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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연구하며 사는 법
즐겁게 연구하며 사는 법
  • 교수신문
  • 승인 2019.11.0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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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한국과학기술원 박사과정은 현재 한국과학기술원 전기 및 전자공학과에서 IoT, Mobile system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김정민 한국과학기술원 박사과정은 현재 한국과학기술원 전기 및 전자공학과에서 IoT, Mobile system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처음에 기고문 작성을 요청받았을 때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고민하기보다는 나의 부끄러운 글쓰기 능력에 걱정이 많았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고를 결정한 후 내 머릿속에서 그 많던 생각들이 하얀 백지 조각이 되었다. 갑자기 자신이 없어졌다. “과연 나의 연구 철학이 타인에게 공유할 만큼 가치 있는가?”, “내 연구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를 마음대로 이야기해도 될까?” 같은 질문을 일주일 넘게 되뇌었다. 결국, 무겁고 어려운 주제가 아닌 6여 년의 연구자 생활이 나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간추려 보기로 했다. 

학부 3학년정도 되었을 때 나는 공부를 좀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대학원을 택했고, 막연히 컴퓨터공학이 좋다는 이유로 연구를 시작하였다. 어린 시절부터 경쟁하는 스포츠를 좋아했고, 경기에서 패배하는 것을 싫어했기에 학부시절까지 공부도 그렇게 해왔던 것 같다. 열심히 했고 늘 나는 최상위권에 있었다. 그게 나를 지치지 않고 버티게 하는 힘이었다. 그래서 석사 입학 당시에 나는 대단히 거만했다. 좋게 말하면 패기 있었다고 할까? 마음먹은 대로 다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 연구는 달랐다. 2년을 쉼 없이 달리고 처음으로 유명 학회에 논문을 제출했지만 떨어졌다.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했기에 석사 학위를 취득하는데도 문제없었다. 하지만 그 기간이 길어지자 내적 시련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모두 남들보다 잘해야 하고 이겨야 하는 내 성격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사실은 이렇다. 박사 1년 차가 채 시작되기 전에 같은 연구실 동료들은 소위 말해 좋은 학회에 논문을 발표했다. 동시에 그들은 타인이 인정하는 훌륭한 연구자로서 성장하고 있었다. 나는 제자리였고 그들보다 못하다는 현실에 자책했다.

우울증에 시달렸고 결국 병원을 다녔다. 다행히 그해 6월에 연구실 동료들의 도움으로 좋은 결실을 맺게 되었고 연말에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분야의 연구자들이 늘 목표로 하고 부러워하는 학회에 논문을 제출하면 끝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은 오산이었다. 많은 외국인 앞에서 발표하고 그들의 질문을 받으면서 언어적 능력의 한계를 느꼈고 또 남들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어린 시절부터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연극 했던 경험을 살려 위트로 위기를 잘 극복했지만 돌아와서는 또 자책하고 부끄러웠다.

자신감은 점점 떨어져, 버티기 힘들었다. 그러다 어느 날 인상적인 TV 프로그램을 접했다. 지나치게 경쟁적인 삶을 버리고 자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미친 듯 150여 편의 지난 방송들을 매일매일 챙겨보았다. 주인공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들은 지나치게 경쟁적인 사회에서 돈, 명예에 집착하다가 그것이 행복한 삶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자연 속에서 살고 있었다.

나를 비롯해 대다수가 그런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프로그램으로 인해 내 사고방식을 바꿀 수 있었다. “타인의 연구 성과와 내 연구 성과를 비교하면서 내 건강, 내 행복을 스스로 갉아먹지 말자”

그간 정신없고 바쁘다는 핑계로 부모님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을 챙기지 못하고 살았지만 그 문제의 사고방식을 버린 이후로는 정기적으로 사람들도 만나고 교류하면서 지낸다. 우연히 좋은 기회가 닿아 재능기부 교육 프로그램에도 참가하고 있다. 그런 활동 속에서 자연스레 내가 어떻게 살면 될지 결정할 수 있었다.

결론은 이렇다. 연구자라면 가치 있는 과학적인 발견, 창의적인 연구 성과를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행복해야 한다. 하지만 늘 행복할 수는 없기에 잠시 지쳐도 금방 다시 행복한 상태로 돌리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바로 인간적 교류(내가 누군가를 웃게 만들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그들의 생각에 내가 영향을 받는 것)를 통해 원래의 행복했던 자신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연구로 스트레스 받는 것은 6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하지만 그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하고 빠르게 에너지를 재충전해서 다시 연구를 잘 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능력이 중요하다. 지금 이 순간 고통받는 모든 연구자들도 다시 행복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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