화문 0.9%, 서초동 5.7%에 불과했다며 “2016년 촛불에 힘을 보탰던 젊은 층들은 최근 행동하지 않았고, 이것은 2016년의 촛불이 포괄할 수 있었던 이해관계가 2019년의 촛불에서는 내쳐진 상황이 되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김 연구원은 이른바 ‘조국 정국’ 초기에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의 ‘명문대’ 일부 학생들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퇴진 시위를 한 것이 언론에 의해 청년세대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과잉 대표되었음에 주목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진보’를 자처하는 이른바 기성정치 주체들이 청년층을 자신들의 편이 아니라고 간주하고 협력할 파트너가 아닌 ‘문제 대상’으로 위치 지었다며, 이를 ‘조국 사태’ 초기를 거치면서 청년 이슈가 실종된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내 기준을 옳음의 위치에 두고 타인을 ‘틀림’의 영역으로 밀어 넣어 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청년이라는 말로도 ‘팔이’되지조차 못하고 있는 젊은 시민들의 열망을 언어화하고 정치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범진 기자 ji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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