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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D’의 시대, ‘STEPPER’ 전략으로 기회를 잡자
’ABCD’의 시대, ‘STEPPER’ 전략으로 기회를 잡자
  • 허정윤
  • 승인 2019.10.24 1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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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미래전략 2020 |저자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미래전략연구센터 |김영사|2019.10.25. |페이지 536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카이스트 미래전략 2020>의 기획·편집위원은 책의 에필로그에서 담담하게 책을 엮은 취지와 소감을 적었다. <카이스트 미래전략> 시리즈는 2015년 판 출간 이후 계속해 기존 내용을 보완하고, 새로운 현안이 떠오를 때마다 이에 따른 과제와 전략을 추가 발표해왔다. ‘완벽’이 아니라 다양한 예측과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근거와 예시를 들며 차근차근 설명한다.

책을 집필한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과 미래전략연구센터는 과학 기술 기반의 21세기 미래를 연구하기 위해 2013년에 설립됐다. 이번 책은 여섯 번째 시리즈다. 국가출연연구소 등 국가 정책 연구기관도 미래 연구 보고서를 내놓고 있지만, 이들 기관은 정부기관의 특성 때문에 일관성 있는 정책 수립·집행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카이스트는 순수 민간 싱크탱크로 직접적인 실행력은 갖추지 못해도, 정치권과 무관히 지속적으로 읽힐 수 있는 연구 보고서를 작성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저자들은 2020년은 기술과 인간이 ‘연결’을 넘어 ‘융합’의 단계로 진입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하며 토론을 시작한다. 지금은 이른바 ‘ABCD’의 시대다. AI(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 데이터 기술은 도입기를 지나 ‘혁신 폭발기’로 사회를 이끌었고 한국도 이러한 변화에 대한 대응을 늦출 수 없게 됐다.

책 1부에서는 대표 ICT 기술들의 발전 현황과 이를 둘러싼 윤리적·제도적 문제를 살펴보고, 나아가 기술이 인간의 노동 방식과 일상, 기후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2부에서는 변화 속에서 한국이 기회를 잡기 위한 전략을 사회(Society), 기술(Technology), 환경(Environment), 인구(Population), 정치(Politics), 경제(Economy), 자원(Resources) 7개 분야로 나누어 설명한다. 이 분야의 첫 글자를 따 STEPPER 전략이라고 이름 붙였다.

책은 소비 방식의 하나로 자리 잡은 ‘공유경제’가 일상으로 확대돼 ‘공유문화’로 진화하면 자본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자본주의의 근간은 ‘사적 소유’에 있지만, 이제 미래 전환 시대는 공유 ‘경제’에서 공유 ‘문화’로 ‘공유’되고 있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르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명언을 남겼다면 미래에는 ‘나는 접속하고 연결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른다. 책은 많이 소유하는 게 미덕이 아니라 많이 연결되고 다양하게 융합하는 것이 미덕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결국 기술 발전은 ‘인간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신산업의 기회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따르는 기술의 그림자도 경계해야 한다는 게 책의 조언이다. 책은 기술이 사회를 변화시킬 때 그 과정에서 소외되는 사람들과 파괴되는 환경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는다. 우리가 취해야 할 정책과 판단 기준을 제시한다. 가장 민감한 문제로 여겨지는 일자리에 대해서는 사회보험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법을 제안하고,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질적인 부분까지 설명한다.

특히 책은 한반도 상황에 대해 직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한반도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통일’을 빠질 수 없는 주제다. <카이스트 미래전략 2020>에서는 정치와 자원 분야에서 통일 한국을 잊지 않고 다룬다. 책은 “통일을 가로막는 정치·이념 적대, 문화적 이질성, 소득 격차 해결 없이는 통일이 이뤄져도 그 이후의 반목, 갈등, 불평등의 심화로 점철될 것”이라고 예견하며 단계별 전략을 사회·정치·기술 다방면에 걸쳐서 대안을 제시한다.

책으로 엮은 연구 보고서는 소수 엘리트 학자들만의 의견이 아니라, 매주 토론회를 통해 나온 아이디어를 종합한 집성체다. 연구팀은 연구에 임할 때 ‘선비 정신’으로 임한다고 했다. 선비정신만이 어지러운 현대사회에서 중심을 잡고, 국가와 민족을 위한 전략을 담보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국가 미래전략이 정책 가이드 라인이 되기 위해서는 공정성이 생명이기에 이런 관점에서도 ‘선비정신’의 철학은 이 시대에 추구할만한 가치다.

허정윤 기자 verit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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