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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독으로부터 배우는 ‘통일 한반도’ 향한 통찰
통독으로부터 배우는 ‘통일 한반도’ 향한 통찰
  • 교수신문
  • 승인 2019.11.0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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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새책-독일 현대사 | 저자 디트릭 올로|미지북스 | 페이지 852

통일 비용, 과거 청산 등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독일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한국의 미래를 그리는 데 유용할 것이다.

이 책은 독일의 국내 정치, 외교관계, 사회경제적 상황, 문화를 축으로 근현대 독일사를 정밀하게 풀어내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정치사 부문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독일제국과 바이마르 시기의 국내 정치에서 자유주의 세력과 보수주의 세력, 중앙당과 사회주의 세력 등 네 정치 세력 간의 복잡한 관계가 어떻게 변주되었는지, 기민련/기사련, 사민당, 자민당, 녹색당 등 다양한 정당들이 서독의 의회민주주의를 공고히 만들어가는 과정과 사통당이 동독 사회 전반을 장악해가는 동시에 사회 내부의 지지를 잃어가는 과정이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이처럼 복잡다단한 정당 정치 구조를 중심으로 하는 설명은 통상 지루함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책이 그런 위험에서 벗어나 한 편의 대하 역사 드라마를 보듯 몰입도를 높일 수 있던 이유는 비스마르크부터 앙겔라 메르켈에 이르기까지, 1871년 독일 통일 이후 재임한 거의 모든 총리들과 그들의 정책이 정교하면서도 입체적으로 서술되기 때문이다. 

독일의 전 총리 게하르트 슈뢰더는 독일인이 자신들의 역사에 대해 자랑스러워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1945년 이후 민주적 성취에 대해 자랑스러워해야만 한다고 대답했다. 그의 대답은 역사적으로 옳고 정치적으로도 빈틈없지만 독일 역사의 다른 부분들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인 셈이었다. 하지만 슈뢰더가 자랑스러워한 1945년 이후의 역사뿐 아니라 언급하기를 회피했던 1945년 이전의 역사도 심도 깊게 다루어질 때 독일의 근현대사는 온전히 파악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독일의 국내외 정치, 경제, 문화를 중심으로 1871년 이후의 독일 역사를 차곡차곡 서가를 정리하듯 정교하게 서술한 이 책이야말로 그간 국내에선 볼 수 없었던 독일 근현대사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다. 

2019년 대한민국에서는 가히 ‘광장의 정치’라고 불릴 만한 현상이 벌어졌다. 정치적 이해에 따라 갈린 대규모 군중이 세 대결을 벌이는, 의회민주주의 역사가 깊은 나라들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일견 국론 분열의 모습으로까지 보이는 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사실 이를 두고도 극명한 대립만큼이나 정리되지 않은 의견이 무수히 도출되었다. 가늠하기 쉽지 않은 문제가 아전인수격의 해석과 해법으로 대립하는 경우 좀 더 현명하게 문제를 풀어내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비교해볼 만한 사례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보다 먼저 이런 경험을 한 나라의 역사를 살펴보는 일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특히 1차대전의 폐허 속에서 탄생한 바이마르공화국의 경험을 살피는 것은 극한 내부 대립을 딛고 일어나 ‘황금기’를 구가했던 사회에서 어떻게 나치가 발흥했으며, 2차대전과 홀로코스트를 일으킨 주역이 되었는지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우리가 지금 독일의 역사를 읽어볼 만한 이유이다. 

2차대전 후 거의 40년간 독일의 두 절반은 남북한의 경우처럼 매우 다른 방식의 독자적인 사회였다. 하지만 1989년 말 소비에트 블록의 해체와 더불어 동독에서 벌어진 극적인 사건들은 사통당 일당독재 체제의 내적인 불안정성과 취약성을 갑작스레 드러냈다. 연로한 사통당 지도자들이 즉자적으로 정치적, 경제적 개혁을 약속했지만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평화로운 혁명이 진행되면서 동독인들은 이들을 권좌에서 쓸어버렸다. 갑작스럽게 통일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영국과 프랑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극적인 몇 달을 보낸 뒤 미국의 지지를 얻어 독일은 다시금 통일된 국가가 되었다. 불가능해 보였던 동서독의 통일은 현실이 되었다.

여전히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우리에게 독일의 통일 과정과 그 후에 발생한 문제들은 역사적 교훈 내지 반면교사로서 생각할 거리를 준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회담으로 시작된 평화의 기운이 강해질수록 다시금 부각될 ‘퍼주기’ 논란을 서독 사회는 어떻게 해소했는지, 공산 독재 체제하의 인권 문제 등의 쟁점들을 동서독은 어떻게 넘어섰는지, 독일 통일에 우호적이지 않은 이웃 강대국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갔는지, 통일된 독일 사회가 통일 비용, 과거 청산, 극우 정당, 이민자 통합 등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는 것은 한국 사회의 미래를 그리는 데 매우 유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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