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06:45 (토)
“지식 중심 탈피 ‘살아가는 능력 역량’ 키워야”
“지식 중심 탈피 ‘살아가는 능력 역량’ 키워야”
  • 허정윤
  • 승인 2019.10.24 19: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경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
"이제는 학력을 ‘개념적 앎’이 아니라 ‘할 줄 앎’, ‘살 줄 앎’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한-OECD 국제교육컨퍼런스' 첫 번째 기조연설로 김 의장은 ‘2030 미래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방향과 주요 정책의제’에 대해서 발표했다.

김 의장은 연설에 앞서 “이번 컨퍼런스를 준비하면서 (교육에 대한) 내용의 일맥상통함에 놀랐다”라고 소회를 전하며 “이런 자리를 통해 공감과 연대를 확정하는 것이 이번 컨퍼런스의 핵심 키워드”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4차 산업혁명으로 이어지며 포용적 사회·경제정책에 대한 요구가 한층 커지고 있다고 시대 사회적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발전이 포용적 사회체제와 정책을 소홀히 하는 것을 넘어서 오히려 후퇴시켰다고 평가했다.

김 의장은 특히나 한국은 국내적으로 인구절벽 시대를 맞이하면서 근대산업국가의 체제 지속가능성 위기에 직면했고, 심화하는 불평등에 대해서 우려를 표했다. 오히려 교육이 빈곤과 불평등의 대물림 현상을 강화하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도 발표된 바 있다.

김 의장은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공감과 연대의 미래교육체제’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먼저는 지식 중심의 학력에서 ‘살아가는 능력 중심의 역량’을 키워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화 시대의 교육은 이른바 ‘먹고사니즘’에 집중해 관 주도의 경제개발이 이뤄졌고 ‘교육입국’이라는 말로 국민을 삶과 분리된 학습자로 여기고, ‘산업역군’이라고 부르며 국민을 노동자로 동원했을 뿐 삶의 주체로 부르지 않았다는 배경을 지녔다.

김 의장은 “그 결과로 경제성장은 성공했지만 과열된 학력경쟁으로 과다학습과 장시간 노동의 보편화로 삶의 해체가 심각해졌으며, 학력이란 요약·압축된 학문적 지식을 암기 적용하는 능력으로, 국가가 분류한 더 사위 위계의 직업으로 나가는 자격증 역할에 그쳤다”라고 그간의 교육을 비판했다.

'한-OECD 국제교육컨퍼런스'에서 김진경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허정윤
'한-OECD 국제교육컨퍼런스'에서 김진경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허정윤

김 의장은 “이제는 학력을 이제는 ‘개념적 앎’이 아니라 ‘할 줄 앎’, ‘살 줄 앎’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도전을 장려하고 실패를 허용하는 연구·학습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2018)에 따르면 한국의 정부연구개발(R&D)사업 과제 성공률은 97%가 넘는다. 성공률이 높은 이유는 이미 선행연구에서 경로가 어느 정도 나와 있는 것을 따라가는 추격형 연구가 주류를 이루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김 의장은 ”실패할 확률이 높고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상품화까지 나가는 선도형 연구와 원천기술연구의 비중을 높일 수 있게 도전이 장려되고 실패가 허용될 수 있도록 연구 풍토와 평가 기준이 개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삶과 분리된 교육시스템에서 삶의 과정에 스며드는 생태계형 교육시스템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 인간의 권리로서의 ‘기본학습역량’이 보장되고, 시민의 권리로서 평생학습 기회가 갖춰져야 한다는 게 김 의장의 설명이다.

OECD 국제성인역량조사(2012)를 보면 한국의 연령별 문해력은 20대는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이후로는 계속 떨어져 40대 이상은 OECD 평균보다 낮아진다. 이런 현상은 평생학습이 성인의 삶 중심으로 들어오지 못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 주된 원인 중 하나는 장시간 노동 관행이다. ‘평생직장’이 없는 지능정보사회에서 한국은 모든 시민의 평생학습권 보장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김 의장은 국민이 그저 ‘교육수요자’가 아니라 ‘교육주권자’라고 강조했다. 교육제도나 정책 같은 룰을 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교육주권이 작동하는 방식으로 하나는 대의민주주의를, 또 하나는 국가·지역 단위의 학교교육에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가 있다고 예시를 들었다. 김 의장은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생활 단위 중심 교육으로 전환이 필요하고 국민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확대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미래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주요 의제’ 추진 전략으로 교육 ‘내적 공정성’ 강화로 교육을 둘러싼 갈등을 완화·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에 문제가 되기도 했던 부분은 ‘외적 공정성’ 문제로 생긴 문제라는 말이다. 김 의장은 ”교육의 ‘내적 공정성’은 미래에 대비할 역량을 기를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는 역량은 국가가 책임지고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우리 사회에서 교육 문제, 특히 대학입시 전형을 두고 벌이는 논란은 지위 획득을 위한 게임의 규칙이 유리한지 불리한지 따지는 이해관계 다툼에 가까우며 이는 교육의 ‘외적 공정성’ 문제”라며 “부모나 사교육 같이 ‘학교 밖 힘’을 동원하는 문제와 관련한 공정성 다툼은 이해관계 조정의 문제라 단기적 해답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교육의 외적 공정성을 둘러싼 이해관계 마찰을 해결하는 중장기 해법으로 수능에 미래역량을 측정하는 논·서술 문항을 도입과 학교 주민자치를 강화를 들었다.

김 의장은 “학생의 미래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논·서술 문항이 도입돼 수능의 신뢰도가 높아지면 일부 대학의 선발방식 선택에도 자연스러운 균형이 형성될 것”이고 “(지역) 학부모와 주민이 학교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되면 학생부종합전형을 둔 공정성 시비도 완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정윤 기자 verite@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