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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개혁에 가닥을 잡은 일본
대학개혁에 가닥을 잡은 일본
  • 문용린 논설위원
  • 승인 2003.09.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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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상아탑이라는 고급스런 명칭으로 세계 지성사의 중심축으로 그 역할을 인정받아 온지 꽤 오래 됐다. 1970년 대 후반까지만 해도 빛나는 상아탑의 전통을 지닌 대학의 모범은 유럽에 있었고, 모든 대학인들이 그런 전통을 부러워했다. 옥스포드, 케임브리지, 소르본느, 라이프치히, 하이델베르그 등의 이름은 그 자체만으로도 학문하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곤 했다.

그러나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대학의 세계판도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국의 대학들이 유럽의 여러 대학을 제치고 전 세계의 학생과 기업이 선호하는 지식과 기술의 인큐베이터로 부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유럽의 여러 대학들이 상아탑이라는 찬란한 전통 속에서  일반 사회의 변화된 수요와 요구에 초연해 하면서 현학의 도취를 즐기고 있을 때, 미국의 대학들은 절박한 사회문제와 기술혁신의 요구에 기민하게 실용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해, 마침내 사회변화의 동력이자 엔진으로서의 대학의 역할과 위상을 확실하게 갖추기에 이른다.

미국과 유럽 대학의 차이를 한마디로 표현 한다면, 미국의 대학은 사회 발전의 가장 핵심적인 엔진이자 동력의 위치에 놓여있는 반면, 유럽의 대학은 중심축에서 한참 벗어난 변방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대학에 대한 지원이 곧 미국사회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직접적인 성장정책의 일환으로 간주되지만, 유럽에서의 대학지원은 복지확충과 같은 여분의 재정을 대학에 시혜하는 정도의 분배정책의 일환이 되는 것이다.

1960년대 까지만 하여도 미국 전역에서 학문에 뜻을 둔, 야심만만한 젊은이들이 유럽의 대학으로 몰려갔었다. 그러나 불과 지난 30 여년 사이에 그 반대의 역조 현상이 일고 있다. 유럽의 학생들이 미국의 대학으로 유행처럼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위기를 느낀 유럽의 대학들은 이제 막 개혁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 개혁의 요체는 대학을 사회와 국가발전의 핵심 동력이자 엔진의 위치로 定置시키고자하는 것이다.

대학의 문제를 두고 유사한 맥락에서 고민하던 일본도 결국 지난 7월에 결단을 내렸다. 현재의 99개 국립대학을 2004년 4월부터 독립법인 출발시키기로 했으며, 따라서 그 이 후부터는 12만 명의 국립대 교직원이 민간 근로자로 변모하게 된다. 이런 변화가 지향하는 목표점은 바로 대학을 국가의 성장 동력으로 전환시키려는데 있음은 물론이다.

우리나라에서의 대학 개혁에 대한 요구도 이런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대학이 사회와 국가발전의 중심동력으로 간주되지 못하고 변방에서 분배의 시혜를 기다리는 복지수혜 대상자의 위치에 오래도록 서있었다. 대학의 역할과 기능을 상아탑이냐 아니냐하는 흑백논리로만 파악하려한 고식적인 대학인들의 탓도 있었지만, 대학을 성장의 동력으로 파악하기를 거부한 관료와 정치인들의 무지의 탓이 더 크다. 그런 미몽으로부터의 각성이 언제쯤에나 이루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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