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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英의 청년 불평등 교정 움직임…사회 정의, 공정 경쟁 늘린다
美·英의 청년 불평등 교정 움직임…사회 정의, 공정 경쟁 늘린다
  • 김범진
  • 승인 2019.10.25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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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불평등 감안한 선발’로만 끝내지 않고
학생 학력신장 위한 지속적 관리까지
미국도 학생의 사회적, 경제적, 가정 배경 등
환경적 불이익 평가해 입학에 반영
정시 비율 확대 “논의되는 자체가 후진적”

“내가 소외지역에서 성장했다면, 좋은 점수를 획득하기 더 어려워졌을 겁니다.”

영국 런던의 싱크탱크인 고등교육정책연구소(Higher Education Policy Institute)에서 대학생 1000여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72%가 이같이 밝혔다.

영국의 2018년 졸업자 중 부유한 지역의 학생은 극빈지역의 또래에 비해 고등교육에 입문할 가능성이 2.4배, 최상위권 대학교에 입학할 가능성이 5.7배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2018년 1월 출범한 영국 교육부의 독립 공공기구인 학생지원국(Office for Students)이 발표한 연구 결과다. 이 학생지원국은 해당 내용을 발표하면서 이러한 불평등 비율을 2014~2015년까지 3:1 비율로 낮추고, 2038~2039년까지 1:1 비율로 맞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영국의 대학들은 소외 계층 학생의 경우 중등교육자격시험(GCSE) 등급이 낮아도 합격시키고, 합격시킨 이후에는 그 학생의 학력 신장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배경고려 대입제도’(Contextual admissions)라 한다. 선발한 학생을 방치하는 게 아니라 적응하고 성공하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이 같은 제도는, 최근 경향신문이 ‘90년대생 불평등 보고서’ 기획기사를 연재하는 등 청년들의 기회 불평등이 한국 사회에서 지적되고 있는 데 대한 하나의 적절한 해법이 될 수 있어 주목된다.

교육 공정성 강화를 위한 ‘배경고려 대입제도’를 설명하고 있는 영국 학생지원국(Office for Student)의 홈페이지
교육 공정성 강화를 위한 ‘배경고려 대입제도’를 설명하고 있는 영국 학생지원국(Office for Student)의 홈페이지

미국은 2017년부터 10대 대학에서 학생의 환경적 불이익 정도를 척도화한 ‘불이익 지수’(adversity index or disadvantage index)를 평가해 입학에 반영해 왔다. 이 지수는 지역사회 범죄율, 부모의 교육 수준 등과 같이 학생이 처한 환경의 불리한 정도를 나타내는 15개 요소로 구성됐다. 이에 따라 예일대의 경우 교육취약계층 신입생 수가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불이익 지수 평가 결과는 SAT를 담당하는 대학평가원(College Board)에서 제공하는데, 최근 이 단체는 학생의 사회적, 경제적, 가정 배경에 대한 정보를 추가적으로 대학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시도는 학생이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외부 환경에 대한 정보를 평가에 추가해 교육출발점을 비슷하게 조절함으로써 사회 정의와 공정한 경쟁을 늘리는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데이빗 콜맨(David Coleman) 대학평가원장은 “이러한 시도는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한 학생들이 역경을 극복하고 더 나은 성취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불빛과도 같다”고 평가했다. 이 제도는 그동안 미국 주요 50개 대학이 실험적으로 참여했고, 올해부터는 150개 대학이 참여하는 등 확대되는 추세다.

최현섭 전 강원대 총장이 지난 22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해 교육 공정성 강화를 위한 영·미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밖에도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사진=김범진 기자
최현섭 전 강원대 총장이 지난 22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해 교육 공정성 강화를 위한 영·미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밖에도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사진=김범진 기자

최현섭 전 강원대 총장은 22일 교육 공정성 증진을 위한 영국과 미국에서의 이같은 최근 노력들을 소개하면서 “그 누군가의 역량은 성장의 과정과 배경의 산물이다. 그것을 국가 제도와 사회가 극복해주려 노력한다면 공정성의 개념이 더 넓어질 수 있다”고 제언했다.

최현섭 전 총장은 이날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해 “영국과 미국은 학생의 가능성을 강조한다. 배경 때문에 개발되지 못한 학생에 방점을 둔다. 반면 우리 대학들은 ‘실력 점수냐, 배경 점수’냐의 문제에 대한 검토 자체가 없다”고 언급하며 우리 사회의 공정성 개념이 협소한 수준에 머물러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 전 총장은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 모집 비율 상향을 포함한 대입 개편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우리의 생각이 얼마나 좁은가를 알 수 있어 답답하다. 정치인, 언론인, 학자들 모두 후진국 수준의 생각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조국 사태를 이런 식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쉽게 말해 손 안대고 코 풀려는 식”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김범진 기자 ji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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