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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31- 들국화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31- 들국화
  • 교수신문
  • 승인 2019.10.2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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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끝에 퍼지는 가을향기…감기·두통에도 효과
산국. 사진출처: 픽사베이
산국. 사진출처: 픽사베이

하나의 나뭇잎을 보고 가을이 옴을 안다(一葉知秋)고 한다. 또 “갈바람에 곡식이 혀를 빼물고 자란다.”다고 하는데 이는 아마도 가을배추나 무를 놓고 하는 말이리라. 아무튼 숲길 길녘의 野菊들이 노란 봉우리를 소담스레 피울 때면 가을이 깊을 대로 깊어 드디어 온 산야는 ‘들국화(野菊)’로 덮인다. 흔히 같은 국화과식물인 쑥부쟁이와 구절초(九節草), 산국(山菊)과 감국(甘菊)을 들국화라 부른다. 그렇지만 좁게 보아 산국과 감국이 들국화인 셈이다.

쑥부쟁이(Aster yomena)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좀 축축한 산들(山野)에서 잘 자란다. 키가 30∼100cm이고, 자줏빛 꽃(頭花)은 가지 끝에 1개씩 탐스럽게 달리고, 지름 2.5cm정도이다.

구절초(Dendranthema zawadskii) 역시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줄기는 50cm 정도 높이로 곧게 자라고, 구시월에 줄기나 가지 끝에 분홍색이나 백색 꽃이 핀다. 구절초(九節草)란 이름은 줄기가 아홉 번 꺾어진다거나 9월 9일(重九日)에 채취한 것이 약효가 가장 빼어난다 하여 붙여졌다는 설이 있다.

그런데 쑥부쟁이도 국화나 들국화(국화과식물)의 특징을 고스란히 갖추었다. 즉, 수술과 암술이 모두 퇴화한, 꽃송이 둘레에 난 혀꽃(舌狀花)은 짙은 남빛을 띤다. 그리고 꽃잎이 서로 달라붙어 대롱 꼴인, 꽃송이의 가운데에 자리한 수많은 대롱꽃(管狀花, 中心花)은 노란색이다.

다시 말해서 혀꽃은 씨를 맺지 못 하는 불임성(不稔性, sterile)이지만 꽃 가장자리에 빙 둘러나서 곤충을 불러들이는 일을 한다. 그리고 가운데에 수많이 난 대롱꽃은 암술수술이 있어 씨를 맺는 임성(稔性, fertile)이다. 

다음은 지금 한창 피기 시작한 산국과 감국이야기다. 이 둘은 필자가 매일 걷는 산책길에서도 만나는 야생국화로, 아주 비슷한 것이 이들은 그 많은 국화꽃들의 原種(original species)에 해당한다하겠다. 

산국(山菊, Chrysanthemum boreale)은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多年草)로 ‘개국화’라고도 불리는데, 산들에 나며 진한 국화향이 사람 마음을 사로잡는다. 키는 60~150cm 정도로 곧은 줄기에 흰 털이 있다. 10~11월에 줄기 끝에 앙증맞은 노란 꽃송이가 송이송이 맺히는데, 꽃(頭花)의 지름이 1.5cm 정도이고, 햇볕이 잘 들고 건땅에 자란다. 잎은 계란형으로 감국의 잎보다 깊이 갈라지고 날카로운 톱니가 줄지어 난다. 꽃은 약용 또는 식용하고, 애순(어린 싹)은 나물로 먹는다. 한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감국(甘菊, Chrysanthemum indicum) 역시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黃菊’이라고도 한다. 반그늘인 축축한 땅에 잘 살고, 주로 비탈 산 텃밭 언덕배기나 산자락에서 자란다. 풀 전체에 짧은 털이 나고, 줄기의 높이는 60∼90cm이며, 줄기는 가녀린 것이 기름하다. 잎은 짙은 녹색이고, 잎자루가 있으며, 달걀 모양이고, 보통 깃꼴로 갈라지며, 끝이 뾰족하다. 9∼10월에 줄기 윗부분에 머리 닮은 꽃이 피고, 꽃은 노란색이며, 꽃의 지름이 2.5mm 정도로 산국의 1.5배 크기이다. 꽃을 통째로 따서 그늘에 말려서 국화주를 담고, 국화차로 마시며, 어린잎은 나물로 쓴다.

서리가 내리기 전, 꽃이 활짝 피었을 때 채취하고, 한방에서 감기·폐렴·기관지염·두통·위염·장염·종기 등의 치료에 처방한다. 감국은 특유한 국화향기(國香)가 강하고 쓴맛이 적고 조금 달다. 또한 노란 혀꽃 21개가 삥 둘러난다. 한국·타이완·중국·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산국과 감국을 간단히 비교해본다. 둘 다 동아시아(한국, 일본, 중국)가 원산지이다. 山菊은 맛이 차마 먹을 수 없을 만큼 쓰고 맵지만 감국은 맛이 달차근하여 甘菊이라 부른다. 그래서 술을 담거나 차를 끓여 먹는 것은 감국이고 산국은 독이 있어 삼간다. 산국의 키는 1~1.5m로 30~60cm 밖에 안 되는 감국보다 크다. 꽃 색은 둘 다 노란 것이 화사하지만 감국이 더 산뜻하게 샛노랗다. 꽃의 지름은 산국이 1.5cm이고 감국이 2.5cm로 감국이 1.5배 정도 크고, 산국은 꽃송이가 자잘하면서 훨씬 많이 달린다.

산국은 줄기 중간부터 많은 가지를 내지만 감국은 아래쪽에서 가지를 치고, 잎은 산국은 전체가 둥근 편이지만 감국은 긴 편이다. 산국은 잎이 녹색이지만 감국은 진녹색이고, 잎이 감국보다 깊게 갈라진다. 산국은 줄기가 곧추서면서 우긋하지만(무성하게 우거지지만) 감국은 대부분 비스듬히 누운 자세로 성글게 나고, 산국은 양지를 좋아하지만 감국은 반그늘에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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